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죽여도 '벌금형'..길고양이 사체 50구, 예견된 거였다

남형도 기자 2022. 4. 24. 16: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탄·용인 길고양이 학대 사체 성한 것 없어, 창문마다 탈출 애쓰다 미끄러진 발자국 가득"..대법원 양형기준 부재 문제, 의견 보내고 탄원서 내자 행동 독려
동탄 길고양이 학대를 최초로 알린 제보자는 만삭인 길고양이 삼색이(왼쪽)의 눈을, 학대범이 나무 봉(오른쪽)으로 터트렸다고 했다. 대다수가 잔혹하고 끔찍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똑바로 보고 행동해야만 한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그 다음 학대범을 기어코 막을 수 있을지./사진=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님 제공

제보를 받았다.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벌어졌단다. 이번엔 '경기도 동탄·용인'이었다. '이번엔'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그러나 확실하게 느꼈다. 동물 학대의 잔혹함,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걸.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서 동물 학대 혐의로 잡은 범인은 20대 남성 A씨였다. 편의점 직원이며 7마리 이상을 붙잡아 죽인 혐의라고 했다. 그는 불구속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최초 제보자 B씨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하 전길연)이 파악한 건 그정도가 아녔다. 학대범 A씨가 지목한 학대 현장에서, 길고양이 사체만 50구(4월 16일 기준)가 나왔다고 했다. A씨가 사는 곳인 동탄과 일하던 용인에서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죽였다고 했다.

고양이가 빠져나가려 몸부림친 흔적들…성한 사체가 없었다
학대범 A씨가 고양이를 물고문하는 모습. 생사 확인이 되지 않았다./사진=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님 제공
제보자와 전길연이 함께 파악한 학대 정황은 잔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는 머리나 목이 썰려 있고, 사지가 꺾여 있었다. 얼굴 반쪽을 쪼개거나 다리와 발목을 토막냈거나 내장을 파서 큰 돌을 박아놓았다. 불에 굽고 몸을 태우고 눈을 파냈다. 멀쩡한 사체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학대범에게 머리를 맞아 숨진 고양이./사진=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님 제공
잔인하게 학대하고, 다시 먹이로 유인해 학대를 반복했다고 했다. 출산이 임박한 고양이 눈을 터트린 뒤 방사했다. 살려고 걷던 임신묘는 비틀거렸다. 그걸 보며 비웃었다고 했다.

학대에 쓰인 걸로 보이는 온갖 도구들도 발견됐다. 마대자루와 청소도구, 톱, 칼, 망치, 삽, 찜솥 등엔 고양이 털과 피가 묻어 있었다고 했다. 그을린 그릴판엔 털과 살점이 붙어 있었다.

/사진=전길연 제공

굳게 닫힌 창문마다 고통스러웠을 고양이들이살고 싶어빠져나가려 했던 흔적들이 가득했다. 미끄러진 발자국, 핏자국이 계단과 천장, 문과 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양이가 학대범으로부터 빠져나가려 애썼다던 흔적들./사진=제보자 제공

A씨는 길고양이들을 학대한 뒤 인증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방등에 공유했다. 포획틀에 가두고 거세게 물을 뿌려 고문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 모습을, 다리를 부러트려 절뚝이는 아이들을, 두들겨 맞아도 사람 좋다고 따라다닌다며 갈색 고양이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두부(후두부, 머리 뒤쪽) 마사지 냥이'라고 조롱했다.

학대로 사망한 삼색이. 살아 있을 때 모습(왼쪽)과 학대로 숨진 모습(오른쪽)./사진=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님 제공

피의자 A씨가 자신의 범죄를 합당화하기 위해 꺼낸 말은 고작 "고양이들이 할퀴어서"였다.

1년 전 '고어전문방' 운영자 벌금형, 학대영상 공유자 '집행유예'…잔혹한 학대범은 누가 만드나
지난해 '동물판 N번방'이라 불린 고어전문방에 공유됐던 길고양이 학대 사진. 고양이가 화살에 맞아 피흘리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학대범들은 카톡 오픈 채팅방에서 고양이를 학대하고 찍어서 자랑스럽게 공유했다. 이 고어전문방 운영자는 고작,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사진=동물자유연대
1년 전 유사 사건이 있었다.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그걸 찍고 오픈채팅방에 공유하는, 이른바 '고어전문방'이었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도 불렸다. 두개골을 부수고, 화살로 쏘고, 휘발유를 부어 불로 태우고, 고양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었다. 그걸 자랑스럽게 돌려서 봤다.

당시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엄청난 공분이 일었다. 한 달 만에 27만 5492명이 서명했다. 당시 청와대 정기수 농해수비서관이 답변을 달았다. 엄정 수사를 약속했다. 동물학대 범위를 넓히겠다고 했다.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바꾸고, 교육 및 지도 점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처벌은 어땠을까. 고어전문방 운영자에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학대 영상을 공유한 또 다른 학대범에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 고어전문방서 오간 대화들./사진=동물자유연대

그뿐 아니라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20년엔 밥 먹던 길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은 뒤 목을 조르고 땅에 내리쳐 죽인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수원지법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니 어쩌면 예견된 거였다. 점점 대범한 학대범이 나올 수밖에 없단 게. 동물 학대범들은 이 같은 솜방망이 판결로 무엇을 학습했을까. '아, 이렇게까지 해도 이거 밖에 처벌을 안받는구나', 그러니 고어전문방에 이어 포항 구룡포 폐양식장에서 고양이를 해부하던 학대범이, 동탄서 길고양이 수십 마리를 학대한 괴물이, 반복해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동물보호법 위반자 중 구속 4명뿐…문제는 대법원 '양형기준'
이제는 다들 알고 있다. 동물학대 범죄에 실형 판결이 나오는 게 극히 어렵다는 걸. 솜방망이 처벌이 다분하단 걸. 10년간(2010~2019년)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3360명 중 구속된 사람이 고작 4명이다.

왜 그럴까. 동물보호법이 약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2019년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법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그에 걸맞는 판결을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 죽여도 2년인데, 동물 죽였다고 2년 살게 하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동물의 생명값과 인간의 생명값은 차별해야 한단 인식이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에, 법을 그렇게 강화해놓아도 벌금형 받고 나오면 된다는 풍조"라고 했다.

판결이 왜 이럴까. 전문가들은 동물 대상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없어서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둔 것을 뜻한다. 동물학대로 적용하면, 적어도 이만큼은 처벌해야 된다는 걸 정해두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처벌의 하한선'을 두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 기준 마련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내도 안 바뀌고, 행동해야 바뀐다…"양형위원회에 의견 보내고, 탄원서 넣자" 독려
동물학대에 분개하는 이들은 더이상, 학대범에 대한 분노만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행동하자고 목소릴 높인다.

동탄 길고양이 학대 범죄의 제보자와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전길연)은 '양형위원회에 바란다' 홈페이지(https://sc.scourt.go.kr/sc/krsc/wish/WishClientFormAction.work?gubun=1)에 의견을 보내자고 독려하고 있다. 의견이 쌓여 공론화 되면, 공청회를 거쳐 양형 기준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탄·용인 길고양이 학대 사건 엄중 수사와 강력 처벌을 위한 탄원 서명(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X4ObJ8H8-EZwOLHTPmsGGbdPr25dBA7uvVUdLnCo0igw3xg/viewform)도 받고 있다.

동탄 길고양이 학대 범죄의 제보자와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전길연)은 '양형위원회에 바란다' 홈페이지(https://sc.scourt.go.kr/sc/krsc/wish/WishClientFormAction.work?gubun=1)에 의견을 보내자고 독려하고 있다. 의견이 쌓여 공론화 되면, 공청회를 거쳐 양형 기준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도 최대 4회까지 참여할 수 있다. 동탄·용인 길고양이 학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일 오후 기준 51만688명이 서명했다. 링크는 아래와 같다. 복사해 붙여넣기 좋도록 줄을 바꿔 넣었다. 동참하는 데에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5200?navigation=best
"국민청원 20만 달성은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피의자가 반성한다는 이유로, 관련 법령이 없거나 증거가 부족해 수사에 제한이 있단 이유로 미미한 처벌이 이어지는 걸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 올린 글 中)
동탄 학대 현장서 구조한 고양이. 죽이는 놈도 있지만, 살리려 애쓰는 분들도 있다. 자발적인 시민 감시, 최소한의 처벌 하한선, 실제 처벌만이 또 다른 학대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잔혹하게 숨진 모든 고양이들의 넋을 빌며./사진=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님 제공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