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노동을 예술의 가치로 변환, 이유치 작가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노동의 시간을 나의 좌표로 기록한다. 사진으로 기록한 후, 이미지로 변환되는 되는 작업, 손은 일종의 현상 작용인 셈이다." - 이유치 인터뷰 중에서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로역사 내 오!재미동갤러리에서는 이유치 개인전 <나의 좌표: Homage of Labor>(6.18~7.16)가 열린다.

이유치 작가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 노동을 속속히 파고들어 "예술의 가치"를 반문케 한다. 매일 가는 김밥집 아주머니의 노동이 작품이 되거나, 개인성을 배제한 숙련공의 손이 숭고한 의미로 전환된다.

노동자가 작품이 된 '생존'에 대한 일상, 영상작가가 기록하고 작가가 재해석해 수반된 '노동과 예술의 가치', 동일한 현상을 어떻게 되새기느냐에 따라 생(生)은 여러 변주를 간직한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창작으로 변화시키는 이유치의 르포형 필터링은 작가가 관찰자가 된 '노동 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시·공간 좌표로 관찰하는 '노동 현장 오마주'

어찌 보면 예술가 본인도 앞날을 예견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된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향유를 위한 예술의 만남, 이유치 작가는 일상의 노동을 예술로 전환시킨다.

쓱쓱 그려간 드로잉들 사이로 좌표가 설정되고, 작가의 시·공간이 관찰의 기록이 되어 '노동을 향한 대화와 논쟁'을 일깨운다. 인터뷰처럼 관찰하는 그림, 노동하는 예술 현장을 기록하는 영상작업, 이번 전시는 이중 코드로 노출된 누군가의 노동이 작품이 되는 '액자구조의 다시보기(Out of Frame)'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 '나의 좌표=노동의 오마주'란 주제 속에서 수사적 언어를 배제한 노동하는 삶 자체에 접근한다. 여기서 설정한 '오마주(hommage)'란 단어 역시 존경이나 무게감 있는 예술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노동을 허용해준 보통의 그들에게 보내는 경의의 표현에 해당된다.

솔직담백하게 건져 올린 독백 같은 그림, 작가는 "어떤 작업이 서민 일상을 매료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노동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노동은 우리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적 생계 수단에 대한 서사다. 나는 내 그림을 어떤 정치적 해석이나 수사적 언어로 환원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노동은 신성한 단어라기보다 '일상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작업들은 김밥집 사장님과 정강이 보호대를 만드는 공장 사장님(이하 축구사장님으로 표현)의 일상을 담았다. 사진으로 기록된 일상들은 크롭(crop) 후 페인팅으로 현상된다. 28컷으로 환원된 '28개의 시간_목동' 그림은 '지금-여기'라는 작가의 좌표이자 인식 그 자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간 뚱뚱한 김밥을 만드는 김밥집 사장님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서글서글한 '엄마집밥'의 표상이다. 자주 찾다 보니 포착되는 노동 현장(당근썰기, 김밥말기 등)의 생생한 하루가 다큐멘터리처럼 기록된다.

축구사장님의 기록들에선 문래동 공장들 사이의 낯익은 기계들이 노동 현장 자체를 신선하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을 만들고 기록하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 모두의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가는 이런 관찰 과정을 "신선하고 재밌다."고 표현한다. 타인의 하루를 담기 위해선 캔버스에서 벗어나 온전한 하루를 관찰에 써야 한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 타인들의 낯선 반응에 적응하는 과정까지 노동을 위한 창작에 포함된다. 이를 표현하는데 효율적인 매개체가 비워진 공간 사이를 무겁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드로잉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의 용도가 예술가의 노동에 의해, 예술작품 그 자체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예술과 노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 사이, 긴장감과 모순이 발생시키는 그 접점 속에 '노동으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로서의 노동'을 바라보는 다층의 의미가 잠재돼 있다.

노동하는 예술, 빛으로 치환된 '일상-다큐'

시간대별로 촬영한 노동 사진을 크롭한 드로잉 시리즈는 대부분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다. 이유치 작가는 디자인과 미술사, 회화와 드로잉 사이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작가다.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까닭에 대중성과 예술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법에 익숙하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서사적 스토리텔링과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리는 것의 관심은 작가 연구로 이어졌고, 무게감 있는 아카데믹한 미술보다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일상성을 회화적 모티브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서민적이고 진솔한 직업인 택시드라이버였던 아버님에 대한 존경이 현재 작업의 원인이기도 했다.

작가가 최근 시도한 '르포형 드로잉 시리즈'와 더불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스포트라이트=빛'을 강조한 깊이 있는 페인팅 작업이다. 작가에게 색이란 '그림과 주제를 부각시키는 요소'이고, 빛이란 '노동 현장을 포커싱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해진 손과 거친 발 등을 담은 '극한 노동'에 바로크 작품과 같은 빛을 강조하는데, 여기에서 그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른바 노동의 익명성, 작가는 이를 "개인성이 아닌, 노동하는 그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치열한 노동과 만났을 때 드러나는 거칠고 진지한 순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주 카메라를 들고 수작업이 많은 공사 현장을 찾는다. 현장에서 거절당하기를 여러 차례, 카메라에 어색한 반응을 보이면서 '굳이 왜 찍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딸 생각이 난다며 흔쾌히 허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노동이 전시로 환원됐을 때 초대에 응하는 이는 많지 않다. 현실과 예술의 간극을 극복하는 방식은 '현장 노동과 기록하는 예술가'를 객관적 코드로 동시에 담아내는 '영상작업'이다.

작가가 작업에 몰입하는 이유는 아닐까 한다. 이유치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 노동 없이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안에는 애정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와 부모 세대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지난 10년간의 작업이었다면, 향후 노동 현장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유치 만의 영웅서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고강동

162.2x130.3cm_oil on canvas_2021

오산동

116.8x72.7cm_oil on canvas_2022

오산동

65.1x53cm_oil on canvas_2022

오산동 2

65.1x53cm_oil on canvas_2022

마장동

116.8x91cm_oil on canvas_2021

김포 풍무동

116.8x91cm_oil on canvas_2021

종로 포차거리

90.9x60.6cm_oil on canvas_2021

화곡동

90.9x60.6cm_oil on canvas_2021

머무르는 시선Ⅰ

65.1x53cm_oil on canvas_2021

머무르는 시선 Ⅱ

65.1x53cm_oil on canvas_2021

3000번 기사님

116.8x91cm_oil on canvas_2018

여의도역 앞

116.8x91cm_oil on canvas_2018

김포 풍무동

116.8x91cm_oil on canvas_2018

햇살이 비추는 6월의 어느 날

90.9x60.6cm_oil on canvas_2019

나 어때

각 29.7x42cm_lithography_2013

28개의 시간

20x20cm 28peice_oil pastel on panel_2021

지붕 위에서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162.x130.3cm_3piece_oil on canvas_2021

이유치 작가


<개인전> 6회
2022 ‘나의 좌표 : the Homage of Labor’ (오!재미동 갤러리/서울)
2021 ‘그렇게 찰나를 붙잡아본다‘ (폴스타아트갤러리/서울)
2020 ‘나의 시선’ (마루아트센터/서울)
2019 ‘당신을 기록하기’ (THE DH ART/일산)
2018 '이유치전' (BGN갤러리/서울) 2017 ‘A Hero Returns’ (제주도 비젠빌리지 갤러리)

<단체전> 40회
2022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부 展: Slava Ukraine’ (4log artspace/강동)
2022 ‘PROSPECTIVE’ (인사아트 갤러리/인사동)
2022 ‘삶을 담다’ 프로젝트 (밝은책방/봉천동)
2021 ‘self check: 내가 되기까지’ (오솔갤러리/인천)
2021 ‘그저 자연스레 흘러가는 법’ (아트필드 갤러리/문래동)
2021 ‘다시 만날 일상 展’ (스타필드 고양 작은 미술관/일산)
2021 ‘아트페어플레이’ (월정아트센터/제주도)
2021 ‘새로운 친근함’ (갤러리 일호/삼청동)
2021 ‘혼자, 그리고 같이’ (갤러리 인사아트/인사동)
2021 ‘완전한 불완전’ (아트필드 갤러리/문래동)
2021 ‘Fast Follower’ (갤러리 다온/역삼동)
2020 ‘벚꽃아트피크닉’ (당림미술관/아산)
2020 ‘블라썸-꽃을 피우다’ (갤러리 블라썸)
2019 ‘공공미술’ (인디아트홀 공/영등포)
2019 ‘YAP’ (인사아트센터/인사동)
2019 ‘눈이 번쩍 왕십리’ (왕십리역 광장 및 허브갤러리)
2019 ‘So for you’ (갤러리 마롱/삼청동)
2019 ‘테트리스 아트쇼’ (갤러리 다온/강남)
2018 ‘愛애敬경 작품공모전’(AK갤러리/수원)
2018 ‘제4회 해시태그’(갤러리 다온/역삼동)
2018 ‘전시는 핑계다’, (KDT 옥션&갤러리, 한국다이아몬드 거래소)
2018 ‘달콤한 시선, 유쾌한 공간’ (충무아트센터)
2018 ‘봄나물전’ (갤러리 마롱/삼청동)
2017 ‘연말선물전’(갤러리일호/와룡동)
2017 ‘조금만 더 가까이’(동덕아트갤러리)
2017 ‘눈이 번쩍 왕십리’(왕십리역사 및 허브갤러리)
2017 ‘해시태그’(갤러리 다온/역삼동)
2017 ‘믹스돔’(9road/이태원)
2017 ‘친친’(한벽원 미술관/삼청동)
2017 ‘Art Fair Play’(아트컴퍼니 긱/방배동)
2017 ‘Young Artist Power’(갤러리일호/와룡동)
2016 ‘YAP preview‘(아리수갤러리/인사동)
2016 ‘THE BEGINNING’(에코락갤러리/신사동)
2016 젊은나래 청년아티스트 선정작가전 ‘Connecting the Dot’(갤러리이즈/관훈동)
2016 ‘텃밭, 사고의 재배‘(서울혁신파크/불광동)
2016 기획전 ’뻗장이다’(국회의사당 의원회관)
2015 ‘이도공간’(갤러리일호/삼청동)
2015 ‘신나는 여름을 나는 다섯 가지 색의 비밀’(암웨이 미술관/분당)
2014 기획전 ‘쎄다(SseDa)’(아카스페이스갤러리/인사동)
2014 ‘한달 반’(성균갤러리/성균관대학교)

<아트페어> 12회
2021 브리즈아트페어(예술의 전당)
2021 아시아프(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019 아트광주(김대중 컨벤션센터)
2019 한뼘그림 아트페어(명동성당)
2019 싱가포르 어포더블 아트페어
2018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쇼 in Hong Kong (콘레드호텔)
2017 프레쉬아트페어(명인명장 한수/남대문)
2017 아트부산(백스코)
2016 대구아트페어(EXCO)
2015 제8회 ASYAAF 아시아프(문화역 서울284)
2014 GIAF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세종문화화관/종로구)
2013 제6회 ASYAAF 아시아프 (문화역 서울284)

<수상>
2016 젊은나래 청년아티스트 선정작가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