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카드 한 장에 4억
포켓몬 중 최고가는 ‘피카츄 카드’ 11억
77억원에 팔렸다는 스포츠 카드도
MLB, NBA…다양한 트레이딩 카드
2022년 3월 10일, 미국에서 헤리티지 옥션이 주관한 경매에서 담뱃갑 만한 작은 종이 카드 한 장이 33만6000달러에 낙찰됐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약 4억1500만원입니다. 도대체 어떤 종이길래 4억원을 호가하는 것일까요.
이번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된 이 종이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포켓몬 카드입니다. 1999년 영문 초판본 카드로, 포켓몬 캐릭터 ‘리자몽’이 그려져 있죠. 리자몽은 파이리가 리자드를 거쳐 진화한 형태입니다. 이 포켓몬 카드는 초판본일 뿐 아니라 보존 상태 감정 업체 PSA로부터 최고 등급인 10등급을 받았습니다. 최고등급이라는 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를 유지했다는 말입니다. 이에 경매에 등장하기 전부터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제였죠.
경매를 주관한 헤리티지 옥션 측 역시 “PSA가 10등급을 부여한 카드는 전 세계에 121장뿐이다. 이번 경매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근 포켓몬 카드가 재출시되면서 수집가들 사이에서 포켓몬 카드 인기가 매우 높다. 이번 판매로 포켓몬 카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포켓몬 효과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트레이딩 카드란?
이번 경매에서 4억원을 넘긴 포켓몬 카드는 이미 세계에서 유명한 수집품입니다. 이 수집품 카드를 트레이딩 카드(Trading card)라고 합니다. 트레이딩 카드는 수집을 목적으로 판매하는 작은 사진 카드입니다. 트레이딩 카드의 시작은 담배와 함께 포장하는 광고 카드였습니다. 담배가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었죠.
미국 담배회사 ‘앨런 앤드 긴터(Allen and Ginter)’와 영국의 ‘W.D. & H.O. Willis’가 자사의 담뱃갑 안에 광고용 카드를 넣어 판매했습니다. 카드에 자연, 전쟁,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인쇄했죠. 카드가 조금씩 소비자의 인기를 얻자 모든 담배회사가 포장에 카드를 포함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8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야구가 프로 스포츠로 채택된 후엔 한 스포츠용품 회사가 야구 카드를 인쇄했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대부분의 야구카드는 담배 포장과 함께 판매됐습니다.
다색 인쇄가 막 대중화하던 시기였고 사람들은 전체 컬러로 인쇄된 카드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드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서로 교환도 하고 원하면 금전거래를 통해 카드 컬렉션을 완성했죠. 여기서 ‘트레이딩 카드’의 이름이 유래됐다고 합니다.
당시 트레이딩 카드는 대부분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스포츠가 주제였습니다. 각 분야의 선수들 사진과 선수들의 실제 실력에 따른 능력치도 표기돼 있었습니다. 스포츠에 한정돼 있던 트레이딩 카드의 종류를 만화, 영화, 게임 등으로 넓히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이게 바로 ‘트레이딩 카드 게임(Trading card game·TCG)’입니다.
트레이딩 카드 게임은 자신이 수집한 카드로 상대방과 대전하고 카드 소유자끼리 원하는 조건 아래 카드를 거래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인 수학자 리처드 가필드(Richard Garfield)가 개발했죠.
트레이딩 카드에 스포츠 스타의 모습과 능력치가 기록돼 있는 것을 본 가필드는 이를 게임에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최초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을 개발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만화나 게임 캐릭터 등을 넣은 다양한 트레이딩 카드가 탄생했습니다.

◇같은 카드도 보존 상태에 따라 가격 20배 넘게 차이 나
트레이딩 카드는 보존 상태, 카드 및 인쇄된 선수와 캐릭터의 희소성 등에 따라 가격이 매겨집니다. 카드 상태는 PSA(Professional Sports Authenticator)나 BGS(Beckett Grading Services)에 등급을 의뢰해서 책정합니다. 10등급이 가장 최상급인데, 여기서 등급이 높게 책정된 카드는 가격이 최소 2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로 뜁니다.
이베이에 등록된 ‘2002 포켓몬 네오 데스티니 흑자몽’ 카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카드는 PSA에 등급을 의뢰했고 한 카드는 등급을 받지 않은 채로 그냥 매물이 올라왔습니다. PSA에서 최고 등급인 10등급을 받은 포켓몬 카드는 1만5500달러(한화 약 1800만원)에 팔렸습니다. 반면 등급을 받지 않은 카드는 600달러(한화 약 70만원)에 팔렸습니다.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가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드 보존 상태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카드 보존 상태는 그리 좋지 않지만 5억원대에 팔린 카드도 있습니다. 바로 T206 세트 중 하나인 호너스 와그너(Honus Wagner) 카드입니다. 2022년 2월 SPC 옥션에 호너스 와그너 카드가 등장했는데요, 이 카드는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도 47만5959달러(한화 약 5억7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카드는 와그너의 얼굴 중 왼쪽 뺨과 턱의 상당 부분, 그리고 몸통의 3분의 2가량이 찢어져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도 비싸게 팔린 이유는 이 카드의 희소성 때문이죠.
T206 세트는 1909년 아메리칸 토바코 컴퍼니(American Tobacco Company)’에서 배포한 트레이딩 카드 세트로 모두 524장으로 구성돼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호너스 와그너 선수의 카드는 현재 50여장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너스 와그너는 20세기 초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유격수로 활약한 선수입니다. 1936년 명예의 전당 투표 첫 해에 베이브 루스, 월터 존슨, 크리시티 매튜슨 등과 함께 뽑힌 전설적인 선수이기도 하죠.
그는 T206 발매 당시 자신의 동의 없이 카드를 제작한 담배회사에 항의했습니다. 호너스 와그너 카드는 제작이 중단됐고 오늘 날 다른 카드보다 소량만 남게 됐습니다. 이에 오늘날 호너스 와그너 카드는 희소성이 높아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최고액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한 장에 77억원, 그 주인공은?
그럼 트레이딩 카드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카드는 얼마일까요?
이 역시 호너스 와그너 카드였습니다. 2021년 8월 로버트 에드워드 옥션을 통해 등장한 호너스 와그너 카드는 무려 660만달러에 팔렸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약 77억원입니다. 스포츠 카드 사상 역대 최고가입니다. 또 다른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카드가 호너스 와그너 카드의 뒤를 이었습니다. 1933년에 출시된 베이브 루스 카드는 2021년 6월 경매에서 600만달러(한화 약 72억원)에 판매됐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핫’한 포켓몬 중에서도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카드가 나왔습니다. 2022년 2월 골딘 옥션스에는 1998년판 포켓몬 일본 프로모 일러스트레이터 홀로그램 피카츄 카드가 등장했습니다. 포켓몬스터 대표 캐릭터가 그려진 이 피카츄 카드는 90만달러에 팔렸습니다. 한화 약 11억1000만원입니다.
이 피카츄 카드는 1997~1998년 일본 잡지 코로코로 코믹(CoroCoro Comic)이 개최한 프로모션 콘테스트 우승자에게 주어진 카드입니다. 공식적으로 39개 카드를 생산해 우승자에게 배포했죠. 2020년 카드 게임 개발자 유이치 콘노(Yuichi Konno)가 피카츄 카드 2개를 추가로 발견해 총 41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작 수가 적은 만큼 희소성이 높은 것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