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바람 타고 높아진 격투기 인기.. "지나친 폭력성 주의해야"

송복규 기자 2022. 6. 14. 13: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이트클럽·좀비트립 등 격투 콘텐츠 잇따라 흥행
"유튜브 보고 취미로 격투기 시작해"
"폭력에 치우친 연출 지양해야 한다"

“원투, 원투 훅!”

13일 오후 7시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 복싱 체육관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40평 남짓한 공간, 15명의 사람이 각자 자리를 잡고 주먹을 뻗으며 복싱 자세를 연습하고 있었다. 글러브와 미트가 닿을 때마다 “팡!”하는 경쾌한 소리가, 샌드백을 치고 있는 사람들 쪽에서는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몇 명은 거울을 바라본 채 앞뒤로 스텝을 밟으며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일명 ‘섀도복싱’을 하고 있었다. “땡” 하는 공 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은 땀을 닦으며 1분 동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다음 공 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다시 3분 동안 일제히 주먹을 뻗기 시작했다.

벌써 한 차례 운동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유재원(19)씨는 지난주부터 이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씨는 “최근 유튜브나 웹툰 같은 곳에서 격투기를 다루는 콘텐츠를 접했고, 나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예전에 복싱을 배우다 그만뒀던 친구가 있어서 지난주부터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복싱 체육관 내부 전경/정재훤 기자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졌다. 세계적인 종합격투기 선수 정찬성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작년 10월부터 방영된 서바이벌 격투 웹 예능 ‘파이트 클럽’의 성공을 필두로, 최근까지 유튜브에 격투기를 다루는 채널과 콘텐츠들이 잇따라 성공을 거둔 영향이다.

파이트 클럽은 일반인 참가자들이 상금 1억원을 두고 링 위에서 종합격투기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회차당 2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누적 조회수는 1800만 회를 넘겼다. 이후 등장한 좀비트립, 블랙컴뱃, 리얼파이트 등 유튜브에 나타난 격투기 예능 프로그램들도 회차당 조회수 수십만~수백만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반인들도 새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격투기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격투기 열풍은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실제로 운동 삼아 격투기를 배워 보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생긴 것이다. 상암동에서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현기(32)씨는 신규 회원 중 유튜브에서 격투기 관련 콘텐츠를 접한 뒤 관심이 생겨 도장에 등록하러 왔다는 회원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격투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프로가 아닌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생활체육 관련 대회도 많아졌고, 우리 체육관에 다니는 회원들도 참가하는 경우가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격투기를 배워온 사람들도 최근 격투기 콘텐츠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복싱이나 종합격투기(MMA) 등 격투기가 소수 마니아들이 하는 다소 과격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취미로 즐기는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4년째 복싱 체육관을 다니고 있다는 최재두(32)씨는 “옛날에는 격투기, 특히 복싱하면 배 나온 아저씨가 혼자 체육관을 지키면서 강하게 지도하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가볍게 배우려는 분들도 많고, 운동과 심신 단련을 목적으로 다니신다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복싱 체육관에서 사람들이 자세를 연습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운동 삼아 취미로 격투기를 배우는 여성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유진희(30)씨는 지난 2019년 말부터 다이어트와 호신술을 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격투기를 배운다고 하면 주변에서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지금은 그런 시선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유씨는 “예전엔 주변 여자 친구들에게 체육관에 같이 다니자고 말해도 다 거절했는데, 최근 1년 사이 자발적으로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한 친구들이 여럿 생겼다”며 “지금은 아는 사람 5~6명이 복싱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다만 유튜브상에 올라오는 격투 관련 콘텐츠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오는 격투기 관련 콘텐츠들은 출연자들 간에 원색적인 욕설이 오가거나, 상대의 집 앞에 찾아가 도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상이 많았다. 앞서 4년간 복싱 체육관에 다녔다고 한 최씨는 “격투기는 단순한 싸움이 아닌 스포츠이고 무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유튜브 콘텐츠들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폭력적인 모습만이 부각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어린아이들에게도 안 좋은 모습들이 비춰 격투기에 대한 인식이 훼손될까봐도 걱정된다”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의 격투 콘텐츠의 흥행에 대해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노출될수록 높아질수록 점점 더 높은 수위를 찾게 된다”며 “유튜브 격투기 콘텐츠는 실제 폭력 장면도 등장하고, 상금을 위해 사람들이 경쟁하는 구도까지 겹쳐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명한 몇몇 유튜브 채널은 방송 못지않게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규제나 사회적 감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