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경제성 조작으로 재판받는데.. 정재훈 사장 연임 파장

송기영 기자 2022. 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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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사장 취임후 월성원전 1호 경제성 평가 바뀌어
尹 "월성 원전 수사 외압으로 정계 진출 결심"

문재인 정부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1년 연임을 추진하면서 그의 탈원전 행보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 사장은 국내 원전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하고도 탈원전 정책에 앞장섰다.

정 사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계 진출을 결정한 이유로 꼽았을 만큼 당시 파장이 컸다. 관가와 에너지 업계에서는 윤 당선인의 탈원전 정책 폐지 공약에 맞춰 정 사장의 연임이 철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에너지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배임과 업무방해 등)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사장 등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2일 5차 공판준비 절차가 진행된다.

이들은 월성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월성 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해 2012년 설계수명을 마쳤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2015년 10년 연장 승인을 받아 2022년까지 운행이 연장됐다. 한수원은 2018년 월성원전 1호기 계속 가동 타당성 평가를 진행하면서 향후 4년 4개월을 계속 운영할 때가 정지할 때보다 3279억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관섭 당시 사장은 탈원전 정책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반대했었다. 그런데 돌연 이 사장이 2018년 1월 사임하고, 정재훈 사장이 그해 4월 취임했다.

그래픽=이은현

정 사장 취임 후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수치가 달라졌다. 한수원은 그해 6월 월성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다시 진행해 계속 운영 편익을 1379억원으로 낮춰 잡았다가 다시 224억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은 이 수치를 근거로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2019년 2월28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원안위에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에 허가를 받았다.

이후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할 때 경제성 평가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은 경제성 평가수치가 왜곡됐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원전 판매단가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경제성 평가에 필요한 변수를 조기 폐쇄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적극 돕기 위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윤석열 당선인의 운명을 바꿔놓은 사건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정계 진출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원전 수사 외압을 꼽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이유는 월성 원전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당시 대전지검에 월성 원전과 관련한 전면 압수수색을 지시하자 곧바로 감찰 징계 청구가 들어오는 등 외압을 받았다고 했다. 이때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정 사장 취임 후 한수원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2019년 5월에는 한빛1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빛1호기는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이었는데, 원자로 열 출력이 운영기술기침서상 제한치인 5%를 상회한 18%까지 급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직원들은 12시간이 지나서야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때 무면허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강한 질책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파견 인력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켜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수원은 2019년 1월 바라카 제1발전소장과 시운전실장, 사업지원실장 등 152명을 복귀시키고, 138명의 교체 인력을 바라카에 보냈다. 그러자 모하메드 알-하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사장은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국전력(015760)공사에 ‘바라카 사업에서 한수원 인력 철수에 대한 단호한 대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항의했다.

알-하마디 사장은 서한에서 “상당수의 한수원 숙련인력이 바로 바라카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으며 이런 결정이 사전에 거의 아무런 통보 없이 이뤄졌다는 보고에 충격을 받았다”고 적었다. 한수원은 당초 나머지 63명도 복귀시킬 예정이었으나 항의 서한을 받고 복귀를 연기하기도 했다.

한수원의 일방적인 인력 철수가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 수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3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은 한수원의 단독 수주가 예상되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UAE가 돌연 경쟁입찰로 전환하면서 미국과 영국 업체가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결국 한수원과 미국·영국 업체가 사업을 공동 수주하게 됐다. 정 사장은 사내 원전 찬성파를 대거 숙청하고 원전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취임 첫 날에만 1급 간부 11명 등 고위급 24명을 교체했다. 정 사장은 원전 안전성 제고 목적이라면서 본사와 사업소 지원부서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조직을 통폐합했다. 2001년 한전에서 분사한 후 첫 조직 축소였다.

정 사장은 2018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 사명에서 원자력을 빼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어 굳이 사명에 원자력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사명 변경을 문제 삼아 결국 무산됐다. 정 사장 취임 이후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중단됐다.

정 사장은 직접 해외로 나가 원전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지만, 아직 성공 사례는 없다. 체코와 폴란드 등에서 원전 수주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과 프랑스 등 경쟁 국가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원전 세일즈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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