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중국에 '한복 지킴이' 자처한 한국 브랜드

김치 이어 한복까지 문화공정 대상 삼는 중국
BTS부터 국가대표까지 입는 한복
한복 디자이너들 “한복 일상∙세계화가 우리가 할 일”

‘한복(韓服)’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입니다. 옛부터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위, 형태, 기술 등의 양식과 정신이 깃든 의상입니다. 치마·저고리·바지·두루마기에 조끼·마고자가 포함됩니다.

요즘 중국이 김치에 이어 이런 우리나라 고유 의복을 자신의 나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중국 내 56개 민족을 대표하는 사람들 중 한 명에게 한복을 입혔습니다. 한복을 입은 이 여성은 조선족을 대표하는 여성이었습니다. 경기장 전광판에도 조선족 영상이 나왔는데요, 영상 속에는 한복 입은 사람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김치를 먹는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마치 중국 소수 민족의 문화인 것처럼 소개된 것입니다.

보그 게시글. /보그 인스타그램 캡처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계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패션 전문지 ‘보그(Vogue)’는 한복풍 의상을 ‘한푸(Hanfu)’라고 소개했습니다. 보그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 여성 모델의 사진을 올리면서 ‘#Hanfu’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사진 옆 게시글에는 “한족이 통치하던 시대의 의복 양식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죠. 또 “한푸 애호가는 2019년 356만명에서 2020년 60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웨이보에서 한푸의 검색량은 48억9000만회가 넘었고, 틱톡 영상 조회수도 477억회 이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속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 여성은 ‘쉬잉(Shiyin)’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중국인 인플루언서입니다. 그는 ‘한푸는 한복이 아니다.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 ‘한복이 한푸의 영향을 받았다. 혐오가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이 게시글을 접한 두 나라의 누리꾼들은 댓글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전통 의상인 한푸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문화”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반면 국내 누리꾼들은 “역사 왜곡이다”, “김치에 이어 한복까지 가져가려고 하냐”, “다른 나라의 문화까지 베끼는 모습”이라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김치와 마찬가지로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문화 공정’의 연장선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모습이었죠.

이렇게 점점 중국의 생떼가 심해지지만 꿋꿋이 국내외에서 우리의 한복을 알리고 있는 한복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전통 한복은 물론이고 요즘 시대에 발맞춰 ‘힙’하게 해석한 모습까지 다양한데요, 어떤 브랜드들이 한복을 알리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하플리' 이지언 대표/이지언 대표 인스타그램

◇‘한복 덕후’가 창업한 한복 브랜드 ‘하플리’

‘하플리(Happly)’는 2015년 25살에 한복을 좋아하던 ‘한복 덕후’가 창업한 한복 브랜드입니다. 하플리는 ‘한복(hanbok)’과 ‘적용하다(apply)’는 영어 단어를 합친 단어로, 한복을 일상에 적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2016년까지는 한복 편집샵으로 운영하다가, 2017년부터는 자체적으로 한복을 기획하고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 한복에 양장과 기성복을 녹였다고 합니다. 이지언 하플리 대표는 “우리나라 복식사에서 한복이 기성복과 가장 잘 어우러진 때가 1900년대 초반 개화기다. 한복에 레이스 양말을 매치하고, 양산을 들고 하이힐을 신었다. 그때의 복식을 재해석해서 2018년 ‘경성 아가씨’라는 여성복 라인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에는 남성복 브랜드 ‘조선호랑이’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조선호랑이는 조선의 잊힌 강호인 호랑이를 우리 옷에 녹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입니다. 깃이나 흉배와 같은 한복의 섬세함을 살려 한국 스트리트 패션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한복 브랜드로서 성공하기까지 이지언 대표의 한복 사랑이 바탕이 됐습니다. 이지언 대표는 과거 jobsN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우연히 한 사진작가 블로그에서 한복 사진을 보고 순간 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언 대표는 “사진을 보고 한복 덕후가 됐다. 무작정 전통 한복을 샀다. 그때 만난 남자친구와 첫 데이트 때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간 적이 있고, 생활 한복도 많이 입고 다녔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예쁘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한복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한 달 만에 3000여 명의 팔로어가 늘었다고 합니다. 또 피키캐스트에 ‘일반인의 흔한 한복 화보’로 소개되며 54만 뷰를 기록할 만큼 화제를 모았죠. 이런 관심과 사랑에 한복 브랜드를 창업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황이슬(위쪽 사진) 대표와 리슬이 제작한 한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선보인 지민. /리슬 제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BTS, 곽윤기도 찾은 브랜드 ‘리슬’

2018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아이돌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부채춤을 선보였습니다. 지민은 물론 이때 지민이 입은 한복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BTS 팬들에게 회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 한복을 만든 브랜드는 ‘리슬’입니다.

리슬은 황이슬 대표가 운영하는 국내 한복 브랜드입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52개국에 한복을 팔고 있습니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한복을 판매합니다. 청바지, 치마, 블라우스와 함께 입어도 어울리게 한복을 만듭니다.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 입는 예복이 아닌 일상에서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이죠.

황이슬 대표는 리슬을 2014년 론칭했습니다. 처음에는 폐업한 한복가게 하나를 수소문해서 원단 한 트럭을 100만원에 사 왔다고 합니다. 그 재고 원단을 조합해서 3년 동안 옷을 만들었습니다.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한복이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황 대표는 ‘선, 색, 소재 중 어느 한 요소라도 한국적인 게 들어가면 한복’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만큼 전통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BTS는 물론 마마무, 이날치, 유재석 등 유명인들이 찾는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곽윤기 선수가 외국 선수들에게 한복을 선물하는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때 곽윤기 선수가 선물한 옷이 리슬 제품이었습니다. 또 ‘곤룡포 무늬 후드집업’을 한국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단에 돌리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한복공정’ 이슈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혹자는 우리가 나서서 발끈하는 모양새는 과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한복의 일상화, 세계화와 관련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복은 가수니까 입는다, 저건 연예인이니 입는다, 이런 생각에서 그치면 안 된다. 더 이어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단하주단이 만든 한복을 입은 블랙핑크. /블랙핑크 공식 계정 캡처

◇“중국 시장 포기해서라도…”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합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입은 이 장면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국내 팬뿐 아니라 해외 팬에게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이 한복은 ‘단하주단’이 만들었습니다.

김단하 단하주단 대표는 제주도 카지노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원이었는데요, 2016년 퇴사를 합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한복 공부를 시작했고, 2018년 600만원으로 생활 한복 브랜드를 창업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만류했지만 ‘정체성이 있는 생활 한복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회사원 시절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한복 한두 벌을 직접 만들어 갔던 경험과 외국인들에게 호평을 들었던 경험이 큰 밑바탕이 됐다”고 말합니다.

단하주단도 리슬처럼 한복이 가진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쌓아갔습니다. 블랙핑크가 입었던 한복은 속옷 가슴가리개, 도포, 철릭(무관 공복의 일종) 등을 재해석한 것입니다. 생활 한복 브랜드에 대한 철학을 지켜가면서 한복을 지키려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복을 만드는 사람이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더라도, 이런 문제에 어느 정도 나서주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 한복 디자이너가 그중 한 사람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제외하고 다른 시장을 넓혀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ja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