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가장 용기 있는 맥의 '키스'를 위하여

독자리뷰 〈상수리나무 아래〉를 본격 영업한다
‘광고 좀 그만하지, 상수리나무가 아니라 상술이나무인가.’ 이게 <상수리나무 아래>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웹툰 출시 당시 가는 데마다 <상수리나무 아래> 광고가 보였다. 호기심이 일긴 했는데 청개구리 심보 때문에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한번 읽어볼까 마음먹은 것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을 오마주한 소설 표지 때문이었다. 클림트 특유의 따뜻하지만 불안한 느낌을 좋아했는데, 그런 원작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처럼 기대 있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금요일 밤, 홀린 듯이 <상수리나무 아래> 1화를 읽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월요일이 되어 있었다. 출근은 해야 하지, 눈은 충혈돼 있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더 큰 문제는 피곤해 죽겠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상수리나무 아래> 생각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상수리 폐인’의 길로 들어서버렸다. <상수리나무 아래> 과몰입 덕후의 탄생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내 부족한 글은 끝까지 다 읽지 않으시더라도, 제발 <상수리나무 아래>는 한 편만이라도 읽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랑과 상처, 극복까지의 이야기

<상수리나무 아래>는 리프탄과 맥시밀리언이 사랑에 흠뻑 빠지게 되고 또 맥이 스스로 성장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는 1부, 리프탄의 과거와 함께 그가 맥시에게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하게 되는 계기가 나오는 1부 외전, 그리고 역동하는 세계 속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더 나아가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둘의 모습이 담긴 2부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느낀바 1부와 2부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성장과 이해였다. 말더듬이 맥시밀리언은 리프탄에게 사랑받아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또 그의 옆에 당당히 서고 싶기에 되레 그를 밀어낸다. 스스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었다지만 오히려 리프탄에게는 자신이 온갖 고생 끝에 오직 그녀만을 위해 일궈둔 따스한 보금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맥시가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이런 둘의 관계는 한 편의 아름다운 비극처럼 보였다. 둘은 너무나 달랐기에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대를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위기에 내던지는 모습은 둘이 꼭 빼닮은 부분이었고, 결국에 서로를 이해하는 초석이 된다. 아직 2부가 연재 중이긴 하지만 완결에서 갑자기 세상이 멸망해 다 죽는 엔딩 정도만 아니면 소설 덕후 2n년 차, 내 삶에서 가장 큰 울림을 일으킨 인생작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웹툰 <상수리 나무 아래> 36회 중 일부

<상수리나무 아래>, ‘고구마’의 의미

사람은 사랑을 하므로 결코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벼랑 끝에 몰려서라도 기꺼이 나의 당신에게 ‘키스’를 하겠다는 둘의 모습은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래, 너는 나와 다르다. 서로를 평생 이해할 수 없겠지,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열렬한 사랑을 살아가면서 직접 해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야말로 현실 속의 작은 판타지이며 기적이겠지. 현실의 공허함과 상실감을 <상수리나무 아래>를 통해 대리 극복해나가면서 느끼는 일련의 카타르시스가 내가 생각하는 <상수리나무 아래>의 ‘대박’ 이유 중 하나이다. 작가님의 필력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겠지만, 그건 워낙에 쟁쟁한 작가분들이 많으니 ‘디폴트’로 두자.

대개 인생작이라고 오래오래 회자되고 있는 명작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지독한 감정 소모와 현실적인 갈등을 개연성 있게 풀어나가되, 사랑한다는 그 진실된 마음 하나로 문제를 극복해낸다는 점이라고 본다. 물론 요새는 ‘먼치킨 사이다’ 주인공들이 유행이고, ‘고구마는 구황작물 이름일 뿐’이라며 고구마스러운 스토리는 구경하기도 힘들다. 나도 킬링타임용으로 그런 작품 여러 편을 재미있게 봤고, 또 선호한다. 하지만 갈등이 시작되기도 전에 해결되는 이야기 속에서 대리만족은 느낄지언정, 우리가 맥시밀리언에게서 느끼는 연민과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까지 갖지는 못할 것이다.

웹툰 <상수리 나무 아래> 37회 중 일부

말더듬이라는 조금은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 맥시의 결점은 우리의 은밀한 결핍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한 결핍과 절망적인 주변의 상황에서 그 모든 것을 이겨내게 만드는 사랑하는 사람, 리프탄 한 명 때문에 맥시는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맥시를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상수리나무 아래> 애독자들은 모두 우리의 어떠한 상실을 닮은 맥시밀리언이 포기하지 않기를, 괴롭고 비참하지만 결국에는 리프탄과 행복해지기를 한마음 한뜻으로 바라게 되는 것이다. 비록 능력 넘치고 가는 길마다 성공을 일궈내는 ‘사이다’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연재 중인 소설과 웹툰의 댓글 창에도 실제로 나처럼 맥시와 리프탄을 응원하며 과몰입한 귀여운 독자들의 댓글이 많은데, 나도 정주행하기 전에는 내가 똑같은 주접을 떨게 될지 몰랐지만 말이다. 소설이 대장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완결 회차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 상상을 하면 졸업식 날 오후의 쓸쓸한 교정이 생각날 것만 같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 혼자만의 작은 졸업식을 마친 기분이랄까.

그렇지만 아직 원작 초반 내용인 웹툰이 남아 있으니 또 다른 여흥을 즐길 수는 있겠지. 소설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웹툰을 추천한다. 작화도 예쁘고 원작 분위기가 잘 반영되어 있다. 대충 ‘어쨌든 한 편만 봐달라’는 뜻. 이제는 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김수지 작가님,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되 작품 활동은 오래오래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제발 맥시와 리프탄 행복하게 해주세요!

글. 용가리(소설에 과몰입하고 있는 애독자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