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에 족보 팝니다".. 불법 판치는 대학 커뮤니티
비대면 강의·절대평가로 더욱 성행
"강연은 저작물이자 개인정보.. 판매·구매에 경각심 필요"
“족보 팔아서 돈 열심히 벌었다!”
주요 대학이 중간고사 시험 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족보’를 판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과거 시험 기출 문제를 의미하는 ‘족보’를 사고 파는 행위가 대학 커뮤니티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족보를 사고 파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변호사들은 족보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행위가 지적재산권 침해로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8일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족보 판매·구매와 관련된 다수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판매자들은 과목명과 자신이 받았던 학점을 인증하며 시험과 관련된 필기본·요약본·기출문제·과제물 등을 상품으로 내놨다. 족보 가격은 5000원에서 2만원 사이로 거래 방식도 현금·기프티콘·계좌이체 등 다양한 수단이 활용됐다.

이날 기자는 족보 판매 방식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족보를 직접 구입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족보 팝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오세요’라는 게시물로 들어가 기재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중간고사 시험문제와 기말고사 과제물로 구성된 파일 2개의 가격은 각각 5000원씩 총 1만원이었다.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번호로 입금하자 잠시후 오픈 채팅방에 파일 2개가 올라왔다. 파일은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해당 학생이 작성했던 가상의 답안, 12장 분량의 기말 과제물 등 시험 관련 내용이 담겨있었다. 다만 학생이 임의로 작성한 내용인 탓에 족보만으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학생 사이에선 족보의 효과 유무와는 상관없이 일단 사놓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족보에서 시험문제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일단 족보를 구해놓는 게 유리한 것 같다”며 “해당 과목 교수의 질문 방향이라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 기간에 커피 한 두잔 안 마신다고 생각하고 족보를 구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강의가 지속되면서 온라인상 족보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존에는 선·후배 사이에서 공유되던 족보가 비대면 강의로 교류가 줄어들면서 판매 상품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에 대한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돼 학생들 간 경쟁심리가 약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원생 김모(29)씨는 “예전에는 친한 친구나 선배들한테 족보를 받고 커피를 사거나 밥을 사는 식으로 사례를 했었는데 최근엔 그런 일이 드물어졌다”며 “당장 나도 선배들에게 구하기보단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족보 거래’를 두고 저작권 침해 등 엄연한 불법행위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족보를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한 불법성을 가볍게 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세희 법무법인 율화 변호사는 “학생들 간에 서로 필기를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라 강의를 녹취해 본격적·상습적으로 ‘족보 장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학생 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도 “강연은 별도의 저작물이자 개인정보로 보기 때문에 교수의 강의를 녹음하고 녹취 기록물 등을 사고파는 행위는 불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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