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서는 왜 4000원짜리 물건을 안팔까?

뭐든지 필요한 건 다 있어서 다이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런 것까지 파나 싶을만큼 신기한 게 많고, 저렴한 가격에 각종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 미국의 달러 제너럴, 일본의 100엔샵 등 균일 가격 유통업체 모델을 한국에 들여온 것인데 1997년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아스코 이븐 프라자’라는 이름으로 첫 매장을 냈으니 곧 25년이 되는 가게다.
그런데 유튜브 댓글로 “다이소에는 4000원짜리 상품이 없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을 때 아차 싶었다. 당장 매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했는데 정말로 다이소에는 4000원 제품이 없더라. 그러니까 다이소에서 4000원에 물건 사 왔다고 하면 의심해봐야 한다는 얘기. 3000원짜리와 5000원짜리는 있는데 4000원짜리만 없는 배경에 숨어있는 균일 가격 책정이라는 다이소 고유의 마케팅 전략도 함께 취재했으니 영상을 끝까지 시청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이소에 없는 4000원짜리 제품

서울 서대문구의 한 다이소 매장. 18㎝ 프라이팬 3000원, 24㎝ 프라이팬 5000원, 네모 쟁반 5000원, 둥근 쟁반 3000원, 칫솔 8개입 2000원, 머그컵 1000원, 살균 소독제 1500원. 어..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4000원 제품은 없네?

정말 다이소에는 4000원 제품이 없을까. 다이소에 직접 연락해 물어봤다.

돌아온 공식 답변은 ‘네 없습니다.’

다이소에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6개 가격밖에 없다고 한다. 직접 찾아가서 둘러보니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제품이 많고 500원 1500원 제품은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

그럼 왜 3000원, 5000원 제품은 있고 4000원 제품은 없을까? 설마 ‘죽을 사(死)’자 때문은 아니겠지? 다이소 관계자는 “죽을 사(死)자 때문은 절대 아니고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4000원대 제품이 많이 없어서 취급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시중가격으로는 4000원에 해당하는 제품들이 드물게 있는데 AAA 사이즈 건전지 20개짜리 묶음, 자전거용 벨, 피규어 케이스 이런거다. 그런데 이마저도 3000원에 팔기 위해 훨씬 더 많이 할인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래, 4000원대 제품이 많이 없으니 가격대를 없애버렸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굳이 다이소는 가격대를 6가지로 단순화했을까. 이건 조금 의미 있는 내용인데 ‘균일 가격 유통 정책’ 때문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1200원, 2400원, 3300원, 5600원 등 제품마다 다른 가격을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 딱 끊어서 몇 개 안 되는 가격대로 판다는 뜻이다. 심지어 4000원은 아예 없애버렸다. 소비자의 가격 선택권을 제한시킨 건데 이게 오히려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균일 가격 유통 정책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소비자심리학 분야에서 저명한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선택 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이 어렵습니다. 그게 바로 선택의 결정 어려움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이게 쉽지가 않아요. 소비자로 하여금 복잡하게 머릴 쓰지 않도록 해주는 거예요”

물건도 너무 다양한 가격대가 있으면 소비자가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는 얘기. 또 이건 조금 어려운 얘기인데 1100원쯤 하는 제품을 1000원에 내놓으면 소비자는 100원 할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1000원을 1100원이다 1200원이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 1000원 해놓으면 뒤가 없잖아요. 바로 그걸 통해서 기껏 해봐야 100원의 차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굉장히 큰 차이로 등장을 하는 거예요”

정리하자면 1997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 13평 매장에서 시작한 다이소는 이런 간단한 마케팅 전략을 핵심으로 오늘날 1300호 개점을 돌파했다. 때론 심플한 게 더 좋다는 얘기. 근데 나도 다이소를 애용하긴 하지만 싸다고 무턱대고 이것저것 사다보면 계획했던 지출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더라. 다이소가 이런 걸 노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