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바꿔? 난 업그레이드면 끝!

사는 순간 구형(舊型)되는 가전은 옛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품질 보증 기간 확대
충성 고객 잡기 나서는 기업들

기술혁신이 빠른 가전제품은 사는 순간 ‘구형(舊型)’이 된다. 그렇다고 값 비싼 가전제품을 자주 바꿀 수도 없는 일. 일부 기능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더 오래 신형처럼 쓸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가전제품의 교체 주기가 늘어나 수익성에 불리하다. 반면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존 고객을 계속 확보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제품 업그레이드와 품질 보증 기간을 늘리는 ‘더 쓰세요’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모두 기존 고객을 꽉 붙들어놓는 ‘락인(lock-in)’효과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연장, 갤럭시 ‘팬심’ 잡기

삼성전자는 2022년 2월 10일 신제품 갤럭시S22를 공개하면서 기존 3년이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를 4년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운영체제는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핵심 프로그램.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연장해주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져  제조사로서는 손해인 데도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S22를 출시하면서 기존 3년이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업그레이드를 4년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S22 외에 2021년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S 시리즈, Z 시리즈, 일부 A 시리즈 스마트폰의 OS 업그레이드 지원 기간도 4년으로 확대했다. 갤럭시S22 시리즈를 기준으로 하면 2023년 안드로이드13(가칭)을 시작으로 2026년 안드로이드16(가칭)까지 OS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갤럭시 기기를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 업데이트는 최대 5년으로 늘렸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경우 업그레이드 가능 횟수가 애플 아이폰에 비해 적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아이폰의 최신 OS인 ‘iOS15’의 경우 2015년 출시된 아이폰 6s 시리즈까지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이런 장기간의 향후 지원을 통해 아이폰은 중고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변화는 갤럭시를 사용하는 기존 고객들의 ‘팬심’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삼성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올리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을 매개로 TV, 생활가전 등을 사물인터넷(IoT)으로 묶은 ‘팀 삼성’ 생태계를 키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기존 고객을 잡기 위한 ‘더 쓰세요’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3월 비스포크 제품과 2021년 신제품의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기한 없이 무상으로 수리 또는 교체해 주는 ‘평생 보증’ 서비스를 결정했다. 가전제품의 ‘엔진’으로 불리는 두 부품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청소기 등 생활가전 대부분의 제품에 탑재된다. 사실상 모든 가전제품의 평생 보증을 약속한다는 뜻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은 았다.

◇가전도 스마트폰처럼 업그레이드

이에 뒤질세라 LG전자는 2022년 1월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는 ‘업(UP) 가전’이란 새로운 개념을 내놨다. 작년에 산 구형 세탁기라도, 올해 신제품에 들어간 기능을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LG전자가 새롭게 내놓은 업가전을 스마트홈 플랫폼인 씽큐앱 UP가전센터에서 업그레이드하는 모습. /LG전자

업가전은 기존 가전제품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하드웨어를 추가해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날씨나 옷감에 따라 최적화된 건조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트롬 건조기 오브제 컬렉션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식이다. 해당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건조 정도를 기존 5단계에서 13단계로 확장하며 건조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섬세한 의류 관리가 가능하다.

신제품에 있는 기능이지만 기존 제품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폰이나 갤럭시폰 사용자들이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별도로 부품을 장착해 하드웨어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필요한 기능만 선택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한 방향으로 이뤄지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차별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무료지만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시에는 부품 비용이 들 수 있다.

LG전자가 가전 업그레이드에 나선 건 충성고객 확보가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가 주춤하고 있고 가전시장은 최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신규고객을 끌어모으기보다는 제품 교체 주기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기존 고객을 계속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기존 구매자인 ‘집토끼’가 차별화한 혁신기술을 계속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락인 효과가 경쟁제품 사용자인 ‘산토끼’를 끌어오는 비용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빠’가 증명한 락인 효과

락인 효과는 애플의 전략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애플은 전용 OS ‘i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아이폰을 중심으로 PC 맥, 무선이어폰 에어팟,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등으로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묶는 전략을 2010년대 초부터 써왔다.

애플은 애플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애플의 기기만 사용하는 충성팬인 이른바 ‘애플빠’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애플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태블릿PC ‘아이패드’에서 손 글씨로 쓴 메모를 자신의 아이폰, 맥에서 바로 보거나 연이어 필기해 가는 기능, 제품을 교체해도 복잡한 과정 없이 간편하게 자신의 설정을 되살리는 기능 등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한다. 이 때문에 애플 유저들은 태블릿,  스마트폰 등 기종을 가리지 않고 애플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애플은 확실한 업그레이드로 유명하다. 2021년에 내놓은 자체 운영체제 iOS15를 2015년에 출시한 아이폰6S에도 지원해줬을 정도다. 이런 의리 때문에 ‘애플빠’라고 불리는 충성 고객을 키울 수 있었다.

스마트폰 세계 3위인 중국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이용자 의견을 취합해 매주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전략으로 ‘미펀(米粉‧샤오미팬)’을 광범위하게 구축했다. 1000만명 이상이라는 미펀은 온라인 상에서 약 1억개의 글을 남기며 샤오미의 영업맨을 자처한다. 이는 IT기업 중에서 가장 충성도가 높다는 애플과 비교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숫자다.

락인 효과를 얻기 위해선 고객의 마음과 편의성을 사로 잡아야 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생태계 구축이 중요해진 만큼, 다양한 고객 경험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오히려 외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락인 효과(Lock-in Effect) :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것을 계속 구매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록인 효과는 해당 상품에 익숙해지거나 기존 선택을 바꿀 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클 때 나타난다. 또한 카카오톡처럼 남들이 다 써서 나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 생긴다.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로 ‘자물쇠 효과’, ‘잠금 효과’라고도 한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