조주빈·유영철·장대호..희대 범죄자들, 회고록 쓰는 이유 있다
'온라인 회고록' 쉽게 퍼져.."포털 사업자가 제지해야"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옥중에서 블로그를 운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희대 범죄자'들의 회고록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조주빈 외에도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와 연쇄살인점 유영철 등도 옥중 회고록을 내놔 이목이 집중됐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회고록을 쓰는 것은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옥중 회고록에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범행에 대한 합리화, 심지어 범행 방법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조주빈입니다'는 제목의 블로그가 운영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네이버는 이달 초 해당 블로그를 비공개 처리했다. 해당 블로그는 조주빈이 작성한 편지, 재판 관련 서류를 그의 아버지가 받아 게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주빈의 블로그에는 상고이유서, 상고이유 보충서, 상고심 결과에 대한 소회 등이 올라왔다. 가장 최근 게시물에는 "재판이 끝났어"라면서 "통쾌해하는 것도 좋은데 이걸로 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해?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 거라고 할 수 있겠어?"라는 내용이 담겼다.
블로그에서 조주빈은 피해자가 '거짓말' '허위진술'을 했다고도 주장하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조주빈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피해자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징역 42년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법무부는 조주빈을 편지 검열 대상자로 지정하고 향후 발신 금지사유에 해당할 경우 발신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주빈씨의 편지 발송 과정에서 규율 위반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징벌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을 저질러 무기징역이 확정된 장대호도 2020년 온라인을 통해 회고록을 공개했다. 장씨가 전달한 28쪽 분량의 회고록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이용자가 대신 일베에 올린 것이다.
장씨는 회고록에서 범행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동시에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당시 장씨의 회고록은 화제가 됐고 이후 모방범죄 사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같은 해 40대 남성은 경기 의정부의 한 모텔에서 교제 중이던 피해자를 둔기로 때려 살해해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온라인에서 '장대호 회고록'을 검색해 읽은 뒤 범행에 참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 인제에서 여성 등산객을 살해한 20대는 "장대호가 롤모델이었다"고 일기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과거에도 범죄자들이 옥중 회고록을 쓰긴 했지만 주로 언론사 인터뷰나 출판사의 책 출간을 통해서였다. 그 덕분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나 범행 수법에 대한 과도한 서술과 합리화를 한번 거를 수 있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월간조선 기자에게 50여통의 편지를 보냈고 월간조선은 편지를 바탕으로 기사를 냈다.
기사에 따르면 유영철은 "나는 사회를 살인한 것이다"며 자신의 모든 범죄를 정당화했다. 기자는 편지를 보내 '당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던져진 사람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궤변을 펴지 말라'고 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살인범 이영학은 자식에게 인세를 주기 위해 옥중 자서전을 쓰려 했지만 실제로 출간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호순은 지난해 자신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언론사와 법무부, 인권위, 감사원에 보내면서 "함께 수감 중인 조주빈도 억지 누명을 쓰고 징벌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옥중 회고록을 쓰는 이유를 '중화이론'으로 설명한다. 범죄자들도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죄의식을 피하기 위해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피해자가 피해를 입을 만했다던가 더 높은 가치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하는 '중화 기술'을 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의 자기 합리화가 담긴 옥중 회고록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포털과 소셜미디어 사업자의 관리를 당부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괴롭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하고 회고록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라며 "모방범죄의 가능성이 있는 데다 범행을 저지르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피의자들이 자신은 책임이 없고 사회에 책임이 있거나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중화기술'을 쓰고 있다"며 "과거에는 그런 생각이 있더라도 알리기 어려웠지만 SNS의 발달로 중화기술을 이야기하기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승 위원은 "현행법상 처음부터 옥중 서신을 검열할 수 없다"면서 "범죄자의 옥중 회고록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포털 사업자가 책임있게 제지하고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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