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트레이서'로 본 OTT 시장 편성의 묘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2. 2. 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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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트레이서', 사진제공=웨이브

'편성의 묘'가 요즘처럼 중요한 때가 있었을까.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이자 MBC 금토극인 '트레이서'의 시즌2 편성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이밖에도 드라마 관계자들이 OTT드라마들의 편성에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임시완, 고아성, 손현주 등이 활약한 '트레이서'는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으며 호평 속에 지난달 29일 시즌1을 마쳤다. 그리고 오랜 공백 없이 이달중 시즌2 방영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웨이브와 MBC가 서로 다른 행보를 한다고 해서다.

MBC는 오는 25일부터 다시 금토극으로 주 2회 편성하기로 한 반면 웨이브에서는 이보다 한주 앞선 2월 18일에 시즌2 전회를 방영한다. MBC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으로 '트레이서' 시즌2는 뒤로 미루기로 했는데, 웨이브에서 미리 시즌2를 모두 풀어버리면 나중에 MBC에서 방송할 때는 김이 샐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웨이브는 시즌1 때에는 매주 금요일에 두 회씩 공개한 바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인 '트레이서'가 지난달 29일 분당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하고 전국 평균시청률 7%대로 인기를 끈 것은 MBC에서 방영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말 안방 여심을 뜨겁게 달궜던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바통을 이어받아 후광효과를 누렸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웨이브가 '트레이서' 시즌2 편성을 하면서 MBC를 배려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웨이브 오리지널인 이상 '트레이서' 시즌2 편성을 두고 웨이브에 딴지를 걸기는 무리한 감이 있다. 더욱이 '트레이서'는 지난해 웨이브에서 설립한 자체 스튜디오 '스튜디오웨이브'에서 처음으로 기획하고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다. 애초에 오리지널리티가 웨이브에 있는 것이다.

'트레이서'가 시즌1으로 인기몰이를 톡톡히 했으니 시즌2를 MBC에 앞서 전회 공개하면 웨이브로 시청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고 기대할 만도 하다.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았던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지상파 편성 연계 없이 웨이브에서만 독점공개한 것 치고는 앱 신규설치 등 유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

'트레이서', 사진제공=웨이브

그러니 '트레이서' 시즌2 편성은 웨이브가 이용자 확대 차원에서 놓치면 안 될 좋은 기회다. 편성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절호의 타이밍인 것이다.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느껴지는 지상파 3사만이 드라마를 방송하던 때에는 편성의 묘라고 해봤자 10분 일찍 시작하고 10분 늦게 끝나는 경쟁일 뿐이었다. 서로 시청률을 선점하기 위해 조금씩 일찍 드라마를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시청률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작들보다 조금더 늦게까지 방송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회 방영분이 50분 남짓이던 게 점점 늘어나 70여분에 이르게 됐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이러한 드라마 편성을 두고 매해 3사 드라마국장 간 협의를 하는 일이 관례가 되기에 이르렀다. 케이블 채널이 출범하고 케이블 드라마가 나오면서 새로운 시간대의 드라마가 탄생했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플랫폼의 출몰은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상파들은 공고했던 오후 10시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이리저리 옮겨보며 새로운 편성으로 안간힘을 썼지만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부터는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넥플릭스는 '킹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전회 동시 공개로 그동안 주1~2회 방영에 익숙하던 국내 드라마팬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했다.

OTT에서 드라마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일으키는지 깨달은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편성의 묘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특히 드라마 전회 동시 공개가 주 1~2회 방영보다 시청자 이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전개가 어려운 드라마일수록 한꺼번에 풀어야 연결해서 보면서 집중력을 흐리지 않을 수 있는데, 매주 1~2회씩 방송하면 감을 잃어 시청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해 김수현 차승원 주연작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쿠팡플레이의 '어느날'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범죄 스릴러물인 '어느날'이 묵직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8부작을 매주 1회 방영이 아닌 전회 동시 공개했더라면 좀더 파장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인 것이다. '어느날'로 쿠팡플레이의 신규가입자 증가율이 수직상승했다고는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입소문은 체감할 수 없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파친코', 사진제공=애플TV+

최근에는 디즈니+(디즈니 플러스)나 애플TV의 편성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디즈니+와 애플TV는 모두 전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모회사를 둔 글로벌 공룡으로서 국내에서도 가공할 위력을 뽐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국내 시청자 유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편성을 하지 않는 점에 실망하는 눈치다. 사전제작으로 전회 공개도 가능하고 다양한 편성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질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민호 윤여정 출연으로 관심이 쏠리는 애플TV '파친코'의 편성은 어떤 유의미한 효과를 일으킬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애플TV는 '파친코'를 오는 3월 25일 공개하면서 총 8회 중 첫 3회는 이날 선보이고 나머지는 매주 금요일 한편씩 내보내기로 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 입장에서는 애써 만든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더 빛을 보기를 희망하지 않을 수 없다. 잡음이나 논란은 피하되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입소문이 나고 인기를 끌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 첫 단추가 편성이다. 배가 언제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따라 파도를 잘 만나 순항할 수도, 침몰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무엇이 안전한 선택이고 무엇이 공격적인 도전인지는 제작사와 OTT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계산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트레이서'는 제작사 스튜디오웨이브나 OTT 웨이브의 간극이 크지 않은 만큼 시즌2 편성에 있어서 같은 입장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트레이서' 속 임시완이 맡은 황동주도 그런 말을 했다. "저를 이용해서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시죠"라고. 웨이브가 지금 가속이 잘 붙은 '트레이서'를 타고 높이 올라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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