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고기 쌈에 담긴 '엄마의 사랑'.. 평범한 삶 표현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2. 3.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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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바라기'의 삼겹살
10년 감옥생활 마치고 온 깡패 청년
새 가족과 '소소한 행복' 맛보지만
결국엔 새드엔딩.. 아련함 느껴져
호두과자·삼겹살·떡볶이·어묵..
친숙한 음식 통해 '소중한 일상' 대변
영화 ‘해바라기’의 한장면
개봉한 지 16년이 지나도 흥행성적보다 영화 자체가 기억되는 영화 ‘해라바기’는 김래원이 연기한 오태식의 주옥같은 대사들과 액션 씬이 지금까지도 패러디되는 명작이다. 10년이라는 옥중 생활 중 절실했던 평범함에 대한 그리움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으로 표현한 감독의 의중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영화 ‘해바라기’

김래원, 김해숙, 허이재 주연의 2006년 개봉 영화 ‘해바라기’는 주옥같은 명대사를 남긴 액션 영화다. 2006년 개봉 후 지금까지 매해 유행어와 패러디가 끊이지 않는다. ‘멍청한 건 나쁜거야 주변 사람 힘들게 하니깐’, ‘병진이 형은 나가, 나가 xx기 싫으면’,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등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영화 속 대사를 한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없을 정도다.

영화는 오태식이 10년 감옥 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호두과자를 먹으며 시작한다. 감옥생활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오래되고 낡은 수첩에 적혀 있던 ‘호두과자 먹기’를 지우며 세가지 다짐을 한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긴 감옥 생활은 10년 전 그 지역에서 유명했던 깡패 오태식의 삶을 후회와 번민으로 가득 채운 채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원동력만 남겨 놓았다. 그런 오태식을 받아준 건 해바라기 식당의 덕자와 딸 희주다. 오태식을 양자로 받아주며 따뜻한 밥을 해 먹이는 어머니 덕자, 오태식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주며 웃게 해 주는 희주 덕분에 오태식의 감정은 영화 제목이나 식당 이름처럼 환한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이 흘러가는 듯하다. 하지만 오태식의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10년 전 똘마니었던 부하들과 오태식의 감옥행을 사주한 악역 조판수의 계략으로 덕자는 자살로 위장돼 죽고, 희주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10년의 후회와 잠깐의 행복, 그리고 이어지는 절망은 영화를 보는 내내 한 남자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그렇게 잔잔하게 다가오다 확 몰아치는 파도처럼 펼쳐지는 마지막 액션 씬은 한국 영화에서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지 싶다.

영화 자체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상황에 맞는 명대사, 가끔씩 나오는 코믹 요소 등에 있다. 크게 웃거나 감동하지 않아도 여운이 주는 에너지 때문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음식… 호두과자, 삼겹살, 김장김치, 떡볶이, 어묵

우울한 영화지만 10년 동안 감옥에서 나온 오태식이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는 걸 보는 건 꽤 즐겁다. 주인공이 평범함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잔잔하게 다가온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먹는 호두과자, 식당 해바라기에서 덕자와 희주와 함께 먹는 삼겹살, 같이 살자고 말하며 김장을 하는 오태식과 덕자의 모습, 희주와 길을 가다 먹는 떡볶이와 어묵,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서 먹는 수박까지. 절실했던 평범한 삶을 누리는 주인공을 보면 그가 원했던 건 대단한 삶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간 날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자기가 누리는 어쩌면 평범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분에 겨운 것이 아닐까’하며 늘 눈치보는 그의 모습에 아련함마저 느껴진다. 소소하고 평범한 음식을 통해 지난 잘못에 대한 주인공의 후회를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족이 된 오태식과 삼겹살

오태식이 출소 후 가족이 된 덕자, 희주와 함께 먹는 첫 음식은 삼겹살이다. 거창한 소고기도 아니고 서민의 대표 음식인 삼겹살을 보여주는 것도 감독의 의도 아닐까 싶다. 덕자는 태식에게 구운 삼겹살을 상추에 올려 한입 가득 싸 주는데, 고기 위에 올린 쌈장의 양이 가히 심상치 않다. 밥과 상추, 고기의 양을 보았을 때에 밸런스가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주 3회 이상 삼겹살을 먹는 마니아로서 ‘저건 분명 짜겠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입에 들어가기 어려운 그 쌈을 어머니가 건네자 오태식은 꾸역꾸역 먹는다. 과한 사랑이라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아가면서라도 쌈을 먹어야 한다는 태식의 행동은 조금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삼겹살은 우리에게 정말 친숙하고 사랑받는 돼지 고기 부위다. 술 한잔 하기에 가장 만만하며 호불호가 거의 없는, 우리들의 삶 속에 녹아든 메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외식 메뉴의 대표주자인 불고기, 갈비와 더불어 가족 외식이나 회식 문화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삽겹살은 1970년 중반부터 양돈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돼지는 잔반 같은 찌꺼기를 먹여 키우며 거세하지 않아 특유의 누린내가 심했다. 지금처럼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돼지고기보다 소고기를 선호하는 문화가 짙었다. 일제 시대 때에는 한우를 수탈해가며 대체육으로 돼지를 선택하도록 양돈 사업을 장려했다고 한다.
■삼겹살 크림 파스타 만들기

<재료>

삼겹살 50g, 생크림 50㎖, 우유 100㎖, 치킨육수 100㎖,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30g, 계란 노른자 1개, 소금, 후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그라나 파다노 치즈, 마늘, 퓨어 올리브 오일 15㎖

<만들기>

① 팬에 기름을 두르고 편 썬 마늘과 작게 손질한 삼겹살을 노릇하게 볶는다. ② 키친 타월로 팬의 기름을 제거한 뒤 치킨 육수를 넣고 자작하게 끓인다. 우유와 크림을 넣고 끓인 뒤 소금 간을 하고 면을 넣어 버무린다. ③ 소스의 농도가 짙어지면 후추를 뿌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접시에 옮긴 뒤 노른자를 올리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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