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산업스파이 잡는 경찰.."수사력 믿고 대기업이 직접찾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단순한 인재영입이 아닙니다. 인재 유출이상의 범죄가 의심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이 2019년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을 찾아왔다. LG 임직원 70여명이 2017~2019년 사이에 경쟁사로 이직했다. LG는 단순 인력 유출이 아니라 영업비밀과 기술을 유출할 목적으로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LG는 이 분쟁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수사기관으로 서울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을 택했다. 기술·영업비밀 유출 범죄는 경찰과 검찰, 특허청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한다. 해외 유출의 경우 국정원이 담당한다. LG는 기업의 핵심 이익이 걸린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내 기술 보호팀과 법무팀, 외부 대형 로펌의 조언을 받아 경찰에 경쟁사를 고소했다.
김동극 경감(42)이 이끄는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경쟁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팀이 굴지의 대기업의 법무팀과 기업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선임한 대형로펌의 반대 논리에 맞설 명확한 근거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검토했던 논문 등 전문 자료만 수만페이지에 달했다.
김 경감은 "명확한 기술 유출 정황과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검찰과 법원을 설득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팀장은 "기술 유출 사범의 대부분이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이 빼돌린 기술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장기간에 거쳐 다투고 유출기술의 가치를 낮추려 한다"며 "법조계에서 최신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산업분야 교수·피해 기업·국정원과의 협조 등을 통해 수사팀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차 설계 도면을 중국과 인도로 빼돌린 사건을 포함해 삼성·LG디스플레이 기술의 중국 유출, 고성능 광학렌즈 제작도면 유출, 첨단 세라믹 코팅제 기술 유출 사건 등을 적발할 수 있었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확인해보면 처음 이직한 업체에서 나와도 다른 업체에 또 들어가거나 한국 기술자가 한 번에 자기가 가진 기술과 자료를 내놓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해외기업에 기술유출 사범을 연결해주는 브로커를 처벌할 마땅한 법령이 없는 것도 문제다. 여전히 대부분의 산업기술 유출이 인력 유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취업을 알선한 브로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현행법상 무등록 영업에 한해 직업안정법 위반이 유일하다. 무등록 직업소개사업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브로커들은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빼낸 인력이 받는 연봉의 20~30% 수준의 알선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고액 연봉을 받고 기술을 유출하기 때문에 2~3년만 인재 유출 알선 영업을 해도 수십억원의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김 팀장은 현재도 헤드헌팅 업체를 가장한 여러 브로커를 상대로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대한 기술유출 사례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김 팀장의 꿈은 경찰 최고의 산업보안 전문가다. 그는 "피해기업들을 돕고 더 나아가서 국가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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