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재활 시설 해나무일터의 ‘프란치스꼬 빵집’에선 발달장애인 여성들이 빵을 굽는다. 먹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행복을 주는 공간이다. 발달장애인 여성들이 빵을 만드는 공정에 참여하면서 나날이 성취감과 소속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은정 씨는 프란치스꼬 빵집에 대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늘 불행한 건 아니에요. 이들이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프란치스꼬 빵집에선 여성 발달장애인들이 일하고 계시는데, 이분들을 중심으로 채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 복지시설의 운영 주체는 성프란치스코 수녀회예요. 수녀회의 정신에 따라 차별받는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어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대체로 여성과 관련한 복지사업을 지원해요. 저희는 그중에 직업 재활을 맡고 있어요.
빵집의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여느 회사와 비슷해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빵을 만들고, 오후 2시쯤이면 일과가 끝나거든요. 이후에는 복지시설에서 재활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요. 일하는 시간과 훈련하는 시간을 무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어려워요. 일하면서 훈련도 하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보내는 곳이에요.
입사하는 과정도 다른 회사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네. 다만 다른 점은 일차적으로 상담해서 구직자가 어떤 이력을 가졌고, 기존에 어떤 일을 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파악해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니까요. 장애를 가진 만큼 개인의 능력치가 다 다를 수 있거든요. 글자를 안다면 단어를 읽을 수 있는지, 문장을 파악할 수 있는지,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고 일주일 정도 현장에서 실전에 돌입해요. 장애인분도 이곳에서 일을 할지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저희도 그분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보고요.

정형화된 탈락 시스템은 없는 거군요.
네. 일할 수 있는 기준만 있어요. 각자 일을 수행하는 난이도는 다 다를 수는 있어요. 어떤 사람은 어려운 지시도 이해하고 따를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업무 파트가 세 분야로 나뉘거든요. 제빵 근로자가 10명, 단순 조립 근로자가 10명, 훈련생이 10명 있어요,
자랑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미술 활동과 공예 활동이 인기가 있어요. 최근에 시작한 프로그램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되어 표현해보는 활동이에요. 발달장애인은 특성상 자기표현을 조금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인을 편견 없이 대하는 공간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으실 것 같아요.
네. 기본적으로 발달장애인이 워낙 소수예요. 2021년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인구 중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 10%가 안 돼요. 지적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이분들이 선택할 기회,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되잖아요. 지금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같은 것이 많이 대두하고 있지만, 이미 성인기를 지난 분들은 과거에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요. 가정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스스럼없이 표현하지 못한다든가, 아니면 표현해도 그 의견이 지지받지 못한다든가 했던 거죠. 저희 시설에 오시는 분들은 집과 시설만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 외의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이런 관계를 구조적으로 만들어줘야 다른 사람들과 접촉 지점을 만들 수 있거든요.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그 경계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비장애인은 격리되거나 직장이나 학교에 갈 수 없을 때 SNS 등을 통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등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발달장애인들은 이런 기계를 사용하는 데도 제한이 있죠. 코로나19 첫해에는 3개월 정도 휴관했었어요. 그때 조사해보니 대다수가 그 3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장애인들은 구조적으로 외부와 쉽게 단절될 수밖에 없고, 이런 시설의 역할이 크다고 느꼈어요. 해나무일터의 가장 큰 목적은 매일 어딘가를 갈 수 있게 하고, 소속감을 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빵을 만드는 일이 발달장애인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정해진 재료를 넣고 정해진 작업을 수행해 정해진 시간을 지켰을 때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매일 숙련할 수 있고, 이 과정을 거치며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이 이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일을 함으로써 성장을 이루고, 본인이 와서 할 일이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누가 맛있게 먹었대요.” 하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듣게 되고요. 이런 과정이 동기부여가 되고, 자부심을 안겨주죠.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관계에서 직원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을 경계해요. 발달장애인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그 점을 바탕으로 대하는 걸 놓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동료로 인정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이 발달장애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공간만 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시간만 있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그나마 예전보다는 발달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평생교육센터 등이 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땅히 갈 데가 없거든요. 최종적으로는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하고 싶을 때 적절한 지원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이분들이 갈 수 있는 곳, 그런 선택지가 많아져야 해요.
사진제공. 프란치스코 빵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