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성 있는 외모와 실용적인 실내 공간이 낳은 결과다. 지난 2월에는 2인승 밴 모델을 더해 경차 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같은 시기, 기아는 레이 1인승 밴을 공개했다. ‘국내 최초의 1인승 자동차’라는 점을 앞세웠는데, ‘운송’을 넘어서 레저 생활까지 염두에 둔 점이 핵심이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차의 제원을 자세히 살펴봤다.
① 실내 공간 및 디자인



먼저 실내 소개부터. 뒷좌석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적재공간을 마련했다. 밴 모델답게 2열 및 뒷유리, 1열 시트 뒤에는 안전봉과 격벽을 설치했다. 1열 구성은 승용 모델과 같다. 캐스퍼 밴은 4.2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를 달았다. 레이 1인승 밴은 3.5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담은 아날로그 계기판을 넣었다. 이 밖에 수동식 틸트 스티어링 휠과 USB 단자 등도 챙겼다. 시트는 직물 재질로 마감했다.

공간 활용성은 레이 1인승 밴이 앞선다. 적재함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1,913×1,322×1,310㎜. 1열 동승석 시트를 걷어낸 덕분에 길이가 기존 대비 783㎜ 늘었다. 그 결과, 최대 적재 용량은 1,628L로 경차 밴 모델 중 가장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최대 적재 무게는 315㎏. 기존 2인승 밴보다 26%(+65㎏) 넉넉하다. 더불어 동승석 뒤쪽 하단 격벽을 덜어내 측면 상하차 편의성도 뛰어나다.


그렇다면 캐스퍼 밴은 어떨까? 2열 공간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1,265×1,097×1,023㎜로 레이 1인승 밴보다 약간 작다. 최대 적재 무게와 용량은 각각 300㎏, 940L. 모닝 밴(925L)보다 살짝 크고 레이 2인승 밴(1,403L)보다 작다. 그러나 전고가 높고, 바닥을 낮게 설계해 간단한 짐 또는 박스를 거뜬히 실을 수 있다.

동승석이 없는 레이 1인승 밴을 보고 “이 안에서 차박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이들도 있을 듯하다. 실제로 레이 1인승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차박을 비롯한 레저 활동까지 고려했다. “개발 당시 잠재 구매 고객과 레이 동호회 회원이 함께 참여했는데, 레저용으로도 적합한 차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를 반영해 격벽 너비와 길이를 손보고, 바닥을 평평하게 설계했다.” HMG저널이 인터뷰한 구자문 책임매니저(기아 eLCV 전략팀 소속)의 설명이다.
② 크기 및 익스테리어



‘숫자’로만 본 둘의 덩치는 같다. 길이 3.5m, 너비 1.5m로 아담하다. 높이는 레이가 1.7m로 캐스퍼보다 0.2m 높다. 휠베이스도 레이가 2,520㎜로 캐스퍼 대비 100㎜ 길다.
겉모습은 승용 모델과 같다. 레이 1인승 밴은 전통적인 박스카의 실루엣을 가졌다. 반면 캐스퍼 밴은 경차와 SUV를 합친 듯한 비주얼을 뽐낸다. 두 차종 모두 스틸 휠을 끼웠다.
③ 파워트레인


레이는 직렬 3기통 1.0L 가솔린 카파, 캐스퍼는 직렬 4기통 1.0L 가솔린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두 차종 모두 76마력, 9.7㎏·m. 공인연비는 캐스퍼가 1L 당 14.3㎞로 레이(13㎞/L) 보다 약간 앞선다.

참고로 캐스퍼는 가솔린 터보 엔진도 얹을 수 있다. ‘캐스퍼 액티브 I’ 패키지를 고르면, 100마력을 내는 직렬 3기통 1.0L 가솔린 터보 카파 엔진이 들어간다. 최대토크는 17.5㎏·m로 자연흡기 모델 대비 7.8㎏·m 넉넉하다. 좀 더 나은 기동성을 원한다면 터보 엔진을 추천한다.
④ 편의장비 및 가격

캐스퍼 밴은 스마트 단일 트림으로 나왔다. 보행자와 자전거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6 에어백(커튼 포함), 세이프티 언락, 오토 헤드램프, 크루즈 컨트롤, 4.2인치 컬러 LCD 계기판이 기본이다.


옵션으로 ‘캐스퍼 액티브 I’과 ‘베이직 플러스’, ‘시트 패키지’가 있다. 모두 고르면 직렬 4기통 1.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터보 외장 패키지,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 열선 기능을 품은 가죽 스티어링 휠, 하이패스, 인조가죽 시트, 앞좌석 열선시트, 운전석 통풍시트, 1열 센터 사이드 에어백, 운전석 암 레스트가 들어간다

레이는 프레스티지와 프레스티지 스페셜 두 가지 트림을 마련했다. 운전석 에어백과 후방 주차 거리 경고,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급제동 경보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경보 등을 챙겼다. 프레스티지 스페셜은 시트 및 안전벨트 높이 조절 장치, 열선을 지원하는 인조 가죽 시트, 블루투스를 포함한다.


레이 1인승 밴의 옵션 사양은 두 가지. ‘드라이브 와이즈’와 8인치 내비게이션을 모든 트림에서 고를 수 있다. UVO와 폰 프로젝션,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후방 모니터, 오토 헤드램프 기능을 담았다. 드라이브 와이즈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보행자 포함)와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앞차 출발 알림 기능 포함) 등을 묶었다. 크루즈 컨트롤은 지원하지 않는다.
종합해 보면, 각 모델마다 일장일단이 있다. 가령, 캐스퍼 밴은 차로 유지 보조와 크루즈 컨트롤, 하이빔 보조, LCD 계기판 등을 기본으로 달았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옵션 사양으로도 고를 수 없다. 레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옵션으로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반면 크루즈 컨트롤과 LCD 계기판이 없다.


마지막은 가격 비교다. 캐스퍼 밴의 시작 가격은 1,375만 원이다. 레이 1인승 밴은 프레스티지 1,305만 원, 프레스티지 1,345만 원부터 시작한다. 트림에 관계없이 모든 옵션을 넣어도 2,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경제성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취등록세 면제 한도가 50만→75만 원으로 늘어났는데, 1,875만 원 이하 경차는 사실상 면제라고 봐도 좋다. 덕분에 초기 구매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이 밖에 공영주차장 및 혼잡 통행료 50% 할인, 유류세 환급(카드 신청 시),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⑤총평

경차 밴 시장의 ‘뉴 페이스’인 캐스퍼 밴과 레이 1인승 밴. ‘물류 운반’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레이는 개인 활동에도 최적화한 점이 재미있다. 쏠쏠한 경차 혜택부터 실용적인 공간까지 갖췄으니 이만한 사업 파트너도 없다. 과연 캐스퍼 밴과 레이 1인승 밴이 국내 경차 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글 최지욱 기자
사진 각 제조사, 로드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