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주의 발상지는 제주도? [명욱의 술 인문학]
2022. 1. 15. 18:01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은 무엇일까. 임진왜란이 막 끝나고 광해군 때, 지봉 이수광이 청나라 등을 여행하면서 우주와 자연, 지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영국, 이탈리아 등 서양의 문물을 소개한 20여권의 책, 바로 지봉유설(芝峯類說)이다. 이 책의 특징은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탈피했다는 것. 그래서 영국, 이탈리아 등 서양의 문물도 같이 소개하면서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주의 유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은 몽골에서 소주가 전래됐다고 말한다.
학자들은 소주가 넘어온 시기를 고려시대 원(元) 간섭기로 본다. 한반도가 몽골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이 몽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을까? 몽골은 고려에 행정부를 설치한다. 평양의 동녕총관부, 함경남도 영흥의 쌍성총관부, 그리고 제주의 탐라총관부다. 여기에 일본도 침략하고자 한국에 병참기지도 만든다. 서울의 용산, 안동, 개성, 제주도, 합포(마산)이다.

이 중 병참기지와 총관부 두 곳 다 지어진 곳이 제주도다. 몽골의 탐라총관부는 향후 그 이름을 달리하지만, 몽골에 조공으로 바칠 말을 직접 목호(牧胡)라는 몽골인이 와서 사육을 했고, 제주도에 토착화되면서 그 수는 1700명에 달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원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공민왕의 반원정책이 시행되고, 최영이 이들의 난을 평정하기 전인 약 100년간 실질적인 몽골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었다. 그래서 몽골의 언어가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단어가 물허벅이다. 물허벅은 아낙네들이 물을 운반할 때 쓰던 작은 항아리와 같은 도구다. 부리가 좁고 배가 많이 나왔으며, 굽은 평평하여 운반하는 사람이 등에 지고 다녀도 흔들리지 않아 물이 잘 새지 않는다. 역시 이 물허벅이 최근에 그 유래가 발표되었는데 그 어원이 바로 ‘허버’, 몽골어로 바가지란 뜻이다. 여기에 물이란 단어가 붙어서 물허벅이란 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는 유명한 소주(사진)가 있다. 바로 고소리술이다. 소주를 내리는 도구를 육지에서는 소줏고리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고소리라고 불린다. 그래서 이러한 고소리를 통해 만들 술은 고소리술이라고 불린다. 육지와는 달리 쌀농사가 어려웠던 만큼 이곳은 좁쌀(차조)이 주식이었다. 이 차조의 명칭이 제주도어로 오메기였고, 차조를 떡으로 만들면 오메기떡, 그리고 술로 빚으면 오메기술, 그리고 이 오메기술을 증류하면 고소리술이 됐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감귤로 술로 만드는 일도 많다. 제주도의 감귤 원액을 주원료로 만든 ‘귤로만’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또 쌀로 빚은 탁주에 감귤을 넣은 ‘감귤 막걸리’도 있다. 열을 가한 농축액이 아닌 착즙한 감귤즙을 발효시킨 과실주 ‘혼디주’도 있다. 소주가 전래된 곳답게 역시 이런 감귤 술을 증류한 술도 있다. ‘미상(味上)’과 ‘신례명주’다. 신례명주는 서귀포의 감귤마을 신례리에서 따온 말이다. 각각 알코올 도수가 25%와 50%다. 미상은 가벼운 하이볼과 온더록스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제주 맥주, 제주 샘주, 제주술익는집, 제주바당, 한라산 소주까지 다양한 양조장에서 체험 및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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