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능력과 품성, 언행과 외모⋯무엇을 택할 것인가?

홍광훈 문화평론가, 국립대만대학 중문학 박사, 전 서울신문 기자, 전 서울여대 교수 입력 2022. 1. 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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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홍광훈의 산인만필(散人漫筆)<9>
위 무제(魏武帝) 조조의 초상화. 조조는 오로지 능력만을 보고 인재를 뽑으려 했다. 그러나 그렇게 선발된 사마의는 조조의 사후 그가 기반을 닦은 왕조를 뒤흔들어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했다. 사진 바이두

‘오자병법(吳子兵法)’으로 유명한 전국시대 초의 오기(吳起)는 출세를 위해 아내까지 죽였다고 전해진다. 그가 노(魯)나라에서 장수가 될 기회를 엿보고 있던 도중 마침 제(齊)가 침공해 왔다. 노의 군주는 그를 장수로 임명하려 했으나 그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었던 까닭에 의심을 받았다. 그는 신임을 얻기 위해 제 손으로 아내를 죽였다. 이렇게 장수가 된 그는 적을 대파하여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성공했다. 그 뒤 위(魏)로 옮겨 활약하다가 군주의 미움을 받자 초(楚)로 갔다. 재상이 된 그는 귀족들의 기득권을 박탈하는 등 과감하게 변법을 단행, 나라를 크게 쇄신시켰으나 초 왕의 죽음과 함께 귀족들에 의해 피살됐다.

한(漢) 제국의 건설에 공을 세우고 후일 재상이 된 진평(陳平)에게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다. 젊은 시절 형수와 사통한 바 있고, 도위(都尉)가 된 뒤에는 장수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도수수금(盜嫂受金)’이라는 고사다. ‘사기’에 주발(周勃)과 관영(灌嬰)이 한 왕(漢王) 유방(劉邦)에게 그러한 일이 있다고 일러바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두 사람은 탁월한 능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그 흑역사(黑歷史)는 세인의 지탄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도덕과 품성보다 능력을 높이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후한 말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한(挾天子以令諸侯)’ 조조(曹操)는 천하의 인재들을 구하기 위해 몇 년간 세 차례의 ‘구현령(求賢令)’을 내렸다. 그중에 위의 두 인물에 대해 거론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요지는 누구라도 능력만 있다면 도덕과 품행과 기타 단점들은 일절 따지지 않고 등용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재시거(唯才是擧)’, 즉 ‘오직 재능 있는 자만 발탁한다’는 말이다.

과연 ‘치세의 능신(能臣), 난세의 간웅(奸雄)’다운 인재 선발 기준이다. 이는 “곧은 자를 뽑아 비뚠 자들 위에 두면 백성이 따르고, 비뚠 자를 뽑아 곧은 자들 위에 두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舉直錯諸枉, 則民服. 舉枉錯諸直, 則民不服)”는 유가 사상과는 정반대의 사고다. 아무리 능력이 우선되는 난세라도 그처럼 흠결 있는 인사를 중용한다면 사회의 분위기가 더욱 혼탁해져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치세의 능신’으로 꼽히는 위징(魏徵)도 이러한 조조의 발상에 은근히 수긍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당 태종(唐太宗)과 그의 그러한 대화가 보인다. 태종이 “좋은 사람을 쓰면 선한 사람들이 모두 고무되고, 악한 자를 잘못 쓰면 선하지 않은 자들이 다투어 나아가게 된다”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사람을 구할 때 반드시 품행을 살펴야 합니다. 그 선함을 알고 쓴다면 설사 업무에 서툴러도 능력이 미치지 못할 뿐 큰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악한 자를 잘못 쓰면 일을 잘한다 하더라도 해로움이 더 많습니다. 난세에는 재능만 추구하여 행실을 돌아볼 여유가 없지만, 태평한 때에는 반드시 재능과 품행을 모두 갖춘 자를 써야 합니다.”

북송 중기의 사마광(司馬光)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다음과 같은 ‘재덕론(才德論)’을 펼치고 있다. “재능과 덕성을 다 갖춘 인물을 구하지 못한다면 재능보다 덕성을 갖춘 인물을 써야 한다. 재능은 있으나 덕성이 없는 소인(小人)을 쓸 바에야 차라리 둘 다 부족한 우인(愚人)을 쓰는 편이 낫다. 소인은 그 재능으로 맡은 자리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질러 큰 해가 되지만, 우인은 나쁜 일을 하려 해도 지혜가 따라주지 않아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능력인가? 인품인가? 사진은 제19대 대선 사전투표 장면. 사진 조선일보 DB

이는 춘추시대 말기 지백(智伯)이 자신의 일가를 멸족의 길로 이끌고 간 데에 대한 총평에서 나온 말이다. 진(晋)의 최고 실세 지선자(智宣子)가 지요(智瑤)를 후계자로 정하려 하자 친족 지과(智果)가 “그는 여러 면에서 재능이 출중하지만 어질지 못하므로 가문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다른 아들을 추천한다. 그러나 결국 지요가 후계자로 결정된다. 그가 지백이다. 당시 군주가 실권을 잃은 나라에서 여섯 집안이 할거(割據)하고 있었다. 그중 지씨 집안이 가장 강했다. 지백은 가문의 세력과 자신의 재능을 믿고 교만한 나머지 나라를 독차지하려는 야욕을 가졌다. 우선 가장 약한 두 집안을 멸망시켰다. 이어서 다른 집안을 차례로 공격하려 했으나, 조(趙), 위(魏), 한(韓) 세 가문의 연합 반격으로 집안이 멸문한다. 결국 마지막 세 승자가 나라를 삼분(三分), 제후의 대열에 들어감으로써 전국시대가 시작된다. 사마광은 지씨의 멸족은 지백의 재능이 덕성을 앞질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그는 난세와 치세를 막론하고 재능이 덕성을 앞선 자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조는 난세와 치세를 막론하고 재능을 우위에 두었으나 사마광은 그 반대 입장이다. 위징은 난세에는 부득이 재능을 우선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그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난세에 쓴 인재가 이미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쳐낼 수도 없는 것이다. 하물며 치세에서 능력만으로 인물을 평가한다면 더욱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조고(趙高)는 힘이 세고 형법에 정통한 데다 글씨까지 잘 써서 진시황의 총애를 받았다. 그 뒤 중죄를 저질러 사형 판결을 받은 그를 진시황은 “일을 민첩하게 잘 처리한다(敏於事)”는 이유로 사면, 복직시켰다. 진시황 사후 그는 재상 이사(李斯)와 모의, 거짓 조서로 외지에 있던 태자 부소(扶蘇)를 자결케 하고, 국경을 지키던 명장 몽염(蒙恬)과 조정 대신인 그 동생 몽의(蒙毅)를 모살했다. 그런 다음 호해(胡亥)를 이세 황제로 세운 뒤 이사까지 모함하여 처형했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품성이 간악한 자를 잘못 중용함으로써 제국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된 셈이다.

조조도 유사한 전철을 밟았다. 그가 오로지 능력만을 보고 중용한 사마의(司馬懿)는 그의 사후 점점 권력자가 돼 그가 이룩한 왕조를 위협했다. 그 뒤 사마의의 두 아들을 거치면서 조조의 후손들이 수난을 겪다가 마침내 사마의의 손자에 의해 왕조가 멸망하고 말았다.

개인의 재능은 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지만, 인간 내면의 도덕과 품성은 쉽게 판별할 수 없다. 과거의 행적이 잘 알려져 있다면 그러한 자료의 검증을 통해 대략 정리되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언행과 외관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도 한계가 있다.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답답함에서 이른바 ‘관상학(觀相學)’도 생겨났을 것이다. 비록 과학의 범주에 들지는 못하나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의지해 왔다. 과거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인재 채용 과정에서 관상가를 동반했다는 일화는 오늘날에도 자주 언급된다.

일반적인 인재 선발은 위정자나 기업 경영자가 갑의 위치에서 국가와 사회와 기업을 위해 일할 을을 뽑는 것이다. 이에 반해 몇 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는 국민이 갑의 입장이 되어 국가의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을을 뽑는 제도다.

작금의 혼란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장차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능력인가? 도덕성인가? 그렇지 않으면 언행과 외모를 볼 것인가? 관상을 볼 것인가? 이 모든 면을 떠나서 지금의 유력 대선 후보들 중에 과연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위한 ‘수신제가(修身齊家)’라도 제대로 한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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