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 장면 그곳 .. 화성살인사건 진범 잡혀 재조명

글·사진=김인수 기자 2022. 2. 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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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 여기서 찍었네 부울경 촬영명소 <2> 진주 '죽봉터널'

- 도심서 멀지 않은 죽봉마을 인근
- 길이 486m 높이 6m 철도터널

- S자 휘어 있어 터널 안쪽 깜깜
- 봉준호 감독, 촬영지로 선택
- 작품 속 “밥은 먹고 다니냐”
- 배우 송강호 즉흥대사로 유명
- 영화 감동 되새기며 둘러 볼만

경남 진주시 호탄동 경전선 진주역에서 사천 방향으로 10분가량 자동차로 이동하면 진주시 정촌면 죽봉마을이 나온다. 어느새 느껴지는 봄기운을 만끽하며 진주역에서 철길을 따라 걸어가도 된다. 특히 이곳은 봄철 벚꽃이 피면 터널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마을에서 동북쪽으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죽봉터널이 있다. 이곳이 경기 화성군에서 벌어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로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명작 ‘살인의 추억’ 촬영 현장이다. 봉 감독은 이 영화에 이어 ‘설국열차’ ‘기생충’ 등으로 세계적인 감독 대열에 올랐다.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 장면을 촬영한 현장인 경남 진주시 정촌면 죽봉터널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본 모습이다.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다

죽봉마을은 마을 대밭에 봉이 날아왔다 해서 죽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진주와 삼천포항을 연결하는 진삼선 철도가 마을 중심을 통과하고 아래쪽에는 죽봉저수지가 있다. 38세대 100여 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어 마을의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이 마을은 영화 ‘살인의 추억’ 촬영 전만 해도 진주 도심에서 멀지 않은 오지 마을이었다. 하지만 경전선 이설로 진주역이 주약동에서 호탄동으로 이전하면서 인근에 역세권 개발이 진행된다. 또 마을 남쪽에 정촌산단과 뿌리산단이 조성되면서 주변 여건이 크게 변모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진주~창원 국도 대체 우회도로(국도 2·3호선) 개통으로 죽봉교차로가 신설된 데다 진주시가 38억 원을 들여 죽봉마을 주변 도로 개선사업을 해 오지마을의 오명에서 벗어났다.

살인의 추억 촬영 현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도 한몫했다.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 사건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 씨가 사건 발생 32년 만인 2020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영화가 언론에 재조명되고 죽봉터널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영화 팬이 찾기 때문이다. 윤 씨는 1988년에 이춘재가 저지른 여덟 번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피해자다.

■1980년대 향수 물씬

‘살인의 추억’은 2003년 4월 개봉해 전국 관객 525만 명을 동원했다. 완성도가 뛰어나 지금도 영화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1986년 경기 화성군에서 벌어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화성군 일대가 연쇄살인 범죄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이후 펼쳐지는 수사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조용구(김뢰하 분), 살인 사건의 첫 용의자인 백광호(박노식 분)가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수사반장’을 보면서 자장면을 먹는 장면은 198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 동안 경기 화성군 화성읍 반경 2㎞ 이내에서 발생했던 10회의 강간살인 사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한국 사회 최초의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상처뿐인 한국의 1980년대에 경운기가 시도 때도 없이 탈탈거리는 시골 촌구석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실제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영화는 범인 검거에 실패한 채 막을 내린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죽봉마을 입구에는 5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서 있고 진삼선 철도가 마을을 관통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

죽봉터널은 길이 486m, 높이 약 6m의 철도용 터널이다. 진주와 옛 삼천포를 잇는 진삼선 구간에 있는 터널로 1965년에 개통됐다. 하지만 진삼선은 남해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승객이 줄면서 1980년 10월 여객 운송이 중단돼 폐선이 됐다. 현재는 사천 공군부대에 유류를 운반하기 위해 이용된다.

이 터널은 여느 농촌의 다른 터널과 비슷하다. 봉 감독은 영화 촬영에 합당한 터널을 찾기 위해 6만㎞을 달렸다고 후일담으로 소개했다. 조건은 현재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터널이었다. 죽봉터널 외에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터널을 찾았지만 불빛이 보여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이 터널은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터널과 별 다를 바 없고, 철도가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영화의 감동을 되새기며 한 번쯤 둘러볼 만한 곳이다. 터널 깊숙이 들어가 봤다. 칠흑 같은 어둠에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됐다. 덜컥 겁이 난다.

실제 이 터널은 S자로 휘어 있어 마지막에 박현규(박해일 분)가 터널 안으로 사라질 때 어둠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터널에서 촬영된 엔딩 장면은 오래 기억된다. 형사 서태윤(김상경 분)은 이 터널 안에서 범인으로 확신한 박현규를 붙잡았다. 하지만 형사 박두만이 미국에서 온 한 통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들고 온다. 이 결과는 ‘정액의 유전자 지문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의 것과 일치하니 않으므로 박현규를 범인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진범이라고 특정한 결정적인 순간에 범인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때 박두만은 범인이 유력시되던 박현규의 얼굴을 쥐어뜯다시피 하면서 “밥은 먹고 다니냐”고 말한다. 송강호 씨는 훗날 즉흥적으로 나온 대사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대사의 즉흥성이 영화의 명성을 더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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