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맞짱뜨는 작은 나라의 정체

스포츠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농구 대표팀의 명성으로도 기억할법한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명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한국의 65%, 경제규모는 세계 80위권. 이런 나라가 요즘 겁도 없이 작정하고 중국을 들이받는 이유가 뭘까.

첫째 경제적 측면. 리투아니아는 1990년 구소련에서 독립을 선포한 나라로 선진국은 아니지만 반도체산업에 필수적인 정밀 레이저 기술 강국이다. 그래서 대만과의 우호관계가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특이하게 대중국 수출비중이 1~2%밖에 안되고, CIA가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을 보면 금융 분야 등 서비스업 비중이 67%나 된다. 한마디로 중국과 경제적으로 엮일 일이 별로 없다는 거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한석희 교수
"이렇게 중국한테 정면돌파해서 반대할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거든요."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 그런가요?
"그렇죠.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거죠. 리투아니아는 아주 특이하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낮고 자기네들이 레이저가 수출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그게 앞으로는 반도체랑 공유돼서 대만 쪽에서 상당히 큰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것 때문에 그쪽으로 돌아가는 것도 있고요."

리투아니아가 도시 이름인 타이베이가 아니라 ‘대만 대표처’라고 쓰자 빡친 중국은 무역보복에 나섰다. 리투아니아산 물자의 반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동희 유럽팀장
"현장에서 통관이나 이런 걸 하는 사람들이 리투아니아산이 대중 수출에 있어서 중국에 들어갈 때 잘 안된대요 절차가. 너무 이게 눈에 띄게 리투아니아산에 대해서 그게 안되고, 하필이면 대만 대표부 설치를 허용하고 나서부터 그런 일이 생기니까..."

리투아니아는 EU 회원국이다. EU는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비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한 상태다.
둘째, 국제관계적 측면. 리투아니아가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는 건 최근 유럽의 반중국 정서와 동조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홍콩 시위 진압과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이 국제적 비난을 받고, 화웨이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이 겹치면서 중국의 평판이 아주 나빠진 상태라고 한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한석희 교수
"‘늑대외교’라는 거 있잖아요. ‘늑대외교’라는 게 중국 대사들이 자기네가 주재하는 국가에서 중국한테 부정적인 멘트를 하면 거기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막 대항하고 그랬거든요. 사실 외교관들이 그렇게 안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굉장히 강하게 하니까 늑대전사외교라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평판을 굉장히 많이 깎아먹었어요."

이런 배경에다 리투아니아는 EU 회원국이자 요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목받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가입국이기도 하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 리투아니아가 유럽에서 반중국 노선을 걷는 첨병 역할을 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1940년대부터 구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정서도 굉장히 강하다고 한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한석희 교수
"리투아니아 역사가 반러시아를 주도해왔던거 같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미국이랑 근본적으로 관계가 좋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는 거고 요즘 미·중 무역전쟁 갈등 속에서 리투아니아는 미국 유럽 쪽에 선 거라고 봐야죠."

지도를 보면 발트해에 인접한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를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 러시아와도 지역적으로 가깝다. 때문에 리투아니아는 최근 핫이슈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중 무역갈등 모두에 걸쳐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인구 280만 유럽의 변방 국가가 힘센 나라들의 ‘그레이트 게임’ 한복판에 들어와있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