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terview] 정근우

조회수 2022. 4.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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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Part. 2

정근우는 뭘 해도 성공할 거란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그가 이제껏 팬들에게 보여준 모습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KBO리그 최고의 2루수로도 모자라 악마의 2루수란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얻기까지 그가 흘린 피, 땀, 눈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모든 선수가 두려워하는 김성근 표 지옥의 펑고도 주저없이 해냈고, 3번이나 입스(Yips, 심리적 요소로 공을 정확히 던지지 못하는 증상)가 찾아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했다.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넓은 수비 범위와 장타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축 선수로 나서서 9전 전승 ‘퍼펙트 골드’를 이끌었던 건 여전히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랬던 우리들의 레전드는 이제 그라운드와 아름다운 작별을 하고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근우 Part. 2’. 인생 제2막의 장에 돌입한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ojeong Park Location BRION Company

#우리들의 레전드

전설을 만나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KBO리그 역사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이들에게서 듣는 얘기는 무엇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중하다. 그 속엔 레전드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고군분투하면서 쌓아온 신념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그라운드를 떠난 지 1년이 넘어가는 정근우가 자신의 고향인 KBO리그에, 또 후배들에게 어떤 교훈을 전해줄지 궁금증을 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늘 그래온 것처럼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워요! 정근우를 그리워하는 팬들께 오랜만에 자기소개 한번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전직 야구선수이자 현재는 야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정근우입니다. (야구선수와 방송인 둘 중 어떤 타이틀로 소개할지 궁금했어요. 스스로 방송인이라는 표현은 안 쓰네요?) 절 방송인이라고 하긴 어색한 감이 있어요. 아직까진 제가 야구선수 티를 못 벗었어요. (웃음)

은퇴 후 근황이 궁금해요.

요즘 야구와 관련된 ‘야구 이슈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요. 또 야구 칼럼도 쓰고, ‘올 탁구나!’라는 탁구 예능을 비롯해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어요. 곧 ‘청춘 야구단’을 포함해서 야구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오랜 기간 활약했던 SK 와이번스가 SSG 랜더스로 팀명이 바뀌었죠. 변화가 생긴 친정 팀을 방문해 본 적 있나요?

당연하죠. 제 오랜 친구인 추신수가 SSG에 입단한 게 계기가 돼서 더 친근하고 편한 팀이 됐어요. 팀명은 바뀌었더라도 김원형 감독님을 포함해 SK 시절 같이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을 여럿 만나서 “여기 와이번스 아냐?” 하고 헷갈릴 정도였어요. 다들 반갑게 인사하고 왔습니다.

구단명이 바뀌면서 ‘SK 역사상 최고의 2루수’라는 타이틀은 영원히 본인 거네요. 내심 뿌듯하겠어요.

정말 만족해요. 제가 한창 활약할 때가 SK 왕조 시절이라 불릴 시기였는데 그런 순간에 팀의 중심 선수였잖아요. 그때 2루수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팀이 없어져서 좀 아쉽지만, SK 역사상 영원히 남을 최고의 2루수라는 타이틀에 행복합니다.

곧 방영될 TV 프로그램 ‘청춘 야구단’에서 재기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가 된다고 해요. 멘토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은퇴한 뒤에 야구 현장 밖에서 지내다 보니까 오히려 야구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현역 시절 지도자들이 이런 가르침을 줬으면 좋겠다고 느꼈던 점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줄 거예요. 실제로 방송 촬영을 하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롭게 발걸음을 내딛는 선수들이 제 멘토링을 통해 좀 더 즐거운 야구를 했으면 해요. 그러면서 야구를 하는 게 매우 행복한 것이고 인생이 아름답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지도자로서의 첫걸음인 셈이라 감회가 남다르겠네요.

좋은 경험이자 기회니까 일단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할 거예요. 그저 방송이라고 여기기보단 후배들에게 올바르고, 정직하게 가르침을 주는 멘토 역할을 하겠습니다. 김병현 감독님과 코치진이 멋지게 한번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퍼펙트 골드의 기적을 만들어낸 멤버가 보기에 현재 KBO리그 각 팀의 주축 선수가 된 베이징 키즈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제가 선수로 활약할 당시의 한국 야구는 황금 세대라고도 불렸어요. 맞죠? (자랑)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요. 반면 최근 국가대표 후배들의 성적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론 좀 아쉽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번에 허구연 해설위원님이 KBO 총재가 될 확률이 높아서 야구인 출신들이 KBO리그의 틀을 잡으면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거예요. 그러면 팬층도 두꺼워지고, 선수들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좋아질 겁니다. 지금은 그런 과도기인 거 같은데, 이 순간을 넘어가면 다시 한번 우리 후배들이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거로 믿습니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으로서 지난 2020 도쿄 올림픽도 유심 깊게 지켜봤을 텐데요.

베이징 올림픽 때 9전 전승이라는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이후에 한국 야구 대표팀의 국제대회 메달권 진입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하지만 국제대회는 운도 잘 따라줘야 해서 아쉽게 동메달을 딸 수도 있고, 메달권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한편으론 전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대회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준비했는지 주의 깊게 봤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과도기는 분명 존재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수들은 매일같이 계속 연습해요. 후배들이 지난 아픔을 딛고 다음번에는 같은 수순을 밟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크게 기대돼요.

올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려요. 출전할 후배들에게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해준다면요?

이번에 만 23세 이하 선수들로 나이 제한을 걸고 와일드카드 3명이 들어가잖아요. 와일드카드로 투입되는 베테랑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중요해요. 그와 별개로 제가 요즘 프로 1, 2년 차 후배들을 보면서 ‘야구에 대한 진정성이나 실력이 대단한 친구들이 많구나’ 하고 느껴요. 그래서 나이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우리나라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국제대회에 나가서 어마어마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꿈, 희망, 전진

정근우가 방송계 진출을 결심했을 때 그의 의중이 궁금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그는 자신만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큰 그림이란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는 것과 동시에 훗날 은퇴하는 후배들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놓는 것이다. 더불어 예전 같지 않게 시들해진 관심으로 위기에 놓인 KBO리그를 위해 방송 출연으로 야구를 홍보하며 화룡점정을 찍고자 했다.

최근 브리온컴퍼니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방송계로의 적극적인 도전을 선언했어요. 새로운 무대에 진출하는 것에 있어서 주저함은 없었나요?

여태껏 제가 해온 선택들은 다 제 주도하에 결정해왔어요. 야구를 하기로 한 것부터 은퇴 시점을 정하는 것까지요. 방송인 도전도 제가 선택한 거라서 후회 안 합니다.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봤던 분야에 시도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었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을 주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방송을 하는 요즘은 가족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었거든요. 방송과 야구를 같이 다루면서 가족과도 함께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합니다.

현재 활발히 방송 나들이를 하고 있어요. 선수 생활과 방송 촬영 중 어떤 게 더 힘드나요?

솔직히 이때까진 야구가 제일 바쁘고 힘든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계로 오니까 새로운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고요. 은퇴 직후에는 방송 섭외도 좀처럼 안 들어오고 야구 유튜브만 하다 보니 초조해졌어요. 그러다 출연 제의를 받아서 나가게 됐는데 녹화 시간이 예상보다 길더라고요. 하나의 프로그램을 TV에 송출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일은 뭐든지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도 들면서 ‘야구 경기를 할 때 슬럼프를 이겨낸 것처럼 다시 한번 극복해보자!’ 하고 다짐하기도 했어요. (도전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죠. 그래도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면서 이젠 흥미도 느끼고 있겠죠?) 전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되게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이제는 촬영이 10시간을 훌쩍 넘어가도 힘들다기보다 색다르고 재밌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은 행복하죠.

메인 출연자로 참여한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을 흥미롭게 봤어요. 아쉽게 탈락하긴 했지만, 맏형답게 타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고 순수하게 대하는 이미지가 눈에 띄었어요.

‘피의 게임’은 제2의 인생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선수 막바지에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를 더 기민한 사람으로 변화시켜줄 뭔가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참에 어떤 게임을 할지, 타 출연자는 누군지 전혀 모른 채 출연하게 됐죠.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임하려고 했는데 선수 시절 주장으로서의 습관들이 저절로 나왔어요. 앞장서서 팀원들을 이끌어가는 거나 배려하는 행동이요. 한편으론 저와 함께 ‘정덱재 연합’이라 불린 덱스와 박재일이 워낙 게임 운영을 잘해서 다들 끈끈하게 뭉치다 보니 저도 좋은 모습으로 비친 거 같아요. (‘피의 게임’ 출연에 만족하나 봐요?) 지인들이 다들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부터도 프로그램에 아주 만족했어요. 사실 유튜버 진용진 씨가 연출에 참여했다고 해서 ‘머니 게임’ 같은 스타일로 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온전히 같은 프로그램은 아니라서 순조롭게 촬영했어요. 참가하길 잘했다고 봅니다.

서바이벌 외에도 골프, 탁구 같은 스포츠 종목을 주제로 한 방송도 출연 중이에요. 새로운 운동을 접하다 보면 본인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전혀요. ‘야구 하길 잘했구나’란 생각을 매번 할 정도로 제가 이렇게 스포츠에 재능이 없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이전에 지인들과 골프를 칠 때는 곧잘 쳤는데,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하다 보면 제대로 된 샷이 안 나와요. 잘 치고 싶다는 욕심이나 포섬 게임 때 파트너에게 좋은 포지션에 공을 놔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서 심리적 부담감이 생기거든요. 야구 경기를 할 땐 부담을 잘 이겨냈는데 말이에요. 탁구도 ‘날아오는 공을 그냥 치면 되지’하는 안일한 자세로 접근했다가 큰코다치는 중입니다.

‘악바리’ 정근우라 뭐든 잘할 거로 예상했는데 초반이라 적응단계인가 보네요. 선수가 아닌 인간 정근우의 모습을 가장 잘 담은 프로그램을 꼽자면 어떤 걸까요?

당연히 ‘피의 게임’이죠. 촬영하는 24시간 내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서 절 비롯한 모든 출연자가 어느 순간부터는 온전하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촬영장에서 그냥 일상생활을 하듯 행동했어요. 그러다 서로 경쟁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면서요. 방송에서는 어떻게 비쳤을지 몰라도 다들 착했어요. 지금도 서로 연락하고 지냅니다.

TV에 출연하려면 의상 코디나 메이크업도 받잖아요. 스케줄 관리도 해야 하고요. 아무래도 예전과 지금의 삶엔 많은 차이가 있겠죠?

방송 모니터링을 할 때 제 모습을 보면 화장이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웃음) 선수 시절 중계화면 속의 저와는 달라서 되게 낯설어요. 소속사와 계약한 이후에는 매니저가 아침에 데리러 와서 제 옆에서 계속 서포트를 해주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 해봐요. 메이크업 받고 스케줄 얘길 들을 땐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고 어색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여기에서의 제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라 정말 재밌고 소소한 행복도 느껴요. 그래서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방송인이 된 지 1년이 지났어도 신인의 마음이네요.) 오늘 인터뷰를 위해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항상 그렇듯 생소하고 아직은 적응이 잘 안 돼요.

워낙 평판이 좋아서 전문 방송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인이 많을 거 같아요.

그동안 제가 진실성 있게 야구를 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보여드려서 그런지 다들 호의적으로 대해주세요. 메인 출연자든 게스트든 좋은 역할로 출연을 제의해 주시고 카메라로도 잘 찍어주시더라고요.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축구나 농구 관련 예능은 최근에도 자주 나오고 있는데 야구 관련 프로그램은 흔치 않아서 아쉬웠어요. 예전에 ‘천하무적 야구단’도 있었지만, 공중파 채널에서 전문적인 야구 방송을 진행하면 매우 재밌을 거란 생각을 해왔어요. 어떤 그림이 나올지도 궁금했고요. 올해 ‘청춘 야구단’에 출연하게 돼서 아주 기대하고 설레고 있습니다.

혹시 방송계 쪽으로 오면 대성할 거 같은 동료나 후배가 있나요?

추신수? (예능감이 있나요?) 농담이에요. 예능감이 전혀 없어서 방송이랑 안 맞아요. 신수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잘 이끌어 나가야 할 인물이에요. 또 전 아직 누가 방송계와 어울릴지 판단할 정도가 아니에요. 그저 저를 포함한 선배들은 여러 방면의 길을 개척해서 후배들이 은퇴 후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아야 해요.

직접 경험해본 결과 야구선수와 방송인 중 자녀나 지인에게 좀 더 추천하고 싶은 직업은 뭔가요?

전 추천은 안 해요. (단호) 추천하기보단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걸 하도록 존중해주는 성격이에요.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할 거예요. 뭘 좋아하는지는 본인이 알아서 선택하십시오! (자녀들은 어떤 걸 좋아하나요?) 딸은 운동을 좋아해서 지금 피겨 스케이팅 선수예요. 첫째 아들은 야구를 하다 그만둬서 공부하고 있고요. 어릴 때 절 보며 커서 야구를 해야지만 아빠처럼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점점 크면서 본인은 야구와 안 맞는다고 느꼈나 봐요. 그래서 대화해보니 공부를 하고 싶대요. 둘째 아들은 정말 운동과는 무관해서 앞만 보고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야구는 내 전부

야구와 방송 외에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요?

아휴, 다른 데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어요. 정말로! 야구 유튜브와 칼럼 때문에 선수 때보다 더 공들여서 야구 공부를 하고 있어요. 또 방송도 새로 접해보는 스포츠 종목 위주로 출연하다 보니 노력을 많이 해야 해요. ‘올 탁구나!’를 위해서 하루에 3, 4시간씩 탁구 연습을 하고 개인지도도 받아요. 그래서 다른 걸 할 엄두가 안 나요.

야구 칼럼도 열심히 쓰고 있어요. 선수들의 심리 안정에 관한 칼럼이 흥미로웠어요.

선수들은 매 순간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하지만, 야구가 기록경기다 보니까 성적이 안 좋으면 불안감도 생기고 쫓기게 돼요. 그래서 불안 요소들을 빨리 잊고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스리는 게 필요해요. 투수든 야수든 항상 본인이 어떻게 해야 편안한 자세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지, 자기 나름의 리듬을 어떻게 찾아 나갈지에 대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봐야 해요.

한화 이글스의 정은원을 비롯해 정근우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후배가 많아요. 본인의 뒤를 잇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뭘까요. 역시 근성과 열정인가요?

선수 시절 때 어느 선까지는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도전했는데 그 선을 넘고 나면 서서히 자만심이 생기더라고요. 자만하다 보면 나태해져서 실력이 떨어지고 도태돼 한순간에 자리를 뺏길 수 있어요. 또 항상 부상의 위험도 있어서 경기를 못 뛰게 될 수도 있죠. 그래서 마냥 ‘이 자리는 영원히 내 거다’란 생각보단 매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게 필요해요.

나름의 야구 철학이 있고 아직도 연구를 멈추지 않아서 배울 점이 아주 많아 보여요. 조언을 듣고자 먼저 연락하는 후배도 많을 텐데요.

LG 트윈스에 있었던 기간은 1년 남짓이지만, 김현수, 오지환 등 여러 선수가 연락이 와요. 한화에서는 (하)주석이가 연락하고요. SSG는 제가 워낙 오래 있어서 그런지 최정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랑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절 어려워하지 않고 먼저 연락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니 고맙죠. 얼마 전엔 주석이가 “주장으로서 이런 점이 힘듭니다” 하고 고민 상담을 했던 적이 있어요. 한층 더 커가는 과정을 겪고 있단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얘기해주고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줬죠. 절 뛰어넘는 주장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도 해줬고요.

최근 자주 오르내리는 KBO리그 위기설도 들어봤을 텐데요.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로서 리그가 다시 호황을 누리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일단 코로나19로 발생한 경제, 사회적인 침체가 풀려야 해요. 팬데믹으로 국민 삶 자체도 힘들고 리그 운영에 대한 제약도 많잖아요. 장기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하고 리그 운영 방식도 왔다 갔다 하면서 선수들의 긴장감이 많이 다운돼 있어서 악순환이 반복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과 같이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해요.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팬과 선수들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서 함께 어울릴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예전처럼 팬 사인회나 포토타임 같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팬들도 야구장을 자주 찾아 주시겠죠. 그럼 선수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에 임할 테고, 다시 리그가 흥행하며 성적도 따라올 겁니다.

앞에서도 리그를 향한 지원의 중요성을 언급했어요. 이제 새로운 KBO 총재가 부임하고 리그 운영에도 여러 변화가 있을 텐데,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하나요?

허구연 해설위원님이 야구장 시설 개선을 비롯해 구장 운영에 관한 구단과 관계 기관 간의 갈등 해결 등을 공약으로 말씀했어요. 해설위원님은 예전부터 야구와 관련해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신 분이니 현장의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지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현장 경험을 살려 발로 뛰는 총재님이 돼서 KBO리그가 시설 및 운영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그런 무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게 느껴져요. 만약 KBO리그에 복귀한다면 언제쯤이 좋겠다고 구상해본 적 있나요?

예전부터 목표를 세울 때 시기를 언제라고 정해본 적이 없어요. 일단 제게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가 문득 ‘이제 때가 왔구나’라는 마음이 들 때 결정을 하곤 해요. 은퇴할 때도 그랬어요. 현재는 말씀드렸듯이 여러 가지에 최선을 다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KBO리그로의 복귀에 대해 생각을 못 해봤어요. 언젠가 늘 그래온 것처럼 다시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거라 봅니다.

요즘은 거리를 좀 두고 있지만, 정근우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 모든 것이죠. 항상 내일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고 계속 성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단 목표를 심어 준 게 야구예요. 1등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했고, 1등이 돼도 또 다른 1등을 이기기 위해 언제나 도전하게 하면서 오늘의 저를 있게 해줬죠. 또 야구를 통해서 돈도 벌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정말 제겐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물 같은 존재예요.

끝으로 KBO리그 전설의 2루수이자 새내기 방송인인 정근우를 응원하는 팬들께 인사하고 마칠게요.

선수 시절에 무엇이든 열심히 하던, 악바리 같던 ‘전설의 2루수’ 정근우입니다. 때론 꼴통 짓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욕심이 생겨 무모했던 것 같습니다.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야구라는 존재가 제겐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지금까지도 매 순간 챙겨볼 수밖에 없는 대상입니다.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예요. 현재는 잠깐 야구와 멀어져 방송인으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만큼, 경기할 때와 같은 악바리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충하는 게 아닌 근성 있는 자세로 팬들께 방송이든 야구든 어느 쪽에서도 다 사랑받고 인정받는 정근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BTS의 노래 중 ‘EPILOGUE : Young Forever’의 가사다. 은퇴 후에도 유튜브 채널 운영, 칼럼 기고, 방송 활동 등 다양한 도전을 하는 정근우를 보며 머릿속에서 계속 이 노랫말이 떠올랐다. 한평생을 바치던 곳에서 나왔을 때의 공허함, 무기력함, 초조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는 새로운 곳으로 발을 디뎠다. 아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이지만, 근성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이기에 늘 그랬던 것처럼 잘 헤쳐나갈 수 있다.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배우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함에도 싱긋 웃어버리는 그는 ‘난 아직 젊다’라는 마인드다. 마치 우리에게 이 문장을 던져주는 듯하다. “우리는 가장 젊은 오늘을 살고 있고, 도전하는 그대들은 언제나 아름답다”라고.

▲ 더그아웃 매거진 13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2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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