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 가능성..북한의 속내는

정희완 기자 입력 2022. 6. 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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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풍계리 3번 갱도 유력
전술핵 개발에 집중할 듯
2017년 9월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군민 경축대회가 각 시·군에서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 준비는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 핵실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시행하기까지는 아직 최종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언제 하느냐가 관건이다.”(정부 관계자)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전후로 북한의 핵실험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4월 핵실험설’이다.

북한의 주요 기념일이 4월에 몰려 있는 점도 핵실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특히 4월 15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이었다. 태양절은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중시하는 점도 핵실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후엔 ‘5월 핵실험설’이 등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22일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에 맞춰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으나 핵실험을 하진 않았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 준비 정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대형 정치 이벤트가 맞물리면서 핵실험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핵은 북한의 최후수단이다. 핵실험이 국제사회에 주는 파장은 상당하다. 북한이 내부는 물론 외부에 메시지를 발신하고 정치적·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기’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정인 북한 국무위원장 말고 북한의 핵실험 시점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핵실험이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란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8년 8월 24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가 폭파되면서 흙과 돌무더기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년 전 폭파한 핵실험장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장소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가 유력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3번 갱도의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본다. 계측장비와 지상통제소 사이 케이블 연결, 갱도 되메우기 등 풍계리 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영변 핵개발 단지와 함께 북핵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다. 북한은 이런 곳을 2018년 5월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비핵화 조치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위로 평가됐다. ‘미래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폐기 현장에는 한·미·중·러·영 등 국제 기자단이 참관했다. 폭파 장면은 전 세계에 방영됐다.

당시 2·3·4번 갱도가 폐기됐다. 2번 갱도는 2~5차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고, 3·4번 갱도는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방사능 오염으로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이 가운데 3번 갱도가 약 4년 만에 복구됐다. 핵실험장 복구가 가능하다는 평가는 일찌감치 나왔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2019년 8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1·2번 갱도는 다시 살리기 어렵겠지만 3·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보수해 쓸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술핵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지만 실전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ICBM 등에 탑재하는 전략핵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전술핵은 남한을 목표로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화 등을 언급하며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술핵이 개발된다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각종 중·단거리미사일에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이 지난해 10월과 올 5월 시험발사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도 전술핵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미니 SLBM은 직경이 1m 미만으로 기존 SLBM(북극성-1·3형)보다 작다. 고도와 비행거리도 짧다. 보통 SLBM은 전략핵탄두를 탑재해 상대가 선제 핵공격을 가했을 때 즉각 보복하는 용도로 만든다. 선제공격 시도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핵억지력 완성에 필요한 핵심 전력이다. 이와 달리 미니 SLBM은 선제공격 목적으로 분석된다.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는 ‘다탄두 ICBM’의 완성, 수소폭탄의 소형화와도 연결된다. 다탄두 ICBM은 미사일의 마지막 단을 분리한 후 소형 핵탄두들이 후추진체(PBV)의 힘을 받아 여러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미사일이 여러개의 핵탄두를 실어나르려면 탄두가 그만큼 작고 가벼워야 한다.

수소폭탄은 파괴력이 원자폭탄(핵분열탄)보다 수십~수백 배 크다. 원자폭탄은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폭발을 일으킨다. 수소폭탄은 핵분열에 더해 핵융합 반응까지 동반한다. 원자폭탄이 터져 초고온·초고압 상태가 조성되면 중수소·삼중수소가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한다. 이 핵융합 과정에서 나온 고속중성자가 다시 핵분열을 촉진하는 등 다단계 폭발이 이뤄진다.

핵 기술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수소폭탄을 작게 만들려면 원자폭탄부터 소형화해야 한다”라며 “전술핵, 다탄두 ICBM, 수소폭탄 소형화 등의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한 뒤 ICBM에 장착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추정 위력은 약 50킬로톤(kt)으로 역대 핵실험 가운데 가장 컸다.

■북한 의도는?

북한의 의도는 복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사적으로는 전술핵, 다탄두 ICBM 전력화 등 북한이 이미 여러차례 강조한 핵무력 강화를 꼽는다. 핵실험과 이를 통한 핵무력 강화는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듬해 북·미 협상에 나섰지만 제재 해제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핵실험 등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과 협상이 안 되더라도 핵무력 강화로 억지력을 높여 ‘자력갱생’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려는 목적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상황을 보면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 임할지는 불확실하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코로나19 관련 지원 의사도 밝혔지만 북한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의 분석이다. “미국이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북한과의 협상보다는 대중국 포위 전략의 틀 안에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럼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공조를 통해 공동전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북·중·러 진영 논리 안에서 중·러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자기 길을 모색할 것이란 얘기다. 자력의 길을 갈 때는 억지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 초석이 바로 핵이다. 핵실험은 핵보유국으로서 전략·전술 핵무기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보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핵실험을 통해 코로나19와 만성적인 식량난, 대북 제재에 따른 재정 문제 등으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는 등의 내부 결속 효과도 볼 수 있다.

■언제 할까

북한의 핵실험 시점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핵실험은 정치적 목적까지 고려한 행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이 의미를 부여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날짜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로 예상되는 노동당 전원회의 이전에 핵실험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핵실험을 통해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구도를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뒤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과거 북한의 도발 시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7~8월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무렵 등도 주요 시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는 규모가 확대되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이 훈련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도로 개설 작업에 참여한 양측 군인들이 2018년 11월 중순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부근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일 동시 핵무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과거 북한의 1~6차 핵실험 때마다 대북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5월 26일 북한의 ICBM 발사를 이유로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했지만 표결에서 중·러가 거부했다. 대북 제재 결의안 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1차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홍민 실장은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대항하는 대리전선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도 거부한다면, 한·일의 핵 보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한·미·일이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질주와 이에 대한 중·러의 방관적 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한·미·일이 이들의 셈법을 바꾸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일이 함께 핵을 가지면 일본의 재침 우려도 없고, 남북이 힘의 균형을 이뤄 북한이 남한을 ‘패싱’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 센터장은 주장했다. 북한의 전술핵을 미국의 핵우산으로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 센터장은 ‘비확산’ 정책이 확고한 미국이 반대할 것이란 지적에 “북·중·러 모두 핵을 가지고 있지만 한·미·일 중에는 미국만 핵을 가지고 있다. 핵을 가진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면 미국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면 한·미도 이에 대응해 군사행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한다는 등의 조치를 담은 2018년 9·19 군사합의까지 파기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남북 군인들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악수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대측 감시초소(GP)를 방문한 지 채 4년이 안 됐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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