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박근혜, 윤석열 '공통점'.. '포린어페어스' 기고, 차이는

유재광 기자 2022. 2. 1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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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 근시안".. 윤 후보, 미 외교전문지에 '文 정권 외교 실패' 작심 비판
"워싱턴과 포괄적 전략적 동맹 강화".. 미 정가에 본인 외교정책 적극 소개
왼쪽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대북정책을 포함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국내에선 '문 정권 적폐수사'를 언급하며 현 정부와 세게 각을 세우며 해외에선 문 정부의 외교정책을 도마에 올려 놓고 비판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Foreign Affairs'에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저의 외교비전을 기고했다"며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앞서 김대중,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 당선 전 포린어페어스에 기고문을 보내 게재한 바 있지만 기고문을 보낸 배경이나 기고문 내용의 결은 조금씩 다르다.  

윤석열 후보는 현지시각으로 8일 포린어페어스 온라인판에 실린 '한국이 한걸음 더 나서야 한다(South Korea Needs to Step Up)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현 정부의 외교를 '실패'로 규정하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기고문에서 윤 후보는 한국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난하고 권위주의적인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경제적으로 역동적이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우며 끈질긴 민주주의 국가로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적었다.

한국은 주요 무역 허브이자 기술 강국이라며 BTS와 넷플릭스 드라며 '오징어게임'을 언급, 한국의 대중 문화는 최근 몇 년동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한국은 먼 길을 왔지만 국제 사회에서 더욱 책임감 있고 존경받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며 "현 한국 정부는 국익에 대한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개념에 따라 움직였다"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둔 외교정책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가장 중요한 한미동맹이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의 차이로 인해 표류했다"는 것이 윤 후보의 지적이다. 

"북한에 대처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서울의 외교 전체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특정 목적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다"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아래서 북한과의 대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됐다"며 "그러는 동안 미국과 중국의 긴장은 커졌고, 한국은 적응에 실패했다"고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했다.(Under President Moon Jae-in, however, dialogue with the North has become an end in itself. Meanwhile, as U.S.-Chinese tensions have grown, South Korea has failed to adapt.) 

"전략적 모호성 접근 방식을 계속하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갉아먹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하기를 꺼림에 따라 한국이 중국으로 기울어지고 오랜 동맹국인 미국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게 윤 후보의 비판이다.   

이어 "한국은 길고 암울한 독재정권에서 살아남았지만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북한의 민주주의 규범과 인권침해에 대해선 눈에 띄게 침묵을 지켰다"고 꼬집으며 "명확하고 대담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 "북한의 도발에 한국이 굴욕적으로 대응하면서 남북관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직설적인 비판도 쏟아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건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2020년 폭파했다. 그리고 지난 달에만 북한은 11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는 게 윤 후보의 지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커지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대비테세가 크게 악화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국의 대공 및 미사일 방어와 미국의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어 "한국은 중국의 경제보복에 굴복했다"며 "워싱턴과의 더 깊은 동맹은 한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요구에 맞게 군사적 동맹을 넘어 한국은 워싱턴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맹을 모색해야 한다"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한반도의 비핵화와 김정은 정권의 안정이 중국의 주요 목표로 보인다"며 "베이징과의 보다 협력적인 관계는 한국이 북한으로 인한 곤경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서울은 도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략서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일본과 셔틀 정상외교를 재개해 양국 간 관계 개선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뜻도 아울러 밝혔다.

"극도의 불확실성 시대에 우리 국민이 익숙해진 수동적이고 전통적인 리더십으로는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한국은 정부가 창의적 사고를 하고 명확한 선택을 해야만 활기차고 혁신적이며 매력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포린어페어스에 이같은 글을 기고한 것과 관련해 윤 후보는 9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견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외교의 중심축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대한민국,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품는 글로벌 중추국가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Foreign Affairs'에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저의 외교비전을 기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한·미 양국의 포괄적인 경제안보 협력을 통해 첨단산업기술의 공유와 투자 증진을 이끌겠다"고 한미 동맹과 협력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한·중 관계는 상호존중,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의 분리 접근, 공동 이익의 추구, 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한 협력이라는 원칙을 기조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에 대해선 "예측가능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치가 이행되면 이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윤 후보는 말했다.

"거의 모든 외교력을 대북관계에만 집중한 현 정부와 달리"라고 선을 그으며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한미일 안보공조를 활성화 시켜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인도·태평양 질서를 촉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드리겠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품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겠다"고 윤 후보는 거듭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책임감 있고 존경받는 일원이 되어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윤 후보는 덧붙였다. 

윤 후보가 자신의 대북정책과 외교 구상을 밝힌 글을 온라인에 기고한 '포린어페어스'는 1921년 설립된 미국외교협회 이듬해인 1922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격월간 잡지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발행하는 격월간지 '포린폴리시'와 함께 미국 정가와 외교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며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매체다. 흔히 포린어페어스는 보수적, 포린폴리시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린어페어스는 1994년 11~12월호에 당시 김대중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이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의 "서구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동아시아에 부적합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반박하는 기고문을 게재해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 논쟁을 촉발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되기 직전인 지난 2011년 포린어페어스 9·10월호에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외교정책 구상을 밝히는 기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김대중, 박근혜, 윤석열 세 사람이 대선 당선 전 포린어페어스에 기고문을 보내 게재한 건 같지만,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대선과 관련된 글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견해 자체를 밝힌 글이다.

반면 박근혜, 윤석열 두 사람의 포린어페어스 게재문은 한국의 유력 대선 후보로서 미 정계와 외교가에 자신의 외교정책와 구상, 방향을 밝히며 미국 정가의 지지와 공감을 호소하는 측면이 크다.    

한편, 윤석열 후보는 앞서 전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의 적폐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서 윤 후보는 문 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에 기고하고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윤 후보의 이런 한층 강화된 '문재인 정권 때리기' 일련의 행보는 정권심판론 여론을 온전히 흡수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다자대결로 가더라도 대선 승리를 거두기 위한 포석과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언급에 대해 청와대가 "아무리 선거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매우 부적절하다. 불쾌하다"고 밝힌 데 대해 윤 후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냐"고 반문, '보복수사' 주장을 일축하며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의 강력한 반발에 괘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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