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죽여도 '벌금형'..길고양이 사체 50구, 예견된 거였다

제보를 받았다.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벌어졌단다. 이번엔 '경기도 동탄·용인'이었다. '이번엔'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그러나 확실하게 느꼈다. 동물 학대의 잔혹함,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걸.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서 동물 학대 혐의로 잡은 범인은 20대 남성 A씨였다. 편의점 직원이며 7마리 이상을 붙잡아 죽인 혐의라고 했다. 그는 불구속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최초 제보자 B씨와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하 전길연)이 파악한 건 그정도가 아녔다. 학대범 A씨가 지목한 학대 현장에서, 길고양이 사체만 50구(4월 16일 기준)가 나왔다고 했다. A씨가 사는 곳인 동탄과 일하던 용인에서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죽였다고 했다.


학대에 쓰인 걸로 보이는 온갖 도구들도 발견됐다. 마대자루와 청소도구, 톱, 칼, 망치, 삽, 찜솥 등엔 고양이 털과 피가 묻어 있었다고 했다. 그을린 그릴판엔 털과 살점이 붙어 있었다.

굳게 닫힌 창문마다 고통스러웠을 고양이들이살고 싶어빠져나가려 했던 흔적들이 가득했다. 미끄러진 발자국, 핏자국이 계단과 천장, 문과 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A씨는 길고양이들을 학대한 뒤 인증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방등에 공유했다. 포획틀에 가두고 거세게 물을 뿌려 고문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 모습을, 다리를 부러트려 절뚝이는 아이들을, 두들겨 맞아도 사람 좋다고 따라다닌다며 갈색 고양이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두부(후두부, 머리 뒤쪽) 마사지 냥이'라고 조롱했다.

피의자 A씨가 자신의 범죄를 합당화하기 위해 꺼낸 말은 고작 "고양이들이 할퀴어서"였다.

당시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엄청난 공분이 일었다. 한 달 만에 27만 5492명이 서명했다. 당시 청와대 정기수 농해수비서관이 답변을 달았다. 엄정 수사를 약속했다. 동물학대 범위를 넓히겠다고 했다.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바꾸고, 교육 및 지도 점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처벌은 어땠을까. 고어전문방 운영자에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학대 영상을 공유한 또 다른 학대범에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뿐 아니라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20년엔 밥 먹던 길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은 뒤 목을 조르고 땅에 내리쳐 죽인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수원지법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니 어쩌면 예견된 거였다. 점점 대범한 학대범이 나올 수밖에 없단 게. 동물 학대범들은 이 같은 솜방망이 판결로 무엇을 학습했을까. '아, 이렇게까지 해도 이거 밖에 처벌을 안받는구나', 그러니 고어전문방에 이어 포항 구룡포 폐양식장에서 고양이를 해부하던 학대범이, 동탄서 길고양이 수십 마리를 학대한 괴물이, 반복해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동물보호법이 약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2019년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법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그에 걸맞는 판결을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 죽여도 2년인데, 동물 죽였다고 2년 살게 하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동물의 생명값과 인간의 생명값은 차별해야 한단 인식이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에, 법을 그렇게 강화해놓아도 벌금형 받고 나오면 된다는 풍조"라고 했다.
판결이 왜 이럴까. 전문가들은 동물 대상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없어서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둔 것을 뜻한다. 동물학대로 적용하면, 적어도 이만큼은 처벌해야 된다는 걸 정해두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처벌의 하한선'을 두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 기준 마련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탄 길고양이 학대 범죄의 제보자와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전길연)은 '양형위원회에 바란다' 홈페이지(https://sc.scourt.go.kr/sc/krsc/wish/WishClientFormAction.work?gubun=1)에 의견을 보내자고 독려하고 있다. 의견이 쌓여 공론화 되면, 공청회를 거쳐 양형 기준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탄·용인 길고양이 학대 사건 엄중 수사와 강력 처벌을 위한 탄원 서명(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X4ObJ8H8-EZwOLHTPmsGGbdPr25dBA7uvVUdLnCo0igw3xg/viewform)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최대 4회까지 참여할 수 있다. 동탄·용인 길고양이 학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일 오후 기준 51만688명이 서명했다. 링크는 아래와 같다. 복사해 붙여넣기 좋도록 줄을 바꿔 넣었다. 동참하는 데에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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