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Futures] LG 트윈스 임준형
새로운 진화
진화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상태로부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깎고 다듬는 고된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임준형이 매년 보여주는 진화는 실로 놀랍기만 하다. 2019년에 입단한 후, 2020년에는 2군에서 39.2이닝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어서 2021년에는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달성한 것은 물론 1군 데뷔와 함께 첫 선발승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4년 차인 올해, 그는 작년 후반기와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을 기반으로 LG 트윈스의 강력한 5선발 후보로 주목받으며 개막을 맞이했다. 어느새 LG 팬들에게 ‘스며들어’ 버린 임준형. 과연 그는 앞으로 어떤 놀라운 진화를 보여줄까?
Photographer inbi na Photo LG Twins Editor Mingyu Kim
#설레는 시작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네요. 인터뷰 제의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4월 8일 인터뷰)
<더그아웃 매거진>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잡지여서 그런지 설렜어요.
팀 동료들한테 인터뷰 들어왔다고 얘기하고 왔나요?
아뇨. 아무한테도 안 알렸습니다. 주변에 제가 인터뷰했다고 말하진 않을 것 같아요.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개막을 맞이했어요.
요새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듭니다. 준비를 잘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괜찮은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비시즌 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나요?
작년까지는 제 운동에 집중하면서 던지는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번에 잠실에서 훈련하면서는 (김)광삼 코치님께서 하체 중심 이동하는 법을 계속 알려주셨어요. 그걸 루틴으로 가져가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트레이너 팀에서 저한테 맞는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을 짜주신 덕에 문제없이 몸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번 시범경기에서 페이스가 좋았어요. 1점대 평균자책점에 3승을 거뒀어요.
초반에 제 페이스가 약간 늦게 올라오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제구에 특히 신경을 썼는데, 다행히 그게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올 시즌 5선발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혹시 부담감이 느껴지지는 않나요.
심하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아요. 결국 잘하는 사람이 던지는 거니까요. 이 정도면 좋은 부담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같이 5선발 후보로 언급되는 손주영과의 케미가 궁금해요. 서로 경쟁자기도 하지만, 함께 LG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잖아요.
주영이 형이랑은 야구 얘기도 자주 하고, 서로 컨디션도 확인해줘요. 그리고 같이 밥 먹으러 가거나 사우나 하러 가기도 해요.
#데뷔, 그리고 국가대표
작년이 1군 데뷔 시즌이었죠. 2021년이 본인한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아무래도 1군은 처음 경험하는 무대라 긴장됐어요. 그런데 긴장한 만큼 잘 풀렸을 때 기분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잠도 잘 못 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작년 첫 연습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잖아요. 연습게임이었지만 생중계된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사실 그때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해서 경기 후에 좌절을 좀 했어요. 물론 그 등판이 끝은 아니었을 테니 쉽게 포기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전반기는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어요. 전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2군에서 (김)경태 코치님을 만났는데, 제가 제구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코치님과 함께 역학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했어요. 그게 저한테 크게 도움이 됐어요.
최근에 LG의 젊은 투수들이 김경태 코치를 자주 언급하더라고요. 김경태 코치가 주로 어떤 식으로 지도를 해주나요?
코치님은 지도하면서 선수들의 특색을 최대한 존중해주세요. 그러면서 선수 한 명 한 명마다 시간을 내서 어떻게 하면 힘을 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제구를 잡을 수 있는지 함께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고민해주세요.
퓨처스리그에서의 좋은 모습을 바탕으로 9월 2일에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어요.
진짜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또 너무 긴장했어요. 제가 표정으로 잘 티가 나는 스타일은 아닌데도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콜업된 후 초반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특히 긴 이닝을 던지면서도 결과가 좋았어요.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은 덕에 공 개수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길게 던지면서 자신감도 붙으니까 점점 편해지고, 제구도 잘 됐어요.
그러던 중에 멕시코에서 열린 WBSC U-23 야구 월드컵 대표팀(이하 U-23)에 뽑혔어요. 시즌을 소화하다가 갑자기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는데 컨디션 관리에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안 그래도 멕시코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아서 몸무게가 한 4kg 정도 빠지긴 했어요. 그래도 음식 말고는 막 힘든 건 없어서 큰 문제 없이 운동했습니다.
몸무게 변화 때문에 투구 밸런스에 지장이 있진 않았나요?
밸런스에 큰 문제는 없었는데요. 대신 대회에서 중간계투로 던져서 그런지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선발로 나서려다 보니까 이닝이 지날수록 전보다 빨리 지치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표팀에서 성적이 좋았어요. (4경기 7.2이닝 평균자책점 0.91) 큰 무대에서 긴장됐을 법도 한데 좋은 모습을 보여준 비결이 있을까요?
엄연히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나간 거니까 마운드 위에서 평소보다도 더 집중했던 덕인 것 같아요.
국제대회 경험이 지금까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궁금해요.
앞으로 언제 해볼지 모르는 경험이라 엄청 좋았어요. 그런 큰 대회에 나가서 다른 나라의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고요. 결과적으로 제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LG 소속으로는 혼자 선발됐잖아요. 가서 새롭게 친해진 선수가 있을까요?
일단 저랑 같은 방을 쓴 한화 이글스의 조은 선수가 있고요. SSG 랜더스 (김)건우랑도 친해졌어요. 또 그때는 대학생이었던 (김)재혁이 형, (박)동수 형, 그리고 한화 (임)종찬이, 정민규, 박정현… 이렇게 되게 많았어요. (친해진 선수가 되게 많은데요. 대표팀 안에서 인싸였던 거 아니에요?) 어휴 아니에요. 완전 아웃사이더였어요. (웃음)
팀에 복귀해서 본격적으로 선발 기회를 받았어요. 그리고 10월 26일 한화전에서 첫 승을 올렸는데, 당시 기억을 되짚어보자면요?
그날도 초반에는 꽤 흔들렸어요. 그러다 제가 2볼을 던졌을 때, ‘왜 이렇게 공이 안 들어가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차피 3볼 될 거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던져보자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그 후에 이닝을 거듭할수록 점점 괜찮아졌어요.
첫 승을 거두고 나서 가족이나 지인들한테 연락이 왔나요?
네. 연락 많이 왔어요. 특히 엄마가 제가 등판하는 경기를 잘 못 보시는데요. 그날 많이 우셨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후반기 활약에 힘입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어갔어요.
확실히 관중이 많이 들어오니까 긴장감도 생기고, 정신이 혼미했어요.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나가서 2.2이닝을 잘 막았는데, 그때도 긴장이 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저는 오히려 더그아웃에 앉아있을 때 제일 긴장하는 타입이에요. 공을 안 던질 때 긴장을 더 하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다행히 떨리던 것도 점점 괜찮아졌어요.
올해 LG가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잖아요. 만약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등판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요?
그렇게 된다면 진짜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그런데 꼭 그런 자리가 아니더라도 그냥 가을 야구에 같이 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을 만든 것들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부모님은 제게 공부를 권유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아빠가 생활 체육 야구를 하셨는데, 제가 따라다니면서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왜냐면 제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반대하진 않았나요?
아빠는 바로 하자고 하셨는데, 엄마가 반대하셨어요. 엄마는 운동선수의 길이 힘들다는 걸 아니까 제가 평범하게 크기를 바라셨어요. 걱정을 좀 하셨죠.
프로에 지명을 받았을 때 두 분의 반응이 어땠나요?
엄청 많이 좋아하셨어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도 해주셨고, 마냥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본가가 광주잖아요. 처음 상경했을 때 힘들었던 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서울에 올라와서 숙소 생활을 했는데, 이렇게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지내는 걸 처음 해봤어요. 그래서 처음엔 아예 적응이 안 됐어요.
적응하는 과정에서 의지가 됐던 팀원이 있었나요?
우선 저랑 같이 힘들어했던 (남)호, (이)상영이, 같이 지명받았던 (한)선태 형이요. 19년도 입단 동기들끼리 서로 잘해주고 다 같이 엄청 친하거든요. 동기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진짜 즐거웠어요.
2019년 드래프트 동기들이 황금세대로 뽑히고 있잖아요. 1군에서 동기들의 활약이 점점 늘고 있는데 그때마다 어떤 기분을 느끼나요?
저 빼고 나머지 동기들은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정)우영이, (이)정용이 형, 상영이, (구)본혁이 형, 그리고 (문)보경이는 먼저 1군에 올라가서 그렇게 잘했잖아요. 2군에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면서 1군에 빨리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긍정적인 쪽으로 많은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작년 6월 ‘엘튜브’에서 브이로그를 찍었잖아요. 아버지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제게는 친구 같은 아빠였어요. 저한테 잘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리고 가끔 엄마가 화났을 때 둘이서 서로 편들어주고 하는 것도 있었어요. (웃음) 지금도 굉장히 편하고 친한 사이에요.
아버지가 아들의 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아버지의 말처럼 본인의 팬이 생긴 걸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요즘 조금씩 느껴요. 종종 팬분들이 저를 보고 사인해달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기회가 될 때마다 사인해드리곤 해요. 그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혹시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한 팬분께서 제가 U-23 대회로 멕시코에 갈 때 공항에서 제 첫 번째 팬이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 팬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자리를 빌려 그 팬분한테 한마디 남겨본다면요?)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제가 더 잘해서 그 응원에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본인은 어떤 이미지인 것 같아요?
경기장 안에서는 말수가 거의 없고 그냥 묵묵히 할 일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럼 경기장 밖에서의 임준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친한 사람 앞에서는 그래도 말을 좀 하는 편인데, 안 친한 사람들 사이에선 말을 아예 안 하는 편이에요. 낯가림이 심해서 보통 불편한 자리엔 잘 안 가려고 해요.
동기 중에 장난기 있는 선수가 많잖아요. 동기들이랑 서로 장난치곤 하나요?
저는 장난 잘 안 치고요, 항상 당하는 쪽이에요. 늘 제가 장난을 받아주고 놀림거리가 되는 스타일이에요. (누가 가장 자주 놀리나요?) 요새는 우영이가 제일 놀려요. 그다음에는 상영이, 보경이, 정용이 형… 그냥 뭐 제가 다 받아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작년에 ‘엘튜브’에서 노래 부른 적 있잖아요.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애창곡이 뭔지 궁금해요.
제 애창곡이요? 요새 노래방에 잘 안 가서 기억이 안 나는데. 자주 부르는 노래를 뽑자면 김건모의 ‘혼자만의 사랑’이요.
노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플레이리스트 추천해줄 수 있나요?
요즘에 자주 듣는 노래는 김재환의 ‘안녕하세요’에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계속 들어요.
#새롭게 만들어갈 진화
야구를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년 차에 2군에 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당시에 조금 안 좋았거든요. 광삼 코치님이 19년도부터 항상 잘해주셨는데, 그때 (경)헌호 코치님까지 두 분께서 저한테 “네가 그렇게 마운드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면 네가 죽는다. 상대랑 싸우려고 해야지, 안 그러면 결국 죽는 건 너다”라고 얘기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조금씩 힘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도 점점 더 자신 있게 하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때인데,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기도 해요.
스스로 가진 철학이나 신념이 혹시 있을까요? 좌우명 같은 거요.
특별한 건 없는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지금 던지는 공이 볼이 된다고 해서 다음 공까지 포기하진 말자고 다짐하곤 해요.
어느덧 프로 4년 차가 됐어요. 앞으로 야구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앞으로 3년 동안은 꼭 풀타임으로 1군에서 계속 출전하고 싶어요. 아프지 않고 꾸준히 공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중에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편한 느낌을 주는 투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임준형한테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인생인 거 같아요. 말 그대로 제가 살아온 길이고, 어렸을 때부터 야구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 순간들을 이겨내고 버텨내면서 지금까지 제 몸을 담금질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끝인사 한마디 남겨주세요.
팬분들께서 늘 응원해 주시고, 제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셔서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더 잘해서 올해 우승할 수 있도록 팀에 큰 보탬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언제나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많은 이에게 늘 익숙하게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임준형에게는 이번 봄이 그 어느 때보다 새롭고 설레게 다가왔을 테다. 꿈꿔오던 무대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찾아온 만큼 정말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바란 대로 아프지 않고, 계속 원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기를!
▲ 더그아웃 매거진 13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3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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