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객열전] 당구계 '잉꼬부부' 신기웅‧오수정
'알콩달콩-티격태격'..부부의 에너지
신기웅(40), 오수정(39‧웰컴저축은행) 커플은 당구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부부 당구인이다.
오수정 선수는 사이클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부상으로 은퇴의 길을 택한 뒤 회사 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찾은 당구장에서 지금의 남편인 신기웅 선수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구에 문외한이었던 오수정은 당구장을 오가면서 당구를 배우기 시작해 인연이 시작됐다. 그 인연으로 둘은 백년가약의 연을 맺고 당구인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었다.

◆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남매처럼, 때로는 사제처럼
학창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한 신기웅은 중학교 1학년 시절 당구를 처음 접했다.
신="당구장이 청소년 출입 가능 업소로 바뀌면서 딱 그 시절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당구를 처음 접했어요. 운동하다가 쉬는 시간에 당구를 쳤죠. 그런데 교통사고를 당한 뒤 부상 후유증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결국 아이스하키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군대를 갔죠. 전역을 하고 처음 국제식 대대를 접하면서 그 때부터 제대로 (당구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서울연맹에도 들어갔죠."
취미로 당구를 즐기던 그는 어린 나이였던 27살부터 당구장을 운영했다. 이 때 오수정의 회사 동료들이 회사 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단골손님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리다 보니 식사도 같이 하고 술잔도 돌릴 만큼 친하게 지냈다.
오수정은 아버지가 당구장을 운영했지만 당구는 관심이 없어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오="그냥 제가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회사 언니 오빠들 따라 치지도 못하면서 당구장에 왔던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한 번 쳐보라고 해서 한 번씩 쳐보다가 재미가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기웅이 오빠한테 3쿠션을 배우게 됐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했고, 교제 3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됐다.
당구를 처음 배우면 4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배우고 3쿠션에 입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수정은 처음부터 4구보다 3쿠션에 더 흥미를 보였다.
신="벌써 10년 넘은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안 나는데 저랑 교제를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시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4구를 같이 몇 번 치다가 재미가 없었나 봐요. 저에게 3쿠션을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 1년 만에 17점을 쳤어요. 당시 여자 선수들 애버리지가 20점 정도 수준이었거든요. 그리고 1년 6개월 정도 되니까 20점이 넘어가더라고요. 그걸 보고 선수 등록을 시키기 위해 서울연맹에 데려갔어요."

신기웅도 실력을 더 늘리기 위해 동호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성남 지역에 역사가 깊은 '성남연합회'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기라성 같은 당구 고수들과 만나는 계기가 됐다.
신="한 때는 제가 당구를 잘 치는 줄 알았어요. 3쿠션을 25~27점 정도 쳤거든요. 그 때는 선수들도 30~32점 칠 때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성남연합회라는 동호회를 들어갔는데 체육관 시합도 나가고 한 달에 한 번씩 월례대회도 하는 모임이었어요. 메이저당구클럽 임철 선수를 필두로 엄상필 선수를 비롯해 이종주‧임정숙 부부도 같은 동호회였어요. 고상운 선수와 이미래 선수도 있었어요. 그 때 실력이 많이 늘었죠."
당시 두 사람에게 최고의 순간은 동반우승을 차지했을 때다. 경기도 포천시 포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와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 대회'였다.
오="그 때 저는 낮에 시합이 끝났어요. 제가 결승전을 할 때 오빠는 옆에서 예선을 치르고 있었죠. 그런데 가림판이 있어도 방송은 들리잖아요. 방송이 들리니까 오빠는 자기 시합에 집중을 못하고 제 경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거예요."
신="그렇잖아요. 와이프가 처음으로 결승을 갔으니. 스롱 피아비•이미래 선수 등이 다 참가한 그런 대단한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갔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죠."
오=" 제가 우승했다는 소리를 듣고 오빠가 그때부터 열심히 쳐서 지고 있다가 역전했어요. 그 이후로 계속 이기더라고요."
당구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은 PBA가 출범하면서 오수정이 먼저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오수정은 웰컴저축은행 팀에 합류했다.

◆ 당구로 결혼했다가 당구 때문에 이혼할 위기도
하지만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은 달콤하지 않았다. 짧은 연애 후 결혼한 만큼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도 많았다.
신="연애 기간이 짧다 보니 자주, 그리고 심하게 싸웠어요. 사실 중간에 3년 정도 둘 다 당구를 쳐다보지도 않은 시기가 있었거든요. 당구장도 접었고요. 그 때 이유도 크게 다퉈서 그랬어요."
오="결혼 후 당구장 때문에 힘들었어요. 신혼 초인데 쉬는 날 없이 당구장에만 있었으니까요. 제가 출근해서 아침에 문 열고, 오후에 오빠가 나오면 저는 이제 들어가고. 서로 얼굴 볼 시간은 당구장에서 교대할 때뿐이었으니까요. 그 생활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같이 사네, 마네 할 정도로 싸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당구장도 처분하고 당구 자체도 아예 손을 놔버렸어요."
두 사람은 당구를 통해 다시 애정전선을 회복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두 사람은 돈독함을 더해갔다.
오수정이 1부 리그 소속일 때 신기웅은 2부 소속으로 뛰었다. 리그가 다르다 보니 시합 일정이 서로 달라 집안일도 자연스럽게 분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신기웅도 1부 리그로 올라왔지만 오수정은 팀리그까지 소화해야 한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결혼을 한 두 사람은 함께해 온 시간이 많은 만큼 얼굴 표정 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이해할 정도로 서로를 잘 안다. 오수정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로 유명하지만, 신기웅 선수가 볼 때는 미미한 표정 변화에도 심리 상태가 보인다고 한다.
신="너무 잘 아니까. 이제는 집사람 눈빛만 봐도 '오늘 조심해야 하는구나' 할 때가 있어요. '오늘 잘 안 맞네. 조심해야겠네' 하면서 그 날은 눈치를 보는 거죠. 시합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번에는 이걸 좀 가르쳐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피드백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오="저는 몰랐는데 시합할 때 제 심리상태를 오빠가 귀신 같이 알더라고요. 저는 표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그래서인지 남들이 볼 때는 담담해 보이지만 오빠는 제 표정이 다 보이나 봐요."

서로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하는 만큼 덩달아 긴장이 돼 중요한 경기를 지켜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신="아내가 시합할 때 예선전은 잘 보거든요. 그런데 8강부터 결승까지 가는 경기는 잘 못 봐요. 보긴 봐야하는데 제가 더 떨리거든요. 태백 고원체육관에서 열린 '에버콜라겐 LPBA 챔피언십' 경기에서 준우승할 때 해설하시는 분들이 경기장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이 저인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때 밖에 있었거든요. 밖에서 핸드폰으로 잠깐 잠깐 봤어요. 집사람이 초조해 하는 게 보이니까 못 보겠더라고요."
◆ 우승을 꿈꾸는 아내와 뒷바라지를 다짐하는 남편
오수정은 여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테레사 크롬펜하우어(네덜란드)를 롤모델로 꼽았다.
오= "아마 모든 여자 선수들의 롤모델이 크롬펜하우어 선수 아닐까요. 남자와 대등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부터 동경의 대상이죠. 유일하잖아요. 그래서 여성부 시합을 나오면 독보적인 1위니까요. 남자 선수만큼 치는 테레사 선수를 보면서 저는 우리 신랑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신기웅은 롤모델로 망설임 없이 허정한(경남당구연맹) 선수를 꼽았다.
신="전 처음부터 허정한 선수가 롤모델이였어요. 허 선수를 쫓아다니면서 당구도 많이 쳤고, 무엇보다 인성이 너무 부러워요. 당구 선수는 차분해야 하는데 저는 좀 다혈질이거든요. 그런데 허 선수는 그런 부분에서 저하고는 완전이 다르더라고요. 말 주변이나 인성, 실력 등 그 선수의 모든 걸 다 배우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거의 못보고 연락도 잘 못하고 있지만, 허 선수는 지금도 저의 롤모델입니다."
두 사람은 PBA에서 목표하는 바가 다르다. 오수정은 개인전과 함께 팀리그 우승을 꿈꾸고 있다. 신기웅은 오수정 선수의 꿈을 이루도록 지원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오="그 동안 준우승만 해보고 우승을 못해봤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정상의 자리에 한 번 서보고 싶어요. 또 팀리그에 합류했으니 팀우승은 당연한 목표죠."
신="사실 저는 1부리그에 오는 게 목표였어요. 다행히 올해 1부리그에 왔으니 일단 리그 잔류가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집사람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신기웅의 아내 사랑은 각별하다. 오수정과 같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코치 겸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당구 선수로 유명하지 않더라도 오수정의 남편으로 더 알려졌지만 그래도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신기웅, 오수정에게 당구가 특별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운동선수의 꿈을 계속 이어가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 부부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당구인의 삶을 사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해줬다.
신="사실 저는 부상 때문에 아이스하키를 그만둔 게 아쉬움이 커요. 학창시절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쏟아 부은 게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당구를 하면서 그 때 못 이룬 선수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죠. 앞으로 평생 저는 당구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해요. 선수 생활을 그만하더라도 집사람을 계속 지원하고 있을 거고요. 또 클럽을 운영하거나 후학들도 양성하면서 10년, 20년 후에도 당구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 것 같아요."
오="저는 사이클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어요. 지금은 그냥 당구가 좋아요. 그리고 저 역시 당구로 운동선수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자전거연맹에도 제 이름이 등록돼 있어요. 연맹 두 곳에 이름을 올린 흔하지 않은 경우죠.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저는 당구선수로 살아갈 거예요."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알콩달콩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의지하며 당구인의 삶을 살고 있는 신기웅‧오수정 부부. 프로리그에서도 동반 우승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재현해 주길 기대해본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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