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글을 쓰기 전 고려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잘 알고 겪어본 걸 쓰려고 해요. 아무리 열심히 찾아보고 조사하더라도 잘 모르고 쓰는 건 티가 나니까요. 그다음으로는 약간 관련 지식이나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관심이 있는 것, 애정이 있는 것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관심 정도에 따라 글의 퀄리티 차이가 분명하거든요. 하지만 가끔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같은 때 말이죠.

대저 토마토를 아시나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책상에 대충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3 ~ 5월 사이에만 먹을 수 있는 토마토가 있다잖아요. 그런 토마토가 있어? 하고 찾다 보니 그게 바로 대저 토마토였죠. 토마토야 마트만 가도 1년 365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대저 토마토는 그런 평범한 토마토와는 다릅니다. 독특한 맛과 식감 때문에 대저 토마토를 아는 분들은 봄이 되면 꼭 찾아서 먹는다고 합니다. 아니, 이걸 저만 몰랐군요.
대저 토마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대저 토마토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나는 토마토입니다. 대저동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대저 토마토인 거죠. 생각보다 더 별 의미가 없어서 허무하긴 하네요. 하지만 이 ‘대저’가 갖는 의미는 조금 더 특별합니다. 대충 비슷하게 생긴 아무 토마토를 대저 토마토라고 부를 수는 없거든요. 대저 지역에서 생산된 토마토만이 대저 토마토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산의 대저동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지역으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이뤄진 비옥한 퇴적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류의 비옥한 토지에는 염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덕분에 이곳에서 재배된 토마토는 짭짤한 맛을 갖게 된 거죠. 그ㅂ리고 이 염분으로 인해 토마토가 수분을 적게 흡수하면서, 당도 역시 일반 토마토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단짠단짠이 여기 있었군요...!
이런 독특한 맛 때문에 대저 토마토를 ‘짭짤이토마토’라 부르기도 합니다. 짭짤한 토마토라니. 사실 저는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일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저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평범한 일반 토마토는 2월 중순 ~ 3월 초 사이에 파종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름이 제철이죠. 하지만 대저 토마토의 파종 시기는 9월 초 정도입니다. 그 다음 해 2월 ~ 3월부터 수확을 진행하게 되죠. 그래서 지금이 딱 대저 토마토의 수확 시기입니다. 한창이죠. 겨울에 생장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고 과육이 단단하다고 합니다.
보통 토마토가 새빨간 완숙 상태로 소비자를 만나는 것과 달리 대저 토마토는 빨강, 초록이 반 정도 섞인 상태로 먹는 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단단한 과육이 특징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죠. 보통 초록 토마토 상태에서 유통되며 기호에 따라 1-3일 정도 실온에서 후숙시킨 뒤 먹으면 됩니다.

빨간색을 찾아볼 수 없는 초록 대저 토마토 상태에서 가장 진한 짠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짭짤 새콤 달콤한 토마토를 원한다면 구매 직후의 초록 토마토를 먹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후숙을 시킬수록 점점 당도가 높아지고 짠맛은 덜해집니다. 후숙 기간이 길어져 초록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로 새빨간 토마토가 되면 일반 토마토처럼 달달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저 토마토의 당도가 일반 토마토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하니 극강의 단맛을 원한다면 대저 토마토 후숙 버전도 추천합니다.
물론 추천을 하네 마네 말하고 있는 저는 대저 토마토를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ㅎ

그런데 아무거나 짭짤이토마토- 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대저 토마토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나 보죠? 가장 맛있는 대저 토마토는 방울토마토보다는 크지만 일반 토마토보다는 작은 소형 대저 토마토라고 합니다. 대저 토마토는 작은 크기일수록 진한 맛의 오리지널 새콤달콤짭짤- 을 느낄 수 있다죠. 간혹 대저 토마토를 먹어본 사람들 중 그냥 그렇던데- 라고 하는 경우에 크기가 너무 큰 대저 토마토를 먹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이즈가 작을 수록 가격도 더 비싸지는군요. 작을 수록 비싼 과일 - 사실 채소지만 - 이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구매한 토마토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고 리뷰를 남기다니... 저만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4월. 이 대저 토마토가 한창 물이 올랐을 시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대저동에서는 2000년부터 매년 4월마다 ‘대저 토마토 축제’가 열립니다. 토마토 축제라니...!? 그런 건 스페인에서나 하는 줄 알았는데요. 스페인 토마토는 대저 토마토가 아니기 때문에 8월에 축제를 합니다. 그리고 국내는 사실 화천에서도 토마토 축제를 합니다. 역시 8월이죠.
4월에 토마토 축제를 하는 건 부산 대저동 뿐입니다. 물론 대저동에서는 스페인처럼 거리에서 토마토를 던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부산 도시철도에서는 일부 차량에 대저 토마토를 테마로 한 열차를 운행하기도 한다죠.
그렇다면 올해 대저 토마토 축제는 언제일까요? 시기적으로 이번 주쯤이 딱 적기일 거 같은데요. 안타깝게도 올해 축제는 없습니다. 올해 뿐 아니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없었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이죠. 아마 내년에 대저 토마토 축제도 다시 부활하겠죠? 뭐, 축제는 없지만 대저 토마토는 먹을 수 있습니다.

손가락 몇 번만 놀리면 꼭 부산에 가지 않아도 대저 토마토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대저 토마토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지금뿐이라는 겁니다. 길어야 5월 정도 까지죠. 다이어터의 최고 친구는 역시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지만 칼로리는 낮은 토마토 아니겠어요? 특히 대저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비타민C 함량이 더 높고 생으로 먹었을 때의 맛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아니, 혹시 여기까지 읽었는데 아직도 주문 안 하신 분이 있나요? 저는 이미 결제했습니다. 다들 어차피 먹을 토마토라면 이번 봄엔 짭짤이 대저 토마토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