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겉절이

기자 2022. 6. 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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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겨우내 부실한 밥상을 알차게 채워주던 김치가 물리기 시작한다.

겉절이는 김치의 한 종류로 여겨질 때가 많은데 '겉절이'란 말 자체가 김치의 본질과 역사를 잘 드러내 주기도 한다.

김치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침채(沈菜)'와 만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담근 채소다.

파오차이 같은 속절이는 물론 겉절이까지 있다면, 땅에서 자란 어떤 재료든 소금으로 숨을 죽여 김치로 만들어 먹는다면 그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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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겨우내 부실한 밥상을 알차게 채워주던 김치가 물리기 시작한다. 날이 푹해져 김치가 쉬기 시작하니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때 싱싱한 채소가 있다면 겉절이는 좋은 선택지 중의 하나다. 겉절이는 말의 뜻 그대로를 풀이하면 소금으로 채소의 겉만 살짝 절여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절이기만 해서는 겉절이가 되지 않는 법, 소금으로 살짝 숨을 죽인 채소에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야 비로소 겉절이가 된다.

겉절이는 김치의 한 종류로 여겨질 때가 많은데 ‘겉절이’란 말 자체가 김치의 본질과 역사를 잘 드러내 주기도 한다. 김치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침채(沈菜)’와 만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담근 채소다. 소금물에 채소를 담그면 짭짤한 간도 배고 저장성도 높아진다. 이렇게 소금물에 담가 푹 절인 것이 김치의 조상인데 이것은 곧 ‘속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겉만 살짝 절여낸 것이 겉절이인데 결국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소금에 절이는 것은 같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방식은 전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 등에 절여 발효시키는 것 또한 인류 공통의 재산이다. 따라서 절여서 발효시킨 음식인 김치를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도 하다. 그러나 본래의 가공법은 같을지라도 다양한 가공법과 온갖 채소로 만든 셀 수 없을 가짓수의 김치를 만들어냈으니 김치를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 하는 것이다.

욕심 많은 이웃이 자신들의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 우기기도 한다. 그러나 소금에 절여 새콤 짭짤한 맛으로 먹는 파오차이는 채소를 가공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일 뿐이다. 파오차이 같은 속절이는 물론 겉절이까지 있다면, 땅에서 자란 어떤 재료든 소금으로 숨을 죽여 김치로 만들어 먹는다면 그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 없이 아무것이나 소금을 뿌려 자신들의 창고에 쟁여두려 해서는 안 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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