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윌스 후드와 탑맨 치노팬츠에서 구찌 가운과 글램 팝 룩까지, ‘Harry’s House’를 들으며 되돌아보는 해리 스타일스의 역사적인 룩 12.

2010년, X팩터(X factor)의 무대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팝스타 외모의 중학생 제빵사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는 등장과 동시에 모두를 매혹시켰다. 낡고 구식인 것에 새 삶을 불어넣는 해리의 모습은 수많은 십 대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드롭 크로치 시절의 해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다른 십 대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해리 또한 성장했으며, 그에 따라 스타일도 화려하게 변화해 왔다.
잭 윌스(Jack Wills) 후드부터 돼지를 껴안고 촬영한 구찌(Gucci) 화보까지, 해리 스타일스의 패션 감각은 가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중성적인 뉴 로맨틱 감각을 재현하는 현시대의 록스타’라 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물론, 이에 대해 현 패션계의 가장 뛰어난 스타일리스트 해리 램버트(Harry Lamber)가 그에게 끼친 영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해리가 캠든 마켓(Camden Market)에서 판매한 시어링 재킷은 물론, CSM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작한 첼시 부츠와 다양한 원피스 그리고 레드 카펫 위에서 선보인 진주 목걸이와 보아 목도리는 모두 해리 램버트의 손길이 닿은 창의적인 결과물이었다.
i-D는 해리 스타일스의 세 번째 솔로 스튜디오 앨범 ‘Harry’s House’의 발매를 기념해 그의 완벽한 스타일 진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해리의 베스트 룩을 아래서 확인해 보자.
런던 길거리, 2010년
2010년대 초, 보라색 후드티셔츠가 고등학생들의 교복을 대신했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그 이후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하이틴룩이지만, 우리 시대의 가장 유망한 팝스타는 소리 없는 패션 혁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가 미국에서 보랏빛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집업 후드로 큰 인기를 끌 동안, 우리의 해리는 잭 윌스의 로고가 새겨진 후드 티셔츠를 입고 세인즈버리스에 나타났다. 로우슬렁 진과 함께 매치한 이 후드 티셔츠는 곧 2010년을 대표하는 룩으로 자리 잡게 된다.

브릿 어워드, 2012년
그로부터 2년. 실망스럽게도 원 디렉션이 X팩터에서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해리와 나머지 멤버들은 수익성 있는 레코드 계약을 따내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대다수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공을 거둔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은 당연하게도 강렬한 패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스타일리스트가 함께했다.
2012년, 회색빛 정장이 10대들의 가장 인기 있는 결혼식 복장으로 자리 잡기도 전에 해리는 이미 브릿 어워드(The Brit Awards)에서 쓰리피스 셋업을 완벽히 소화한 모습을 선보였다. 멤버들의 말쑥한 차림 가운데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해리의 검은 나비넥타이였다. 이는 그 뒤로 해리가 보여준 다채로운 스타일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NBC 투데이 쇼 공연, 2014년
2014년이 되자 해리의 팝스타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무살이 된 해리의 스타일이 막 번데기를 뚫고 나온 어린 록스타와 같았기 때문이다. 패션계 언론은 그가 재거(Jagger)와 같은 평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단추를 풀지 않은 해리의 페이즐리 셔츠 아래로는 문신이 조금 더 드러났으며 원 디렉션 초기의 하이 스트리트 룩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과 함께 한층 더 고급스러운 영역으로 발전했다. 슬릭백 스타일로 변신을 꾀한 머리카락은 점점 더 길어졌고, 독특한 패턴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점 또한 돋보였다. 어느때보다 더 타이트한 스키니진과 한층 커진 사이즈의 스웨이드 부츠도 록스타로의 면모를 뽐내기에 충분했다.

덩케르크, 2016년
모든 세대에는 우리 모두가 집합적으로 기억하는 특정한 역사를 정의하는 순간이 있다. Z세대의 경우, 원 디렉션의 멤버 제인 말리크(Zayn Malik)가 탈퇴를 발표한 순간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6년 초, 원 디렉션은 활동을 무기한 중단했고 멤버들의 추후 행보에 관한 소문이 몇 달간 팬들의 입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리가 여러 레드 카펫 공연과 대중의 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런던, 뉴욕, LA을 거니는 해리의 모습은 종종 파파라치에게 포착됐고 해리의 모습에 여전히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 속 해리는 여태까지 중 가장 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이 찍힌지 몇 달 만에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덩케르크(Dunkirk)에 캐스팅되어 감독의 요청에 따라 그의 아름다운 파마머리를 모두 짧게 잘라야 했기 때문이다.

더 레이트 레이트 쇼, 2017년
2017년, 18개월의 공백기를 가진 해리가 싱글 ‘Sign of the Times’와 함께 조금 다른 사운드로 돌아왔다. 해리 램버트가 창조한 신사적이면서도 반항기 넘치는 소년의 이미지는 해리 스타일스를 새로운 스타일의 스타로 재정립했다. 화려함과 섹시함 그리고 보위(Bowie)다운 스타일 센스를 지닌 스타 말이다. 프로모션 투어가 시작되면서 한때 후드티가 가장 편안한 옷이라고 느꼈던 소년은 어느새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의 패디드 핀 스트라이프 점프수트를 입고 미국에서 열린 더 레이트 레이트 쇼(The Late Late Show)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야성미와 중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뽐낸 것이다. 하지만 해리의 이 착장이 그해의 베스트 투어 룩으로 꼽힐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해리 스타일스: 라이브 온 투어, 2018년
펑크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 대한 해리 램버트의 이해는 해리 스타일스가 투어 공연을 여는 각 도시의 색에 맞는 맞춤형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해리의 스타일은 바뀌어왔지만 해리는 여전히 그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주목받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한 예로, CSM을 졸업한 LA 출신 디자이너 해리스 리드(Harris Reed)를 들 수 있다. 올해 초, 램버트가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해리 스타일스의 쇼 룩을 만들기 위해 해리스 리드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그는 고작 스물한 살이었고, 이전까지 고객 맞춤형 의상을 완성해 본 경험 또한 없었다. 그러나 스타일스와의 작업 이후 리드는 구찌에서 그의 작업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고 멧 갈라(Met Gala)에서는 슈퍼모델 이만(Iman)에게 드레스를 선사하는 성공을 거뒀다. 리드가 스타일스를 위해 만들었던 3단 러플 블라우스와 플레어 팬츠는 스타일스가 차세대 뉴 로맨틱 룩과 함께 거대한 영역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을 용의가 있는 인물임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구찌 캠페인, 2018년
‘Is that a chicken?!’ 한때 탑맨을 대표하던 해리가 2018년 구찌 크루즈 테일러링 라인의 새로운 얼굴로 발탁됐다. 영국의 전형적인 튀김 가게에서 촬영을 마치고 로마 외곽의 유서 깊은 공간, 빌라 란테(Vila Lante)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캠페인에서 해리는 사랑스러운 농장 동물들과 매혹적인 맞춤형 의상으로 액세서리를 장식했다. 구찌의 천재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손길이 닿은 감각적인 라펠, 체크, 브로치는 급성장하고 있는 해리에게 어느새 익숙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검증된 팝스타 패션의 왕자임을 인증하는 황금 가시관이 단연 눈에 띄었다. 예수도 결코 이런 아이템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멧 갈라, 2019년
해리 스타일스가 첫 번째 멧 갈라(Met Gala)를 맞이했다. 해리가 최근 보여준 중성적인 스타일을 감안해 보면, 캠프를 주제로 한 행사의 참석자뿐만 아니라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함께 공동 호스트가 되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했을지 모르겠다. 메탈릭 핑크색 옷을 입은 절친 알렉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카펫이 깔린 멧 갈라의 계단을 오르는 해리는 두 젖꼭지 바로 아래까지 오는 울트라 하이 웨이스트 바지와 시스루 러플 셔츠로 섹시한 올블랙 앙상블을 선보였다. 또한 셔츠 사이로 비치는 문신과 훗날 그의 스타일을 대표할 주얼리의 일부인 작은 진주 드롭 귀걸이로 섹시한 매력을 한층 더했다.

브릿 어워드, 2020년
2019년 말, 해리 스타일스의 두 번째 솔로 앨범 ‘Fine Line’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앨범의 대표곡 ‘Adore You’, ‘Watermelon Sugar’, ‘Golden’과 같은 히트곡은 그를 슈퍼스타 반열에 올려놨고 앨범 발매와 함께 70년대의 프레피한 스타일이 새롭게 떠올랐다. 해리의 옷장 대부분은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를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 스티븐 스토키 데일리(Steven Stokey Daley)의 작품으로 채워졌는데, 중성적인 포인트 또한 빠지지 않았다. 오버사이즈 레이스 칼라, 구찌 수트, 메리 제인(Mary Jane) 신발, 할머니 스타일의 주얼리, 니트 조끼 등을 생각해 보라. 전 세계 성소수자와 이성애자 남성들이 진주 주얼리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 해리 스타일스가 이미 선두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듯하다.

그래미 어워드, 2021년
2021년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는 해리의 보아 목도리로 기억될 것이다.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부문을 포함하여 총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해리는 파스텔톤 상의에 보라색 보아 드레이프 목도리를 매치한 생동감 넘치는 70년대 스타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Watermelon Sugar’로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그는 무대에서 가죽 투피스 수트와 라임 그린 보아 목도리 의상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나머지 시간에는 갈색 재킷과 패턴 팬츠에 검은색 보아 목도리를 두른 채 행사를 즐기기도 했다. 보아 목도리는 물론 구찌 제품이었으며, 이는 해리 스타일스와 해리 램버트가 패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상기시켰다. 이 상징적인 듀오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해리윈 공연, 2021년
“지금 기분이 너무 환상적이네요. 잘 즐기고 있나요? 좋습니다. 이제 슬픈 노래를 할 시간입니다.” 해리윈(Harryween) 공연 날 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분장을 하고 등장한 해리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을 가득 메운 군중을 향해 이렇게 전했다. 머리에는 리본을 묶고 빨간 스타킹과 루비 슬리퍼 그리고 짧은 프릴 드레스를 착용한 해리지만, 사실 그가 드레스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1년 전, 베이비 블루 구찌 가운을 입고 단독으로 보그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남성이 바로 해리였으니 말이다. 물론 전에도 많은 남성 팝스타들이 드레스를 착용하고 패션을 통해 젠더의 다양성을 뽐내기는 했지만, 해리의 대담한 드레스 룩이 남성복 트렌드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첼라 헤드라이너, 2022년
기이한 체셔(Cheshire) 마을에서의 소박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2022년, 구찌의 반짝이는 디스코 점프수트를 입고 등장한 해리가 헤드라이너 공연을 통해 코첼라(Coachella)의 데뷔를 알렸다. 더 투데이 쇼(The Today Show)의 주인공이었던 JW 앤더슨(JW Anderson)의 점프수트는 물론, 얼마 전 발매한 세 번째 앨범 ‘As It Was’의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아르투로 오베게로(Arturo Obegero)의 빨간색 점프수트로 미루어 볼 때, 점프수트가 해리의 새로운 상징과도 같은 의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앨범 ‘Harry’s House’의 발매로 해리가 계속해서 언론과 공연에 모습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마도 그의 점프수트를 더 많이 접하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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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Douglas Greenwood, Tom George
Translated by Jang Jaehyuk, Kim Sangtae
테크노 페스티벌에서 만난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