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그만두면 보좌진들은 생계 유지를 어떻게 할까?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지만 너무 자주 선거가 치러지는 대한민국. 오는 3월초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는데 이때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 서울 서초갑 등에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2년전 총선에서 이 지역구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도중에 사퇴해서 공석이 생겼기 때문인데, 누구는 가족이 부동산 투기와 연루된 의혹이 나오자 책임지겠다고 사퇴했고, 누구는 아들이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무려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의혹으로 물러났고, 누구는 대선 경선에 집중하겠다며 직을 던졌다. 청주 상당구나 경기 안성에서도 선거가 있는데 여긴 선거법 위반 때문에 하는거라 앞의 사례랑 경우가 좀 다르긴 하다.

그런데 의원들이야 정치의 대의명분을 앞세우면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다고 하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이런 의원들의 사퇴를 착잡하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바로 그 의원실에 딸린 식구들. 의원들과 뜻을 함께하는 조력자로, 국회 입법과 여론수렴의 최일선에서 뛰는 실무자로 일하는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유튜브 댓글로 “의원이 일을 그만두면 보좌진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원이 국회에서 쫓겨나면 보좌진도 같이 쫓겨난다.

국회의원이 실직하면 보좌진들은 어떻게 될까?

일단 국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 수를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의 보좌진협의회에 문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이동윤 회장
국회의원들이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서 직을 상실하면 그 의원실에 소속되는 보좌진들도 자동으로 면직이 되거든요.

국회의원 보좌진은 법적으로 ‘별정직 공무원’, 그러니까 공무원 대우를 받지만 공개채용으로 선발하지 않고 별도로 선발한다. 각 의원실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9급 비서 각각 1명씩 그리고 인턴 1명 총 9명이 근무한다. 보좌진을 임명하고 면직할 권한은 전적으로 의원에게 있기 때문에 의원이 직을 상실하게 되면 보좌진도 자동으로 면직이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보좌진은 총선이 치러지는 4년 단위로 일자리 연장을 늘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를 잃게 되면 어디로 향할까. 일단 경험이 최대의 자산이다. 국회 짬밥이란 걸 무시못하기 때문에 다른 의원실로 옮기거나, 상임위에서의 입법 경험을 살려 기업체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이동윤 회장
국회의원 다른 방 보좌진으로 가는 경우들도 있고요. 기업에서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업무 처리를 하다 보면 국회의 이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잖아요. 국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직원으로서 협조도 하고 확인도 하고 하는 그런 직종들이 있으니까

민주당 다음으로 많은 의석을 보유한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의 답변도 비슷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허대윤 회장
다른 의원실에 만약에 TO가 있으면 거기에 다시 신청을 해가지고 면접을 보고 거기에 들어가든가 아니면은 외부 기관이나 일반 민간에서 하거나 그럴 수밖에 없죠.

원래 소속되었던 의원실과 다른 당 소속의 의원실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이동윤 회장
정당을 바꿔서 가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다른 의원실이나 기업에 마침 TO가 있으면 다행인데, 만약 없으면 어떡하지? 21대 총선 때는 민주당이 180석 가까이 의석을 얻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100석을 겨우 넘기는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는데 이전 총선 때와 비교하면 여당은 50~60석 정도가 늘어 보좌진 일자리도 넘쳐난 반면, 국민의힘은 줄어든 의석만큼 보좌진들이 일자리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나는 보좌관이다>의 저자 임현 보좌관님은 이직 타이밍이 잘 맞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임현 보좌관
들어갈 수는 있더라도 그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래 내일부터 일해" 이런 게 아니잖아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실업급여 신청하고... 저 같은 경우는 아르바이트도 했죠. 친구 가게 가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선거라는 매개체가 있기 때문에

바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실패하면 실업 급여를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음 선거 때까지 존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원 보좌진들도 명색이 정치의 큰 꿈을 꾸는 정당인이고, 큰 선거는 자주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선거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몸값이 뛰기 때문이다.

임현 보좌관
3월에 대선 끝나고 6월에 또 지방선거 있잖아요. 지방선거 되면 또 그때는 이상하게 좀 몸값들이 많이 올라가요. 몸값이 올라간다는 거는 국회 보좌진 출신들을 많이 선호하죠. 국회의원 선거 같은 경우는 당선되면 다시 국회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든지

아예 정치판을 떠나 행정사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다. 행정사법 9조에 따르면 몇 급 이상 보좌진으로 몇 년 이상 근무하면 행정사 시험의 일부가 면제된다.

그런데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의원 앞에서는 절대 ‘을’의 위치에 있는 보좌진들이 자신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거다.

임현 보좌관
면직을 시킬 때 사전 예고제를 두고 그 부분에 대해서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기회를 주는 거죠.
전직 보좌관 이모씨
사전에 미리 이차저차해서 그만 헤어져야 된다 이 말도 못해도 그러니까 전반기 후반기로 나뉘어지잖아요. 그러면 그 정도의 텀은 줘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갑자기 불러서 내일부터 나오지 마 아니면 이달까지만 하고 때려 치워 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미리 좀 알려주면 좋겠다는 것. 잘 다니던 직장이 의원 말 한마디에 갑자기 사라지는 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 재벌 걱정 정치인 걱정이라고 한다. 내 걱정도 하기 바쁜데 내가 국회의원 보좌관이 일자리를 잃으면 뭐 먹고 사는지 걱정하는 게 쓸데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근데 평균 재산이 수십억에 달하는 금뱃지들과 달리 그들의 그림자로 묵묵히 일하는 보좌관들에 대한 관심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실적 문제와 연결된 법이 만들어지는 건 국회의원 혼자만의 몫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