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방역도 한결 풀리고, 날씨도 화창한 요즘 밖에 나가보면 은근히 신경쓰이는 게 있다. 바로 꽃가루. 심한 날엔 눈도 따갑고 목도 따끔거리는 거 같은데. 바람 한번 세게 불고 지나가면 차 위에 먼지처럼 뒤덮고있는 꽃가루 때문에 세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근데 이건 뭘까. 솜털뭉치 같은게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데 길가엔 이렇게 솜을 마구 뜯어놓은 것처럼 수북이 쌓여있기도 하고 이것도 꽃가루의 일종인가? 언젠가 중국 뉴스에서도 이런걸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중국대륙에서 불어오는 게 황사만이 아닌건가?

유튜브 댓글로 “요즘 날리는 꽃가루는 어떻게 만들어지길래 솜털뭉치처럼 크게 날아다니는건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꽃가루가 아니라 어떤 나무가 씨앗을 멀리보내기 위해 개발한 전략의 결과인데, 꽃가루와 달리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정체불명 솜뭉치의 정체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김민하 연구관에게 이게 뭔지 물어봤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민하 연구관
"버드나무는요 꽃이 이른봄에 피거든요 벌써 다 폈고요. 5월달엔 열매가 맺히는 거거든요. 열매가 맺혔는데 그 열매가 날아가기 위해서 솜털같이 생긴 것들이 씨앗을 감싸면서 날아가는 겁니다. 씨앗을 멀리멀리 보내야 하니까."

그러니까 이건 꽃가루가 아니라 버드나무의 열매 씨앗이 솜털을 달고 날아다니는 게 우리 눈에 보이는 거라는 설명. 참나무나 소나무처럼 바람에 의해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풍매화)들이 있는반면 버드나무는 씨앗을 멀리서도 발아시키기 위해 솜털을 활용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민하 연구관
"씨앗 하나엔 하나의 나무가 있는 개념이니까요. 걔들이 유전적으로 자기 후손을 퍼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한거죠. 씨앗에 솜털 뭉텅이를 보시면요 가운데 까뭇까뭇한게 있거든요. 그게 씨앗이고. 솜털은 걔를 날려보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거죠."

버드나무류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데 서울에선 한강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과거 가로수로도 쓰였던 포플러나무에서도 이런 종류의 솜털씨앗을 볼 수 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
"특히 강이 있는 부분...한강변에 버드나무 종류가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물가에 자라니까. 물 가장자리에 있으니까 거기서 집단적으로 날아온다고 보심 되고 포플러 종류가 있는 곳 있잖아요 거기서도 많이 날아와요. 같은 집안이에요. 버드나무 쪽은 (솜털이) 흰색에 가깝고요. 플라타너스는 연한 갈색에 가깝습니다. 대신 날아다니면 거의 똑같이 보이죠."

이런 솜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버드나무 수그루의 꽃가루가 암술에 달라붙어 수분이 이뤄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이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터지면서 씨앗이 방출되는 과정에 솜털이 부풀어오르면서 멀리 날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국립수목원 관계자
"버드나무는 암수가 다르잖아요. 암수 딴몸입니다. 수꽃에 있던 꽃가루가 암술에 날아와 달라붙어서 수분이 되고 수정이 되는거거든요 .그래서 완숙이 되면 날개같은 솜털이 제대로 자라서 퍼지게 되는거죠. 그 다음엔 민들레처럼 하나씩 뽑혀서 날아가는데 그게 뭉치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거죠.

이런 버드나무류의 씨앗들은 꽃가루와는 여러모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우선 꽃가루는 10~24㎛ 크기의 아주 미세한 가루형태여서 눈으로 확인이 어렵고, 우리 몸 깊숙이 침투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버드나무 씨앗 솜털뭉치는 우리 눈에 잘 보이는데다 피부에 닿는다해도 약간의 간지러움을 느낄 순 있겠지만 알레르기 반응과는 무관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이 2015년 꽃가루 알레르기 종류를 분석한 보고서에도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오인되기도 하나 이 꽃씨는 알레르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나와있다.

자손을 널리 퍼뜨리려는 본능은 모든 식물에도 적용될 것이다. 수십㎞를 날아가는 꽃가루에 비해 나무의 씨앗은 땅에 떨어질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버드나무는 씨앗을 솜털로 감싸 자신의 유전자를 더 멀리 발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주변의 버드나무에서 날리는 씨앗을 꽃가루로 생각해서 나무를 베라는 신고도 엄청 많다고 하는데 이건 알레르기를 일으키진 않는다고 하니 안심하고 지켜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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