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20대지? 회사 유튜브 키워"..젊은 직원들 "주먹이 운다"
투자 안하면서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 따라가자"
예산 핑계로 인력·비용 지원 않고
기술·경험 없는 직원에 강제 할당
배려 안해주고
하던 일 그대로 하면서 추가 업무
나홀로 매일 야근·주말근무해도
성과급은커녕 수당 지급도 없어
잘못되면 "네 탓"
동영상 촬영·편집 등 겨우 끝내면
대기업 성과물과 비교해 지적 받아
답 없는 스트레스에 "차라리 이직"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A씨는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서 할 수 있다고 쳐도 부진한 유튜브 성과에 대한 화살이 돌아오는 것까지는 참기 어렵다"며 "상사들이 회의 때마다 유튜브 조회 수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면박을 줄 때는 너무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원금도 없이 찍었는데 돈을 들여 촬영한 대기업 유튜브 영상과 비교하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강제 유튜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맨으로 몰리는 중소기업 직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회사에 따라 단순 출연부터 영상 편집까지 해야 하는 업무도 다양하다.
디지털 전환(DT)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지만 그만큼 투자할 재원은 없는 중소기업 직원들이 강제 유튜버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 별도 인력을 뽑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대기업과 달리 대다수 중소·중견기업은 기존 인력에게 '투잡'을 강요하는 수밖에 없다.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고 있는 B씨(27)는 대행사와 함께 유튜브를 제작하고 있다. B씨는 회사에 지원할 당시 홍보 직군이었기 때문에 유튜브 제작 업무를 해야 한다는 고지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한 뒤 유튜브 업무 강도는 B씨의 상상을 초월했다. 직접 출연하는 것은 물론 촬영·편집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B씨가 '원스톱'으로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부족한 만큼 어렵게 만든 영상이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해도 고생한 직원에게 뒤따르는 보상은 없다. B씨가 지난해 제작한 영상은 회사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 수 1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B씨는 "조회 수가 잘 나온다고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는 없었다"며 "회사 임원들은 유튜브 영상이 '금 나와라 뚝딱' 하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갖추고 영상을 제작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영상 제작 업무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이나 지식도 없는 직원이 많지만 관련 교육과 영상편집 프로그램 구독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사례도 흔하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 직원 C씨(27)는 회사에서 갑자기 맡은 유튜브 업무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시스템 개발자인 C씨는 스타트업 특성상 개발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어 패닉에 빠진 상태다. C씨는 "회사에서는 동영상 제작 업무를 배우는 데 필요한 어떠한 비용 지원도 없었다"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이직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튜브뿐 아니라 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 등 SNS 홍보맨으로 동원되는 직원도 있다. 이 직원들은 회사 SNS 계정을 관리하고 이벤트 등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 직원이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겸직 형태로 SNS 홍보에 동원된다. 유튜브보다 틱톡 등 SNS에 올리는 짧은 영상을 기획하는 게 더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호흡이 긴 유튜브 영상과는 달리 트렌드에 맞는 짧은 영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D씨(24)는 지난달 회사 회의실에서 유명 아이돌그룹 춤을 춘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물론 영상이 올라간 곳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아닌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이었다. D씨는 "가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SNS 홍보맨으로 활동하는 직원 대부분은 2030세대인 부서의 막내 직원들이다. '막내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빠삭하다'는 윗선 인식도 있고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기에는 회사 내 입지도 약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막내라는 이유로 예상치 못했던 업무에 동원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E씨(25)는 "최신 트렌드에 별 관심이 없는 나보다 40대인 팀장이 요즘 유행하는 것과 트렌드를 더 많이 알고 있다"며 "SNS 개인 계정도 없는데 20대라는 이유만으로 SNS 운영 업무를 떠맡아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홍보 영상이나 블로그 등에 직원 사진을 활용해 원치 않는데 얼굴이 알려지는 일도 있다. 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F씨(32)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회사 측이 채용 사이트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 직원 소개 콘텐츠를 넣는다면서 F씨를 포함한 팀원에게 당당하게 얼굴 사진을 요구한 것.
하지만 직원들은 초상권·프라이버시 보호는 물론 향후 이직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부분 얼굴 공개를 꺼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실랑이 끝에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직원 사진 대신 이모티콘으로 대체해 직원 소개 콘텐츠에 사용하기로 했다. F씨는 "별도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몰라도 공짜로 직원들의 초상권을 사용해 홍보하려는 것은 회사 측의 큰 잘못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유경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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