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1번지 문 활짝, 처음 열린 정문으로 입장해보니

기와는 각 기왓장 하나하나가 조금씩 다른 재료 배합 비율로 인해 미세한 색깔 차이가 나 미세하게 다채로운 색깔이 아름다운 전통 소재인데, 청와대 기와는 그런 기와 중에서도 청색을 띠는 독특한 기와인 데다 유약을 발라 구운 기와다. 걸음을 어디로 옮기더라도 푸른 기와의 모습이 신기해 시선을 붙잡는다. 전통 왕궁 건축 기법을 토대로 설계해 1991년 완공된 이래, 단 한번도 대규모 인원이 가까이에서 한꺼번에 실견한 적 없는 청와대의 푸른 지붕이 보석처럼 빛났다.
◆고려 시대부터 왕궁터... 한반도 역사 간직한 땅
청와대 본관으로 직행하는 정문이 일반에 열린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역사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된다. 고려 숙종 때 궁궐터로 조성됐고 한때는 천도까지 고려됐다.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으로 쓰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저, 미 군정 시기 미군정청 사령관 관저 터로 쓰이는 비극을 맞는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남한 단독정부 를 수립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 ‘경무대’로 이름 붙여 대통령의 집무 공간으로 사용했다. 1960년 12월 30일, 윤보선 대통령이 경무대를 ‘청와대’로 개칭해 그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4·19혁명 이후 취임한 윤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에서 앞선 독재정권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청와대로 바꿨다.

청와대 경내 건물들은 이날부터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앞으로 시민들과 전문가가 어떤 미학을 발견해나갈지 궁금해지는 대상이다.
반짝이는 푸른 기와의 청와대 본관을 옆에는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영빈관을 만난다. 영빈관은 1878년 지어진 현대식 건물로, 바위 하나를 통째로 깎아내 이음새를 찾아볼 수 없는 돌기둥이다. 녹지원 뒤편 상춘재는 1983년에 청와대 경내 지은 최초의 한옥 건물이다. 경내 문화재를 찾아가는 길은 등산에 준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날 여민관 주변에는 이전 대통령비서실 이사 차량이 아직 남아있었다.

경내 곳곳에 붐비는 사람들은 “기운이 음침하네”라는 말부터 “여기 살면 아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까지, 반응이 다양했다. “여기가 어제까지 문재인(전 대통령)이 살던 곳이란 말이지”, “박근혜 대통령은 여기에 혼자 살았단 말이지”하는 말들도 나눴다.
이날부터 청와대 접근 코스는 이전과는 180도 달랐다. 이날부터 중앙의 정문, 서쪽의 영빈문, 동쪽 춘추문 통해 동시에 세 곳에서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청와대 관람은 춘추관에서 시작해, 여민관, 녹지원, 상춘재, 구 본관 터에 이어 가장 핵심적인 본관에 다다르고, 이어 영빈관과 사랑채로 마무리되는 코스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먼 곳에서 중앙으로, 가장 개방된 곳에서 가장 보안이 중요한 곳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간다. 이런 코스는 호기심 속에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끈다.
이날 오전 정문 개문식 순간, 정면으로 밀고 들어간 사람들은 순식간에 청와대를 점령하듯 곳곳으로 퍼졌다. 본관 주변, 관저 주변 등에서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앉기도 했다. 관저 주변에서 만난 관람객 일부는 통제선 안으로 들어갔다가 “들어오시면 안 된다”는 안내를 받고 나왔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김밥이나 도시락을 먹었고 춘추관 옆 헬기 이착륙장은 수도권 강변에 즐비한 대규모 야외 카페처럼 야외용 빈백(커다란 쿠션형 의자)들이 놓였다. 경건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당국이 준비한 공연 소리가 멀리서도 귀를 울렸다.
청와대 전체, 경내 각 건물 등이 어떤 문화재로 등록되고 관리될지, 어떤 용처로 쓰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문화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중 근대 역사문화 공간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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