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충성 안한다" 강골 검사 출신..사석선 소탈·호탕 'ENFJ'

김일창 기자 2022. 3. 1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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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누구..사시 9수생, 초고속 검찰총장 승진
'정권심판' 국민염원에 정치 1년차에 대통령 당선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공정이 승리합니다'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미소짓고 있다. 2022.3.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 헌정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을 지내지 않은 첫 대통령,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대통령으로 직행한 첫 대통령 등 윤석열 당선인이 새로 쓰게 된 역사에는 국민적 기대감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는 평가다. 5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윤 당선인의 삶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0년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부친 윤기중씨와 모친 최정자씨 사이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부친 윤씨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현 명예교수)로 파평 윤씨 집성촌인 충남 논산 노성면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가 자신을 '충청의 아들'이라고 지칭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부친에 대해 '원칙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 분'이라고 평가하며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서울 대광초와 충암중, 충암고를 졸업하고 1979년 서울대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법을 전공한 건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는 한 방송에서 "원래는 경제학을 전공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현실 문제를 풀어갈 구체성을 띤 법학이 낫다는 권유에 법대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입학 이듬해인 1980년 5월8일 교내에서 진행된 12·12 사태 모의재판에서는 판사 역할을 맡아 당시 서슬 퍼렇던 신군부 실세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화가 유명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의와 공정'을 앞세운 윤 당선인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사진은 윤 후보의 초등학생 시절 사진. (국민의힘 제공) 2022.3.10/뉴스1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최종 합격까지는 9년이 걸렸다. 사람을 좋아해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돕는 걸 마다하지 않은 성격 탓이 컸다. 한 방송에서 아홉번째 사법시험을 보기 직전 결혼하는 친구의 함진아비(혼인 때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함을 지고 가는 사람)로 대구를 방문한 사실을 밝히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94년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한다. 이후 1~2년 주기로 춘천지검 강릉지청, 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서 평검사로 일했다. 2002년 잠시 변호사의 길을 걷기도 했으나 검찰청사 엘리베이터에서 맡은 '자장면 냄새'에 검찰로 복귀를 결심하고 이듬해 다시 검사의 길을 걷는다.

검찰로 복귀해서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을 시작해, 대구지검 특수부장·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수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했다.

모두 유력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 등 거물급 인사들의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들로, 이 기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수사하고,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BBK 사건 등 굵직한 수사에 참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의와 공정'을 앞세운 윤 당선인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윤 당선인의 대학시절 모습. (국민의힘 제공) 2021.11.5/뉴스1

◇"사람에 충성 안해"…국정원 댓글 수사로 박근혜정권 역린 건드려

인생 최대 변곡점은 2013년이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발언이 이때 나왔다. 그해 3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나고 한달 후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되며 사건을 지휘한다.

이 사건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이 당시 여권의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 등 여론을 조작한 혐의에 대한 수사였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착수된 수사로, 자칫 결과에 따라 정부 출범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할 수 있어 검찰로서는 부담이 큰 수사였다.

이때 사건 혐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을 본인(팀장) '전결'로 처리해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정면 충돌했다.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자 2013년 10월 팀장에서 경질됐다. 경질 사흘 후 10월 21일 국회 법사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이게 무슨 꼴이냐,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직전 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그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 등 평소 자신의 철학을 망설임 없이 드러내며 소신과 강단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2013년 10월21일 국회 법사위원회 서울고검 국감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당시 여주지청장 신분으로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팀장에서 배제된 상황 등과 관련해 답하는 모습. 윤 당선인은 이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2013.10.21/뉴스1

이를 계기로 이름을 전국에 알렸으나 이내 대구고검으로 좌천되고 대전고검까지 약 3년간 한직을 맴돌며 고난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국정농단 수사로 화려한 부활…'조국 수사' 이후 文정권과 등져

그리고 2016년 12월, 국정농단 박영수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며 화려하게 부활한다.

자신을 좌천시켰던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한 국정농단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며 이듬해 5월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다.

당시 청와대 브리핑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이라고 발표하자 취재하던 기자들이 '와' 하는 탄성을 자아내던 상황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장면은 유명하다.

2년 후인 2019년 7월 마침내 검찰총장에 오른다.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에서 전임 문무일 총장(사법연수원 18기) 대비 다섯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였다.

인생의 두 번째 변곡점은 총장 취임 한달여 만에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 민정수석 일가의 수사를 개시하면서 나타난다.

여권과 그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을 고강도로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에 대한 반발과 비판은 거세져 갔다.

이듬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장관과는 임기 내내 부딪히며 갈등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인사뿐만 아니라 개별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며 압박했다. 이런 갈등은 추 전 장관의 후임인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과도 이어졌다.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2017년 5월19일 서울 서초구 박영수특검 사무실 앞에서의 모습. 청와대는 이날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2017.5.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그의 소신 발언은 2020년 10월 검찰총장으로 출석한 국정감사장에서 재현된다. 그는 이때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거나 박범계 의원의 '선택적 정의'란 공세에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총장 시절 겪은 일련의 일들은 역설적으로 그를 야권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2013년에는 현재의 국민의힘, 2020년에는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당당하게 맞섰던 점이 부각돼 좌우 진영에 얽매이지 않은 '강골 검사'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에 2020년 초부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이름이 등장하더니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퇴임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하며 정치 참여 의사를 처음으로 내비쳤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 물러나며 '정권심판 상징' 자리매김

이듬해인 2021년 3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총장직을 던진다. 임기 종료를 넉달여 앞뒀을 때다.

임기를 4개월여 남긴 상태였던 그의 중도 사퇴는 '물러섬'이 아닌 '선전포고'였다.

그는 지난해 3월 4일 사퇴 당일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문(反문재인) 대표인사로 떠오른 그는 순식간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대권주자 지지율 선두다툼을 하는 수준으로 급부상했다. 이는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선거 슬로건을 낳았고 곧 그의 정체성이 됐다. 대검찰청 앞에서 말한 '헌법 정신', '상식', '정의', '자유민주주의'는 선거운동 유세에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이후 넉달여의 '잠행' 동안 사회 여러 분야를 공부했고, 지난해 7월 말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11월 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선거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특유의 소탈하고 호탕한 성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과거 어느 정치 신인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정치 시작 1년도 안돼 '정치인 윤석열'로 우뚝 섰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2020년 10월 검찰총장 신분으로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2020.10.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늦은 결혼 후 자녀는 없어…반려견·반려묘 여럿 돌보는 '토리 아빠'

2012년 아내 김건희 여사와 결혼했고 슬하에 자녀는 없다. 토리와 나래, 마리, 써니 반려견 네 마리와 아깽이, 나비, 노랑이 반려묘 세 마리를 돌보는 등 동물에 대한 애정이 크다. 취미는 반려견과의 산책, 미술관 가기,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장보기 등이다.

성격유형 검사인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는 '정의로운 사회운동가'인 ENFJ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매콤한 땡초를 많이 넣은 된장찌개, 호박 볶은 것과 김을 고명으로 넣은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미식가지만 요리를 즐기고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유명하다.

존경하는 인물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좌우명은 '즐겁게 일하고, 재미있게 살자'다. 혈액형은 B형이며 별명은 '엉덩이탐정, 석열이형, 토리아빠'다.

좋아하는 노래로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 '빈센트' '윈터 우드', 프레디 머큐리의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송창식의 '우리는' '푸르른 날', 정태춘 박은옥의 '그대 고운 목소리에' 등을 꼽았다.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반려동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 (반려견 인스타그램 '토리스타그램'캠처) 2021.8.6/뉴스1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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