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세라티 타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 어떤 기분일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마세라티를 보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마세라티를 타는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막연한 궁금증으로 남았다. 그 답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월 말, 마세라티 삼총사를 경험할 수 있는 소규모 시승회에 다녀왔다. 과연 이들은 어떤 매력을 품었을까?
글 │사진 최지욱 기자

시승 코스는 서울 한남동에서 경북 안동까지 왕복하는 542㎞ 구간. 이번 여정은 기블리 하이브리드와 르반떼 하이브리드, 콰트로포르테 S Q4가 함께 했다. 이른 아침, 서울 마세라티 한남전시장에서 안내사항을 전달받은 뒤 첫 번째 경유지 충북 단양까지 운전할 차를 배정받았다. 내가 타게 될 모델은 기블리 하이브리드로, 마세라티 최초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효율과 운전 재미 모두 챙긴 기블리 하이브리드



출발 전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안팎 디자인을 살펴봤다. 엔진만 다를 뿐 외모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부메랑 모양의 LED 리어 램프와 파란색으로 마감한 측면 에어 벤트, C필러 엠블럼으로 차별화했다.





문을 열자 강렬한 빨간색 인테리어가 반긴다. 대시보드 아래부터 시트까지 품질 좋은 가죽으로 덮어 촉감도 훌륭하다. 여기에 무광 우드 장식까지 더해 고급감을 높였다. 시트 일부와 도어 트림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가 만든 실크를 더했다.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신형 10.1인치 프레임리스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개인 취향에 맞춰 UI(User Interface)를 꾸밀 수 있는 점이 핵심. 참고로 2023년부터는 전 차종에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T맵이 들어간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크고 긴 패들 시프트를 심었다. 손에 닿는 촉감과 당기는 손맛이 좋아 숨어있던 ‘드라이버’ 본능을 자극한다. 그러나 방향지시등 레버를 가려 차선 바꿀 때는 다소 불편하다. 비상등 스위치가 기어 레버 앞에 있는 점도 아쉽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품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m를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55㎞,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은 5.7초 만에 마친다.


고속도로에 올라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누르자 망설임 없이 속도를 높였다. 직렬 4기통 2.0L 엔진이지만, 2t(톤) 조금 넘는 차체를 끌기에 무리가 없다. 1,750rpm에서 최대토크의 90%를 토해낸 결과다. 속도감도 크지 않아 고속으로 달려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전기 모터는 엔진이 최고 회전수에 다다르면 추가 부스트를 더하는데 개입 과정이 아주 깔끔하다.

앞뒤 차축에는 각각 브렘보 4P 캘리퍼와 1P 캘리퍼를 끼웠다. 마세라티가 발표한 시속 100㎞→0 제동 거리는 35.5m. 강력한 제동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페달 반응이 예민하지도 않아 어느 주행 환경에서도 다루기 쉽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작스럽게 제동한 앞차 때문에 큰일(?)을 겪을 뻔했는데, 뛰어난 브레이크 덕분에 간신히 화를 면했다.
순한 듯 강렬한 SUV, 르반떼 하이브리드





두 번째 경유지인 안동 군자마을로 가는 길은 르반떼 하이브리드와 함께 했다. 지난 11월, ‘2021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처음 만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해 에어 덕트와 마세라티 배지 등을 파랗게 물들였다. 옵션으로 캘리퍼도 같은 색으로 칠할 수 있다. 실내 역시 대시보드와 시트 등에 파란색 스티칭을 심었다.

심장은 기블리 하이브리드와 같다. 보닛 아래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한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330마력, 45.9㎏·m. 최고속도는 시속 245㎞,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초 만에 가속한다. 복합 공인연비는 1L 당 7.9㎞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르반떼 하이브리드는 V6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출력을 내면서 연료를 18% 아낄 수 있다.

르반떼 하이브리드는 길이 약 5m, 휠베이스 약 3m 넘는 덩치를 가졌다. 그러나 주행할 때 느낌은 여느 세단과 다르지 않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고속 안정감은 대형 플래그십 세단 부럽지 않았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처럼 기존 V6 가솔린 엔진 못지않은 달리기 실력까지 갖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2t(톤) 조금 넘는 공차중량이 무색할 만큼 맹렬히 속도를 높인다.

고속으로 달리던 중 ‘차체 높이를 조정했다’는 표시가 계기판에 떴다. 르반떼 하이브리드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노멀’과 ‘파크’ 등 총 6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속도에 따라 최대 75~85㎜까지 지상고를 오르내린다. 굽잇길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코너를 돌아나갔다. 참고로 정지 상태에선 서스펜션을 45㎜로 낮춰 편한 승하차를 돕는다.
스포티함과 안락함 공존하는 콰트로포르테 S Q4


마지막 일정은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와 함께했다. 1963년 첫 출시 이후 59년 동안 마세라티의 기함을 담당하고 있는 모델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걸걸하면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실내에 울렸다. S Q4에는 V6 3.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430마력, 59.6㎏·m. 최고속도는 시속 288㎞,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4.8초로 묶었다.

콰트로포르테의 매력은 스포츠 모드에서 빛을 발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V6 엔진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육중한 차체를 이끌었다. 넉넉한 배기량과 토크를 바탕으로 고속 영역까지 금방 가속한다. 편안함을 위해 변속 시점을 반 박자 느리게 가져가는 일부 기함 세단과 달리 기어 단수를 오르내리는 속도도 빠르다. 엔진회전수(rpm)가 오를수록 볼륨을 키우는 배기음까지 합세해 운전재미를 더했다.


잠시 쉬는 동안 안팎 디자인을 살폈다. 긴 보닛과 낮게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 날카로운 헤드램프의 조화가 우아하다. 측면은 에어 덕트와 엠블럼, C 필러에 붙인 삼지창 배지, 프레임리스 도어로 스포티한 면모를 강조했다. 뒷모습엔 부메랑 모양 LED 리어 램프와 배기구 네 개를 달았다.



실내는 클래식한 느낌과 현대적인 감각을 적절하게 섞었다. 시트와 도어 트림, 대시보드 아래까지 가죽으로 꽁꽁 덮었다. 운전대 뒤에는 아날로그 계기판이 자리한다. 시인성과 디자인만큼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디지털 계기판 부럽지 않다. 무선 스마트폰 충전 패드와 폰 커넥티비티, 열선 및 통풍 시트까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은 전부 기본이다.

다시 고속도로에 올랐다. 이번에는 주행 모드를 ‘노멀’로 바꿨다. ‘그르렁’거리던 엔진음이 점잖게 잦아들었다. 시속 100㎞를 넘겨도 1,300rpm을 유지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재가속 할 때도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은 덤이다. 여기에 차체를 탄탄하게 지탱하면서 충격과 진동을 말끔히 삼키는 ‘스카이 훅 서스펜션(Skyhook suspension)’을 넣어 기함다운 안락함과 안정감을 챙겼다.

이틀 동안 함께한 마세라티 삼총사. 고급스러운 안팎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운전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비슷한 예산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와 확연히 다른 재미와 뾰족한 개성으로 빛났다.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퍽 긴장하고 운전대를 잡았는데, 어느새 미소 가득한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