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2022. 3. 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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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8일 밤 전야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극장 개봉한 ‘더 배트맨’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젊은 배트맨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배트맨을 ‘탐정’으로 묘사한 원작 코믹스의 설정을 따라, 브루스 웨인이 고든 경위와 공조해 연쇄 살인마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 형식이다. 1960년대 원형으로 되돌아간 배트모빌, 고든 경위 역의 제프리 라이트와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의 공조 케미도 눈에 띈다.

고담시에서 2년 동안 자경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은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와 ‘제임스 고든’(제프리 라이트)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범죄자들을 응징 중이다. 하지만 부패한 고담시의 시장과 경찰청장 등 기득권층을 목표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폴 다노)가 갑자기 나타나고, 웨인은 그가 남긴 단서를 쫓는다. 클럽에서 실종된 자신의 친구를 찾는 ‘셀리나’(캣우먼, 조이 크라비츠), 조직원인 ‘오스왈드’(콜린 파렐)와 마피아인 ‘팔코네’(존 터투로)를 만난 웨인은 범인이 남긴 메시지를 풀어가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의 과거를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알게 된다. 리들러의 계획을 막고 부패의 고리를 끊고 싶어하지만 웨인 역시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그 역시 혼란에 사로잡힌다.

‘더 배트맨’은 ‘혹성탈출’로 완벽한 트릴로지를 선보인 맷 리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제목에 ‘The’ 정관사가 붙은 이유는 배트맨의 정체성에 대한 브루스 웨인의 고민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아직 고든 경위가 청장이 된 것도 아니고 DC의 슈퍼빌런 중 하나인 펭귄 역의 오스왈드도 최후 빌런은 아니다. 영화는 주인공이 배트맨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배트맨으로 살면서 연쇄 살해범 리들러가 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느와르물에 가깝게 전개된다.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고뇌하고 불안한 청춘의 눈빛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내는 로버트 패틴슨이 가족의 죽음 이후 악당들을 쳐부수는 것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 배트맨 역을 맡았다. 마스크 아래 특유의 남성미 넘치는 턱과 허무주의적이면서도 분노에 휩싸인, 감독의 말에 따르면 “절박함과 취약함, 그러면서도 무섭게 돌변하는 ‘광기와 정의’라는 벼랑 위에 서 있는” 눈빛이 아직 자경단 활동 2년 차의 취약함과 잘 어우러진다. 맵시 있는 액션을 선보이는 캣우먼 조이 크라비츠와 주고 받는 케미스트리도 뜨겁다. CG가 아닌 실제 차량으로 촬영한 카체이싱, 펭귄 역을 맡은 콜린 파렐의 놀라운 변신, 좀 더 사실적인 풍경의 고담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슈퍼 하이테크 기술이 담긴 근육질 외형 대신 고출력으로 커스텀한 초기의 슬림한 원형으로 돌아간 배트모빌은 1960년대 TV 시리즈에 등장했던 오리지널 모습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리들러가 기득권층을 연쇄 살해하고, 도시를 쓸어버린 이유에 대한 서사가 불분명한 점은 아쉽다. 다크히어로인 배트맨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후반 신 역시 그를 밝은 영웅으로 그려내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처 입고 음울한, 젊은 배트맨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배트맨의 기원을 다루는 대신, 명탐정 배트맨이 두뇌 게임을 벌이던 ‘탐정만화(Detective Comics)’ 시기로 되돌아갔다. 웨인 가문이나 자신의 부에 전혀 무관심한 채 복수와 정의 사이에 고민하는 배트맨의 감정과 심리 면을 중요하게 다뤘다. DC의 기존 배트맨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다크 나이트’, ‘조커’와 궤를 같이 하는 영화다. 러닝타임 176분.

[글 최재민 기자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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