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인정 5년으로 연장될까?..취준생·사교육계 '동상이몽'

토익(TOEIC) 4만8000원,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 7만7000원, 한국사능력시험 2만2000원, 컴퓨터활용능력시험 4만1500원(필기·실기).

취업 ‘필수 스펙’으로 꼽히는 이 시험들을 치르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수험생들은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고, 설사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성적 인정 기간이 지나면 조회가 불가능해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죠. 그런데 이 시험들의 공인성적 인정 기간은 통상 2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공시생·취준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토익과 한국사능력시험 등의 성적 인정 기간을 최장 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취업 필수 스펙으로 꼽히는 토익, 한국사능력시험은 취준생에겐 비용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큰 부담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런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공익성적 인정기간을 연장하는 공약을 내놨다. /SBS 드라마 홈페이지 캡처

◇토익 인정 기간 2년→5년으로 연장될까?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11일 토익과 한국사능력시험 등 공인성적 인정기간을 통상 2년에서 최장 5년까지 연장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외국어와 한국사능력시험 등 공인성적은 채용시장에서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는데요. 하지만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2년에 불과한 공인성적 인정 기간은 다소 짧다는 지적이 많았지요.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는 등 채용시장이 크게 얼어붙으며 취업준비생들의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약이 시행되면 청년들은 ‘필수 스펙’인 공인성적을 갱신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고, 시험 응시료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도 크게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가 실시한 공인성적 인정기간 연장 설문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약 75.1%의 수험생이 영어·외국어 공인성적 인정기간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인성적 인정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전체 수험생들이 절감할 수 있는 응시료는 1년에 약 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네요.

서울 한 대형 서점에 취업 준비 교재가 진열돼 있다. /조선 DB

윤 당선인의 공약은 현행 일부 공무원(5급, 7급, 외교관 등) 채용에만 적용되는 5년의 공인성적 인정기간을 공공부문 채용 전면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민간기업은 공인성적 인정기간을 자율적으로 연장하도록 유도해 공시생과 취준생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고요.

구체적 시행방안도 제시했는데요. 토익, 토플 등 자체 인정 기간이 2년인 시험은 인정 기간이 지나면 성적 조회를 할 수 없습니다. 인정 기간 만료 전에 공인성적을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시스템에 사전 등록하도록 해 정부가 최대 5년까지 이 성적은 보증,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안입니다.

또 기업이 자율적으로 통상 2년인 공인성적 인정 기간을 3년에서 5년 등으로 연장하면, 정부 지원사업 및 우수기업 인증제도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공인성적 기간 연장 공약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공약 실현에 대한 취준생에 기대가 큰 만큼 조만간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취준생은 환영, 사교육계·기업은…

윤 당선인의 공인성적 연장 공약을 둘러싼 취준생과 사교육 업계, 기업의 입장은 다소 엇갈립니다.

2021년 7월 기준 청년 취업준비생 수는 역대 최대인 86만명까지 늘어났는데요.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과 심리적 부담은 커졌지요. 2021년 5월에는 토익 응시료가 4만5000원에서 48000원으로 7.8% 인상되기도 했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시험 필기시험 응시료도 1만78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실기 응시료는 2만1000원에서 2만2500원으로 각각 6.7%, 7.1% 인상됐습니다. 취준생들이 여러 차례 시험에 응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부로 느끼는 시험료 인상 부담은 이보다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취준생 700여명을 조사한 결과 매달 취업 비용으로 평균 31만2000원을 쓴다고 합니다. 취업 비용은 자격증 취득, 필기시험 강의 및 교재 구입, 토익 등 공인 어학 점수 취득 순으로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은 취업 준비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부담을 느끼는 취업 준비 비용으로는 자격증 취득, 토익 등 공인 어학점수 취득, 필기시험 강의 및 교재 구입 순이라는 답변이 나왔고요.

강의실에서 토익 수업을 듣는 학생들 모습./조선DB

시험의 부담을 던다는 측면에서 취준생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한솔(28)씨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토익 유효 기간이 다가오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공약을 듣고 반가웠다”며 “공인 성적 인정 기한이 연장되면 심리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부담을 덜고 취업에 필요한 다른 준비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취업 커뮤니티 등에도 “꼭 이행됐으면 좋겠다” “공인성적 인정 기간을 연장해주는 기업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반면 토익 등 사교육 업계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입장입니다. 한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토익 등 취업과 관련된 시험들의 인정 기간이 5년으로 늘면 시험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강의 판매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미 코로나 19로 토익과 사교육계 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학원 수강생마저 더 줄어들까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기업과 채용 관련 업계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한 인사 담당자는 “기업이 2년마다 갱신된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건 이 수험생이 당장 영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적 인정 기간이 5년으로 연장되면 평가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획기적이고 영어 실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업종이라면 기한 연장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인성적 기한 연장 공약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민간기업의 참여가 중요해 보입니다. 이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큰데요. 윤 당선인이 기업에 어떤 당근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일각에선 토익 점수가 이미 보편화돼 변별력이 크지 않은 만큼 오히려 기업이 실무에 필요한 다른 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