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단종 소식으로 자동차 판이 뜨겁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모델 쏘나타의 단종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 쏘나타뿐 아니라 기아 스팅어, K5 등 세단 3종이 모두 시장에서 떠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혹자는 쏘나타의 단종 이유를 놓고 “이번 DN8의 못생긴(?) 디자인 때문에 판매 하락으로 이어져 단종한다”고 하지만, 사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미국 내 중형 세단 판매량 추이 / 2015~2021년>

우선 쏘나타의 판매 하락은 비단 쏘나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패밀리카의 기준과 같은 중형 세단의 판매가 최근 몇 년간 크게 떨어졌다. 가령, 2015년 약 43만 대에 달했던 캠리 판매량은 지난해 약 31만 대로 추락했다. 어코드는 35만→20만 대, 알티마는 33만→10만 대로 떨어졌다. 쉐보레 말리부의 추락 폭도 심각한데, 후속 모델 없이 현행 모델을 끝으로 단종한다. 폭스바겐 파사트(북미형) 역시 최근 단종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패밀리카의 수요는 쏘나타→싼타페 등 중형 SUV로 옮겨간 지 오래다. 북미에서도 토요타 RAV4와 혼다 CR-V 등 SUV 판매가 이미 토요타 캠리 & 혼다 어코드 판매를 크게 앞질렀다. 캠리의 연간 판매가 40만 대 밑으로 내려간 건 2017년부터인데, 동시에 RAV4 판매량이 역전했다. 과거 4인 가족이 가족 차로 중형 세단을 찾았다면, 요즘엔 SUV를 구입한다는 얘기다.
즉, 패밀리카 수요가 SUV로 옮겨간 상황에서 중형 세단이 살아남을 길은 ‘개성’이었다. 가족용 차라는 부담을 벗고 강한 개성을 입혀 소비자를 유혹했다. 캠리, 알티마, 쏘나타 모두 과거 ‘모범생’ 같은 스타일과 비교하면 요즘 디자인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은 디자인 변화로 막을 수 없었다.

여기에 ‘전기차 전환’이라는 대과제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는 2026년부터,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 파는 제조사로 ‘확’ 바꾼다. 폭스바겐은 ID. 패밀리 앞세워 EV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고, 토요타는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을 350만 대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전면적인 라인업 개편에 나선다.
핵심은 아이오닉 브랜드.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등 EV 모델을 늘려 주력 라인업으로 앞세울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차종은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7이다. 국내 출시 일정은 2023년 하반기~2024년 상반기(예정)인데, 팰리세이드의 모델 체인지 주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최근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모델이 현대자동차치고(?) 변화의 폭이 작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싼타페처럼 막대한 비용 들여 플랫폼‧파워트레인 바꾸는 대신, 아이오닉 7 개발에 자금을 몰아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즉, 쏘나타뿐 아니라 팰리세이드 역시 현행 모델을 끝으로 단종하고, 아이오닉 7과 ‘단일화’를 치를 전망이다. 쏘나타의 빈자리는 아이오닉 6가 메운다.

기아 역시 비슷하다. 팰리세이드의 ‘이란성쌍둥이’ 텔루라이드 또한 후속 모델 없이 대형 전기 SUV EV9과 단일화 할 전망이다. 중형 SUV 쏘렌토는 EV7, 셀토스는 EV4 등이 장기적으로 통합‧대체할 수 있다. 스팅어는 후속 모델 없이 단종하며, K5는 중형 전기 세단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내연기관 엔진 개발이다. 현대차는 현행 2.2L 디젤 엔진을 끝으로 더 이상 새로운 디젤 엔진을 개발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이 배출가스를 많이 내뿜어 중단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곧 시행할 예정인 유로 7 등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게 무척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윤을 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 어차피 전기차 시대로 갈 건데 굳이 높은 비용 들여 새 엔진 개발할 이유가 없다.
즉, EV 중심의 라인업 개편과 새 엔진 개발 중단 등 모든 상황이 퍼즐조각처럼 맞아떨어진다. 쏘나타의 단종은 자동차 팬으로서 아쉽지만, 시장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숙명으로 보인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