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서 묘사되는 살인사건은 보기만 해도 끔찍해서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스크린을 뒤덮는 건 피범벅이 된 사건 현장.

그런데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살인사건은 분명 현실이기도 한데 그 처참했던 현장은 경찰 조사가 끝나면 청소는 어떻게 하는 걸까? 유튜브 댓글로 “살인사건 현장은 누가 어떻게 청소하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코난이 떠난 후 찾아오는 특수청소부들

만약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에 들어간다면 우리 몸의 감각 중에 어떤 게 가장 힘들까. 청소할 때는 냄새가 가장 고역이라고 한다.

특히 피의 철분에서 나는 특유의 비린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김새별 바이오헤저드 대표
"보통 이제 사람이 죽으면 그때 나오는 피들이 동맥에서 흘러나오는 피들이 많거든요. 걔네들은 좀 철 냄새가 많이 나요. 철분 냄새가 (왱: 철 비린내 같은?) 네 그게 굉장히 심하게 나죠.”

특수청소부들에게 어떤 유형이 가장 청소가 힘든지 물었을 때 의외로 가장 힘든 유형이 고독사라고 했는데 그 이유도 바로 냄새 때문이다. 고독사는 사망 후 최소 사흘, 길게는 몇 달씩 시체가 방치돼 있다가 발견되기 때문에 오염된 정도가 매우 심하다.

악취를 없애는 방법은 첫째, 오염물을 직접 제거하는 거다. 바닥이나 벽에 묻은 오염물질을 닦아내고 축산 농가 등에서 사용하는 탈취 약품을 뿌린다. 벽면 깊숙이 오염돼 냄새가 배면 아예 콘크리트를 깨뜨리기도 한다.

둘째, 살균이나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자외선 오존 살균기를 트는 거다.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
"(고독사 청소시) 오존 살균기 같은 경우 기계를 아예 저희가 켜놓고 철수를 하거든요. 그 기계가 밤새도록 돌아가면서 집 안에 남아 있는 그런 시신 부패 악취를 줄여준다고 보시면 되고”

혈흔 제거는 살인사건 현장 청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피가 묻거나 파손된 가재도구는 세척하거나 밀봉해 폐기한다. 피가 달라붙은 곳곳에 혈흔 제거 약품을 뿌려 박박 긁어내듯 닦는다.

오염이 심한 부분에는 고온의 스팀 청소를 집중 진행하고, 벽지나 타일 재질에 따라 혈흔이 스며들어 벽 전체를 뜯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달라붙어 이렇게 청소하는 데만 보통 6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고, 길게는 12시간이 넘어가기도 한다.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
"대충 그냥 물걸레로 닦는다 이런 느낌의 개념이 아니고 혈액이 집안에 사방팔방 다 튀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다 닦아내야 되는 거라서 그런 디테일을 살리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사방에 퍼져있는 핏자국은 살인 현장 청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핏자국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파 밑이나 창틀 구석에도 남기 때문. 이건 피해자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김새별 바이오헤저드 대표
"한번 찔리고 나서 그냥 쓰러지는 게 아니고 이쪽저쪽 헤매고 쓰러지고 막 몸이 뒹굴고 그러잖아요. 천장이고 어디고 바닥이고 다 튀어버리는 거죠.”

그럼 이런 청소비용은 어떻게 마련할까? 일단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로 피해를 입은 현장을 청소하는 비용은 경찰이 지원하도록 돼 있다. 범죄 피해자 측이 지원을 요청하면 경찰이 전문청소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본 뒤 한 곳을 선정해 청소를 맡긴다.

현장 정리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1년에 4억원쯤 되는데 사건별 지원금은 유형마다 조금씩 다르다. 방화 사건 지원금액이 가장 많은데 건당 1000만원까지 나오고, 다른 강력 사건의 경우 면적 6평(19.8㎡) 기준 65만원, 그보다 넓은 면적은 최대 400만원까지 지급된다. 지난해에는 총 143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특이한 게 존속살인의 경우 청소비가 지급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같이 살던 가족을 집에서 살해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된다. 피해 현장이 ‘가해자가 살던 집’이기도 해서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
"친족이면 가해자 집이잖아요. 저희는 피해자 쪽을 지원하는 거라서 그런 건 안 되죠.”

특수청소부들이 살인의 흔적을 깨끗이 닦아내면 현장은 다시 예전처럼 복구된다. 하지만 그 끔찍했던 기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주위의 시선 때문일까. 사건이 벌어진 곳에 살던 피해자 유족들은 늘 이사를 가버린다고 한다.

김새별 바이오헤저드 대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가 않아요. 살인사건이 났다고 하면. 가족들이 사실 그 집에 계속 살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다 100% 이사를 가는 경우들이 많죠.”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각막 수술에 사용되는 안구를 사고 팔 수 있다는데 괜찮은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