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경제적 빈곤·1인 가구..코로나 사망? 고독사가 더 많다

류지민 2022. 1. 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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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무서운 고립 사회

직장인 6년 차 최기태 씨(가명·35)는 요즘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말하는 법을 잊어버릴까 두려워서다. 개발자인 최 씨는 일주일 내내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끼니는 대부분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고,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한다. 하루 종일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적잖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이러다 벙어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적막한 방 안에서 몇 시간이고 키보드 소리만 듣다 보면 갑자기 우울한 기분이 덮쳐와 혼잣말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확산된 비대면 문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자가 격리,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만남의 기회가 극도로 줄어들었다. 정부의 방역 지침뿐 아니라 감염을 우려한 자발적 거리두기도 이어졌다. ‘각자도생’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타인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례한 일로 간주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사회 변화를 ‘나노 사회’로 정의했다. 공동체가 유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개인 단위로 파편화돼 각자 섬처럼 고립된다는 의미다.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관계의 최소 단위인 ‘가족’을 형성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30대 남성 가운데 미혼자 비중은 50.8%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30대 여성도 33.6%로 3명 중 1명은 미혼자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 현상은 크게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역대 최고에 달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인적·경제적·정신적 도움을 구할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2년 주기로 조사하는데 2019년(27.7%)보다 6.4%포인트 증가했다. 국민 3명 중 1명은 고립 상태에 놓여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가 1인 가구, 고령층 증가와 맞물리면서 고립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27.2%, 우울할 때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자는 20.7%였다. 모두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고립도가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50대의 경우 37.1%가, 60세 이상에서는 41.6%가 사회적 고립 상태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한 해에만 1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쌓아놓는 것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나아가 고독사의 전조다. 사진은 고독사 현장의 모습. (에버그린 제공)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 극대화

IT 고도화·경제적 불평등이 영향

코로나19로 고립도가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OECD 가입 국가 중 고령화 속도 1위, 혼인율과 출산율 최하위인 한국은 한 해에만 1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혼자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글로벌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한국인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8%를 기록했다. 영국 34%, 캐나다·미국 31%, 독일·중국 26%, 일본 16% 등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한국인이 많은 것은 급격한 도시화와 기술 발전,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IT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앱 설치 수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는 상대적으로 더 쉽게 도입됐고,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고령층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6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16년 74.5%에서 크게 증가한 91.5%로 나타났다. 유튜브를 하루에 한 번 이상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83%에 달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이용이 일시적인 외로움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실제 만남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유튜브처럼 일방적인 정보 전달성이 강한 소셜미디어의 경우 외로움을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셜미디어 이용과 외로움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도로 유튜브를 장시간 시청할 경우 외로움과 무력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빈곤도 외로움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펴낸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664만3000가구로 전체의 31.7%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경제적 수준이다. 1인 가구 연소득은 평균 2100만원 수준으로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36%에 불과했다. 1인 가구의 30.8%는 1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또 1인 가구의 절반은 주거면적 12평 이하 소형 주택에 살고, 주거비 지출이 가장 높은 지출 비율을 차지하는 등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열악했다.

▶정신적·신체적 질병의 원인

사회적인 문제 유발 가능성도

흔히 외로움은 주관적인 감정의 문제로 치부되고는 하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적지 않다. 외로움이 심화되면 정신적·신체적 질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지난해 18~ 79세 국민 5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외로움, 사회적 고립·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관련 장애 수준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광장공포증이나 범불안장애 등의 불안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다. 미국은퇴자협회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0세 이전 사망률이 30% 이상 높지만, 외로운 사람은 50%나 더 높다는 것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상호 작용 횟수가 줄어들면서 고립과 소외로 인한 우울 상태가 늘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자살률 증가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로움은 사회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특정 공동체나 사람들이 외롭다고 느낄 때 타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과 피해 의식이 커지면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외로움과 배타성은 종종 정치적 포퓰리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고립의 시대’를 쓴 노리나 허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는 “스마트폰과 도시의 비대면 시스템, 감시 노동에 갇힌 채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은 만성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 사회를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로 내몬다”고 지적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4호·설합본호 (2022.01.26~2022.0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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