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선수들의 클럽 구성은 특별할까?


선수들의 클럽 구성

어떤 대회의 우승자가 나오고 나면, 당연히 그 선수가 사용한 용품, 특히 골프 클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신제품을 사용한 경우라면 더욱 관심이 있겠죠. 그래서 주로 해외 매체를 보면 우승자의 골프백 안에 어떤 클럽이 들어있는지를 기사화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보통 WITB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What's In The Bag'의 약자입니다. 

유명 선수들의 클럽 구성은 많은 골퍼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출처:PGATour.com>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아주 강한 샤프트, 혹은 선수들만을 위해 지급하는 투어용 장비 자체에 대한 정보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펙(Specification)' 자체보다는 선수들이 어떻게 14개의 클럽을 구성하는지, 혹은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회사의 제품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회사와 클럽 및 볼에 대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약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고, 무엇보다 제품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지난 몇 년간 이러한 용품 계약 없이, 즉 스폰서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용품을 사용했던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특히 최상위권에 있는 패트릭 리드와 브룩스 켑카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물론 이 선수들 모두 지금은 특정 브랜드와 계약을 했습니다만, 이들 역시도 모든 용품을 한 회사의 제품으로 통일해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계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타사의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당연히 선수들의 성적이 연관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계약에 묶여 한 회사의 제품만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더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성적이 우선인 것이죠.

골프계의 대표적인 자유계약선수였던 브룩스 켑카의 모습 <출처:게티이미지>

브룩스 켑카의 경우, 클리브랜드/스릭슨 (Cleveland/Srixon)과 용품 계약을 맺었는데, 올해 2월 기준으로만 보면, 계약된 회사의 제품을 위주로 클럽을 구성하되, 테일러메이드의 M2 페어웨이 우드, 나이키의 3번 아이언, 타이틀리스트의 스카티 카메론 퍼터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핑(Ping) 브랜드의 대표적인 선수인 루이스 우스투이젠은 3번과 7번 우드를 넣고 사용하는데, 같은 페어웨이 우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2개의 브랜드 제품을 사용합니다. 3번은 테일러메이드의 SIM2를, 그리고 7번 우드는 핑의 G425 제품을 사용중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60도 웨지를 2개 사용하는 것인데, 핑과 캘러웨이의 제품을 함께 넣고 다닙니다. 아마도 잔디 상태와 벙커 플레이 등을 염두에 두고 서로 다른 바운스와 그라인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프트가 같더라도 서로 용도를 달리하여 사용하는 것이죠. 

루이스 우스투이젠이 사용하는 2 종류의 60도 웨지, 서로 다른 제조회사의 두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GolfWRX.com>

반드시 신제품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 선수들에게 부러운 것 중 하나는 아마도 용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특히 '장비병'에 걸려서 늘 새로운 제품을 바꾸고 싶어 하는 골퍼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후원사의 신기술이 집약된 가장 최신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신제품으로만 클럽을 구성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브룩스 켑카, 그리고 루이스 우스투이젠이 사용하는 타사의 제품 역시 신제품들은 아닙니다.

저스틴 토마스 선수의 경우에는 모든 제품을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모든 클럽이 최신 제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페어웨이 우드 중 5번은 2015년 출시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서 중고가 아니면 구하기도 어려운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스틴 토마스의 5번 페어웨이 우드의 모습, 2015년 모델을 사용중입니다. <출처:GolfWRX.com>

이렇게 오래된 제품을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역시나 선수의 '선호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브랜드의 입장에서야 가장 최신의 제품으로 좋은 성적을 내주면 좋겠습니다만, 선수들의 선호도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죠.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도, '이상하게' 잘 맞는 클럽이 있지 않으신가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신제품은 아니지만 골퍼에게 더 나은 결과와 자신감을 주는 클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클럽이라면 신제품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바꿀 필요도 없겠죠.

선수들의 클럽 구성이 아마추어 골퍼에게 의미하는 것 - 실속이 중요하다

특정 브랜드의 장비만 사용하면, 혹은 신제품만 사용하면 타수를 10타쯤 줄일 것 같은 환상을 갖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신기술이 적용된 드라이버가 10미터쯤은 더 보내줄 것 같으며, 퍼터를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5타쯤 줄어들 것 같은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골퍼들의 바람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은 실속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반드시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어도, 반드시 신제품이 아니어도 실제로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면 더 잘 사용하면 됩니다. 유명 브랜드의 신제품 그리고 비싼 의류 같은 외형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결국 골프는 스코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럽의 구성에 있어서도, 루이스 우스투이젠처럼 2개의 60도 웨지를 넣고 다닐 수도 있고, 한 때 필 미켈슨이 2개의 드라이버를 사용했던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클럽 구성에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14개의 클럽을 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죠. 

아주 낡은 클럽을 사용하는 동반자가 숨어 있는 고수일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기준과 주관으로 클럽을 구성하고 사용해 보는 골퍼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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