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연의사각지대] '불편한 동행' 심석희-최민정, 본인들의 의지? '참어른'의 부재 아쉬움

권수연 2022. 4. 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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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시상식에 나란히 선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가장 왼쪽)가 땅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다시 대표팀에 함께 승선한 두 선수 사이는 천릿길보다 멀고 손톱 끝만큼 가깝다. 

지난 11일, 캐나다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경기에서 최민정(성남시청)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최민정은 복귀한 심석희(서울시청), 김아랑(고양시청), 서휘민(고려대)과 여자 계주 3,000m에서도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획득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은 대표팀의 성적보다 그 전후 사정에 쏠렸다. 심석희와 최민정의 '불편한 동행' 때문이었다.

앞서 심석희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표팀의 A코치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국가대표팀 동료 선수들을 모욕하고 고의적인 반칙을 논하는 내용이 드러났다. 

지난 2018년 2월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중 심석희(3번)와 최민정(6번)이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MHN스포츠 DB성대우 기자

이후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이 실제로 충돌해 넘어지며 의심이 더욱 불거졌다. 그러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연맹)의 사건 조사 결과, 고의충돌은 정황이 없다고 판단되어 마무리됐다. 

욕설과 비하, 조롱은 심석희 본인이 인정하며 소속사를 통해 반성 및 사과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도를 알렸다. 물론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은 최민정은 심석희의 접근 및 사과를 차단했다. 

그럼에도 심석희는 국가대표팀에 다시 복귀했다. 선수촌에 입촌하는 날까지 편지를 써오며 지속적으로 사과를 요청했고, 이마저도 힘겨운 최민정은 소속사측을 통해 아예 접근금지를 요청했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의 '불편한 동행'에 특히 주목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배에 탔을 때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살을 떼어내고 바라보면 남는 실체는 '흥미'였다. 사실상 당사자들을 빼면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고 올 성적에 대해서는 기대 혹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모두 최정상급 실력을 가진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대한 부담감때문일까, 아니면 몸이 덜 풀려서였을까. 심석희는 여자 계주 3,000m 종목을 제외하고는 큰 수확을 얻지 못했다. 500m와 1,000m 종목은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1,500m는 5위에 올랐으며 3,000m 슈퍼파이널은 7위에 그쳤다. 

예상대로 시상대 장면 또한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여자부 모든 선수들이 서로 금메달을 걸어주며 환하게 웃었다. 단 한 명, 심석희만이 금메달을 손에 꼭 쥐고 우울하고 굳은 표정으로 뒤에 서 있었다. 최민정 또한 심석희에게 별반 시선을 던져주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인과응보"라고 입을 모았다. 

쇼트트랙 대표팀 시상식 중 심석희(좌)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서휘민 [사진=SBS 방송화면]

다만, 대표팀의 맏언니 김아랑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곁에 있던 서휘민에게 귓속말로 '걸어줘'라고 한 마디를 건넸다. 서휘민은 빙그레 웃으며 심석희에게 메달을 걸어주었고 그제서야 심석희의 얼굴에도 약한 미소가 피었다. 냉정하던 여론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김아랑 역시 지난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심석희에게 모욕 및 비하를 당한 피해자다. 

이 장면을 통해 여론이 조금씩 갈렸다. '불쌍하니 심석희에게도 반성할 기회를 줘라'와, '같이 나가준 것만 해도 최민정이 대인배다'라는 의견이었다. 그 밖에 '공적인 자리니 형식으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라'라는 의견 또한 공존하는 상황이다.

물론 엄연히 피해자인 최민정이 가해자인 심석희를 용서할 '의무'는 없다. 김아랑이 착하고 최민정이 나쁜 것이 아니다. 최민정은 함께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일 뿐 누군가 강요할 수 없다. 심석희 역시도 자신이 비하한 피해자들 곁에서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야말로 여론의 폭격을 맞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볼 필요가 있다. 주역을 보지 말고 주역을 비추던 스포트라이트 이야기다. 모두가 그간 최민정과 심석희의 관계를 흥미 위주로만 비추고 갈등을 부각하기 바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용서와 화해를 바라거나, 혹은 바라지 않았던 '어른들의 의도' 또한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심석희의 안쓰러운 표정만을 보고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한 여론과, 선수들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얼굴 따가운 사실을 매일 보도하는 언론, 그리고 두 사람의 갈등을 공적인 자리에서 잘 다듬지 못해 전 세계에 보여준 소속사는 결국 선수들의 미래를 대변하지 못한다. 

심정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울 사람들은 선수 당사자들일 것이다. 가뜩이나 외나무다리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등을, 굳이 '재미' 혹은 '이익'만으로 떠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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