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꿈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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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냐는 질문을 처음 들은 건 35년 전이다. 선생은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다. “대통령”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모든 교실에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던 시대다. 아이들은 매일 보는 인물을 우상으로 선택하게 마련이다. “과학자”라는 둘째로 많은 답변 속에서 나는 제법 구체적인 답변을 꺼냈다. “외교관요!” 아버지는 외항선 선장이었다.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에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었다. 외교관은 선장보다 덜 고생하며 세계를 마음껏 다닐 수 있다고 했다. 딱 맞는 직업이라 확신했다. 어머니는 그로부터 십여 년 동안 아들이 외무고시에서 장원급제해 출세라도 할까 기대하셨을 텐데 이 지면을 통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꿈이 뭐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들은 건 회사를 그만둔 뒤였다. 어른의 대화로 재현하자면 “넌 이제 하고 싶은 게 뭐야?”였다. 결국 꿈이 뭐냐는 소리다. 작은 뉴미디어를 만들어볼까? 아니야. 그 시장은 포화니까 유튜브로 먹고살아야겠어. 하지만 유튜브도 포화상태인데 그걸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할까? 검색해보니 외무고시 응시 제한 나이도 2009년에 사라졌다. 그렇다면 외교관? 나는 좌절했다. 지나치게 큰 꿈들이 쌍라이트를 켜고 돌진해오는 걸 보면서도 겁에 질려 오도 가도 못하는 고라니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내 꿈은 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오랜 꿈 중 하나는 뉴질랜드에 가서 멸종 직전 앵무새 ‘카카포’를 보는 것이다. 그거야말로 꿈다운 꿈이지만 나는 어쩐지 덜 어른스러워 보일까 카카포라는 이름을 좀처럼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후회한다. 사실 한 인간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건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큰 꿈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작은 꿈들일 것이다. 홍해에서 고래상어와 헤엄을 치는 것, 북극에서 오로라를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어른스러운 답변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당신은 “내 꿈은 대통령”이라 외치던 시절로부터 지나치게 자랐다. 아이들은 더는 대통령의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재조정할 시기가 당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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