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미권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조회수 최상단을 차지한 게시물이 있었습니다. ‘오늘자 한국 경제 신문(South Korea’s Economic Newspaper Today)’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2022년 4월29일자 조선일보 경제 1면 사진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개미들이 삼성 로고를 들고 눈물을 훔치는 그림이지요. 곤두박질치는 삼성전자 주식 그래프도 들어갔습니다. 헤드라인은 ‘최대 실적날, 바닥 뚫고 지하실 간 6만전자’입니다.
이 기사를 퍼온 레딧 게시물에는 “한국어를 읽을 수 없지만 한국 개미(Koreant)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신문 속 캐릭터가 밈(meme, 인터넷 유행)이 되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동학개미·서학개미 늘자 외국에선 ‘코리앤트’라 호명
미국 주가 지수도 횡보 혹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같은 주식투자자로서 삼성전자를 비쌀 때 산 개인 투자자들의 심정에 십분 공감하는 것이지요. 이미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을 코리앤트(한국개미, Korea+ant)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 투자 열풍이 좀 뜨거웠었나요. 2021년에는 삼성전자 주식 하나 갖고 있지 않은 직장인이 없었죠. 2021년 미성년자 주주도 전체의 7%나 됐습니다. 공모주 청약을 할 때면 은행 앞에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이 주식에 빠진 해였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그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공감을 자아냈나 봅니다. 개미 캐릭터에 이어, 미국의 유명 만화 캐릭터 개구리 ‘페페’를 합성한 ‘짤(온라인 합성 사진)’도 미국 네티즌들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유의 억울한 표정 때문인지 한동안 피곤에 찌든 현대인을 표현하는 짤로 인기를 끌었죠.
그런데 이 캐릭터가 한복을 입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페페의 모습이 황망해 보입니다. 주식으로 큰 돈을 잃은 동학·서학 개미의 마음을 대변하기 충분했지요. 이 밈이 영미권까지 퍼지며 외국 네티즌들이 각종 짤들을 만드는 데 나섰습니다. 서학개미나 미국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인이나 나스닥 하락에 쓰리는 마음은 같은 것이지요.
◇서학개미 심정에 공감하는 미국인들
2022년 5월5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020년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12%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무려 4.99% 폭락하며 거래를 마쳤지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0.75%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차단해 공격적인 긴축 우려가 빠지고 그 결과 전날 나스닥 지수가 올랐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긴축 우려가 지속되면서 지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지요. 미국 개미들도,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도 나스닥 변동에 맥을 못 추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개미들은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도 눈물을 머금고 있지요. 3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발표한 2022년 4월 28일, 삼성전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주가는 바닥을 찍었습니다. 아래로 꺾인 주가 그래프가 좀체 위로 솟지 않고 있어요.
7만~8만원대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동학개미들은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오르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5만전자’에 가까워질까 패닉셀링(공황매도)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지요.
2022년 국내 증시에서 동학개미들의 주식과 증권 상품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지만 대부분 종목에서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2년 4월 22일 기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6조3295억원, 4조47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매매 금액까지 합치면 올해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24조3300억원에 이르지요.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한 종목들은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개인이 2022년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가는 2022년 들어 14.43% 떨어졌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1조7000억원, 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어요. 네이버는 20.74%, 카카오는 18.22% 떨어졌습니다. 1조원어치를 순매수한 현대차 주가 역시 13.88% 하락했고요.
2021년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국민 4명 중 1명이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 소유자는 처음으로 1000만명대에 진입했어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주식 소유지는 2021년 말 기준 1384명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늘었습니다.
코스피도 나스닥도 지지부진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대규모 물타기(주가가 낮을 때 매수해 평균 매수가를 낮추는 것)에 나서고 있으니, 투자 열풍은 주가 하락에도 식지 않고 있어요.

한국 주식 투자 열풍은 이제 단순히 국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농담 소재로 쓰이는 한편, 외신이 진지하게 다루기도 하지요. 한국 개미들이 몰리는 종목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경제매체 CNBC는 한국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ETF 열풍에 주목했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메타버스 ETF를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 꼽았지요. 또 한국의 메타버스 ETF에 정보기술, 반도체 제조업체 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련한 종목도 포함됐다며 향후 K팝이 메타버스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CNBC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미국과 유럽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더 뜨거우며, 한국 시장을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글 jobsN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