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빠가 아빠여서"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 [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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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병삼(아빠, 이정열)과 주영(딸, 이아진)은 지긋지긋하도록 애틋한 무대 위의 부녀였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소재로 했다는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울지 않는 눈물'이 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정열과 이아진은 알려져 있듯 실제 아빠와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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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로 돌아간 아빠와 동화작가 지망생 딸
함께 한 마지막 시간, 조금씩 드러나는 연결고리
1월 30일까지 CJ Azit 대학로에서 공연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소재로 했다는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울지 않는 눈물’이 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송곳으로 쿡 찌르지 않고 송곳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을 전달한다. 심지어 이야기는 신선하고, 새롭고, 세련되기까지 하다.
이정열과 이아진은 알려져 있듯 실제 아빠와 딸이다. 진짜 아빠와 딸이 부녀지간을 연기하면 더 쉬울까. 그럴 리 없다. 대본을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본들 이들이 20여 년 간 가족으로 살아온 관계의 구조만큼 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다른 배우들과의 합에 비해 몇 배는 더 힘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면서, 왜 두 사람이 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역시 20분도 길었다. 병삼과 주영의 이야기가 이들의 삶과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겠지만, 실재하는 아빠와 딸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결은 다를 것이다. 그것은 ‘살아본’ 자들만의 권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연기는 다름 아닌, 그걸 보여준다.
중견배우 이정열은 자신의 삶과 경험을 병삼에게 거부감없이 녹여 놓았고, 이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연기다. 그는 이미 얼굴 근육 몇 개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캐릭터의 감정변화를 넉넉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이아진의 성장은 더욱 놀랍다. 20대 초반의 이 배우는 ‘나만 잘 하면 된다’의 수준을 어느덧 훌쩍 넘어서 있다.
조연들의 기량은 이 작품의 ‘새로움’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홍준기(시계토끼), 정현우(체셔고양이)도 뛰어나지만 도도새 박혜원의 연기는 이 중에서도 각별히 인상적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극에서 환상과 현실의 시공간일 뿐만 아니라 1도 맞는 구석이 없어 보이는 이들 부녀의 유일한 연결 포인트가 된다. 주영이 어쩌다 동화작가를 지망하게 되었으며 왜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시킬 수 없게 되었는지의 해답이 여기에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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