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확 바뀐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에 주민들 '골머리'
1인 시위부터 대규모 집회까지 열려
자영업자·주민 "최근 소음·교통체증에 걱정 커진다"
회사를 눈앞에 두고도 차가 막혀 가지 못하니 정말 답답했다.
직장인 박모씨, 29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29)씨는 월요일인 16일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지만, 시위대에 막혀 결국 출근이 늦어졌다. 이날 오전 7시 43분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권리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달라며 용산 일대 도로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전장연 관계자들이 약 30분 동안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횡단보도를 차지하면서 출근길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박씨는 “회사 근처까지 다 와서 차가 막혀서 가지 못하니 정말 답답했다”면서 “원래도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지만, 오늘처럼 막히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시위로 인해 주변이 시끄럽거나 차가 막힐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한숨부터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가운데 집회·시위의 중심지가 기존 광화문과 종로에서 용산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법원이 대통령 집무실 100미터(m) 이내 집회를 허용하면서 앞으로 용산 일대 집회·시위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소음과 교통혼잡 때문에 용산구 주민과 인근 직장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은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으로 행진하며 장애인 예산 추경 반영을 위한 ‘출근길 시위’를 열었다. 당초 전장연은 인수위원회 근처인 경복궁역에서 시위를 진행했지만,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부터는 삼각지역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500여명이 참여한 집회가 용산역 광장부터 녹사평역까지 진행됐다. 이들 단체의 집회에 앞서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100미터 이내에서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현재 윤 대통령 집무실 100미터 이내 구간의 일부 집회·시위를 허용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열 수 없지만, 대통령 집무실을 관저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부터 용산 대통령실 주변 삼각지역에서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용산경찰서에 신고된 삼각지역 인근 집회·시위는 총 8건으로, 매일 한 건 이상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에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선 10여명의 시민이 각자 따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매일 열리는 집회·시위에 인근 자영업자와 주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7)씨는 “차도 막히고 소음도 심해지면서 손님들이 안 올까 걱정된다”며 “전에도 조금씩 시위가 있긴 했지만, 요즘처럼 매일 시위가 벌어지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50년 넘게 거주한 기세영(84)씨도 “대통령실이 온 뒤로 동네가 더 시끄러워진 건 사실”이라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소음·교통 문제와 더불어 재개발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생활권이 침해될 것을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용산역 주변 7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협의회는 주민들에게 집회로 인한 소음과 교통 혼잡 등 주거 환경 침해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받아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주거권을 침해하는 집회와 관련해 차단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찰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허용한 법원의 판단에 항고하고,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회·행진 금지를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경찰은 삼각지역부터 대통령실 입구까지 시위대 접근을 막기 위한 ‘바리게이트’와 경찰 인력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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