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 농도 계산에는 왜 소금물이 나올까?
잠시 뇌풀기 문제. 4% 농도 소금물 200g에서 몇 g의 물을 증발시키면 10% 소금물이 될까?
푸는 원리는 이렇다. 물을 증발시켜도 소금의 양은 양쪽이 같다고 보면된다. 증발시키는 물의 양을 x라고 할 때 ‘4/100*소금물 200g=10/100*소금물(200-x)g’ 방정식을 풀면 답은 물 120g을 증발시키는 거다
수학의 쓴맛을 맛본 이들은 소금물 계산문제에서 수학의 짠맛까지 느끼다가 수포자가 되는데... 유튜브 댓글로 “농도를 구하는 수학 문제에는 왜 소금물만 사용하는 건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육부 권장 사항은 아니니까 너무 못 풀더라도 상심하지는 말자.
수학 시간, 소금물 농도 계산을 배우는 이유
설탕도 있고 소금도 있는데 왜 하필 농도 계산에는 소금물이 사용될까.
교과서와 문제집을 만드는 몇몇 출판사에 문의했고 ‘비상교육’에서 답변을 보내왔다.
비상교육 답변
"실제 생활에서 문자(방정식)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소재로 속도와 더불어 소금물이 활용됐습니다. 실생활적인 면에서 화학이나 생물학에서 균을 배양하거나 의약품을 연구하는 실험에서 특정 농도의 용액을 자주 만들며 이는 과학 실험의 바탕이 됩니다.”
그러니까 소금물은 실생활은 물론 화학 생물학에서 두루 사용된다는 소리. 당장 인체 내 세포에는 0.9% 소금(염분)이 녹아있고 혈액의 염분 농도도 0.9%다.
지구상 가장 많은 물인 바닷물 1ℓ에는 35g의 소금이 녹아있다. 알고 보니 어딜 둘러봐도 다 소금물이었고 그래서 농도 계산에는 소금물이 으뜸이라는 얘기.
과학 교육 과정과 연계해도 소금물 농도는 두고두고 배운다. 체내 세포 간 녹아있는 염분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려는 힘은 생물·화학에서 배우는 삼투압 현상의 핵심 사례다.
지구과학에서 배우는 ‘염분비 일정의 법칙’은 세계 어느 바다를 가나 염소(Cl·55%)와 나트륨(Na·30.6%)이 녹아있는 양이 거의 유사하다는 내용. 염소와 나트륨은 소금이 물에 녹아 생기는 화학 원소들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몰(mol·입자 개수를 세는 단위) 농도 계산은 물론 공기업 갈 때 치르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도 소금물 농도 계산은 단골 문제.
참고로 설탕은 물에 녹으면 화학식이 소금(NaCl)처럼 간단하지는 않아서 고등학교에서야 많이 배운다. 때문에 문제집마다 종종 설탕물 농도 계산이 나오기는 하지만 소금물만큼 단골은 아니다.
그런데 왱이 문자와 식, 연립일차방정식 등을 배우는 중학교 1~2학년 수학 교과서 9종을 전부 살펴봤지만 어떤 곳에도 소금물 농도 계산 문제가 등장하지 않았다. 교육부 고시 ‘2015 수학과 교육과정’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방정식과 부등식에 대해 지나치게 복잡한 활용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권고한 데다
초등학교 5~6학년 교육과정에서도 “비율을 평가할 때 속력, 인구밀도, 축척, 농도 등을 구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금지했기 때문.
그러니까 결론은 수포자 양성의 1등 공신, 소금물 농도 계산을 교육부에서는 가르치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사실. 그런데도 교육 현장에서는 실생활에도 많이 쓰이고 과학 공부에도 도움이 되니 계속 출제하고 있다.
끝으로 이건 출판사들이 밝힌 소금물 농도 계산을 문제집에 계속 포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비상교육
“중학교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교과서에서도 소금물 농도 문제를 다뤘고 학교 시험에도 기본 문제부터 변별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문제까지 다양하게 출제돼 왔습니다”
미래엔
“교과서에는 모두 농도 계산이 빠져있지만 학생들의 사고력 증대 및 문제 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문제집에서는 교과서에서 다루지 못한 응용문제까지 다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과정 권고를 감안, 출판사들도 문제집 내에서 소금물 농도 계산을 줄여나가는 추세라니 공부할지 안 할지는 학생들의 몫. 그러니까 소금물 따위에 주눅 들어서 수학을 포기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