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1억건 시대의 그늘.. 거리에 묶인 채 버려진 자전거들

윤예원 기자 2022. 6. 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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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자전거에 '주차 공간 부족' 호소하는 시민들
"수지타산 안 맞아".. 고물상도 기피
지자체 "현실적으로 완전히 수거 어려워"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개인 자전거는 시내 곳곳에 버려져 도시 미관과 환경을 해치고 있다. 폐자전거는 직접 버리기엔 절차가 번거롭고, 고물상 등에서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거를 기피하다 보니 길가에 방치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는 지자체에 의해 강제로 수거할 수 있지만 지자체도 방치 자전거가 워낙 많아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기 어려워 적극적인 수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6시쯤 강남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에는 오랜 기간 세워진 흔적이 보이는 자전거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들은 시민들이 버린 각종 커피 컵, 페트병 등이 잔뜩 담겨 마치 쓰레기통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자전거 뼈대나 체인 등에 녹이 슬고 거미줄이 쳐진 자전거도 있었다. 이미 바람이 빠져 바퀴가 주저앉은 자전거도 여럿이었다.

지난 8일 오후 6시쯤 강남역 1번출구 근처 자전거 보관소.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들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거나 녹이 슬어 있는 모습이다./정재훤 기자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의 규정에 따르면 10일 이상 한 곳에 방치된 자전거는 지자체에 의해 강제 처분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강남역의 각 출구들 근처에 있던 자전거 보관소들에는 얼핏 봐도 열흘이 훨씬 넘게 방치된 흔적이 보이는 자전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버려진 자전거들이 자전거 보관소의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 정작 자전거를 보관하려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5시 반쯤 찾은 강남역 4번 출구 앞 자전거 보관소도 주차 공간 10곳 중 8곳이 차 있었는데, 주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전거는 1대뿐이었다. 나머지는 녹이 슬거나 안장이 헤져 있는 자전거가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시각 강남역 5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가드레일에 자전거 4대가 연달아 묶여있기도 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 30분쯤 강남역 5번 출구 인근 인도.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가드레일에 방치 자전거가 연달아 묶여 있었다./정재훤 기자

이날 강남역 자전거 보관소를 찾은 시민 박정훈(32)씨는 “평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방치된 자전거들 때문에 자전거를 주차하지 못하고 근처 길가에 묶어둔 적도 있다”고 했다. 박씨는 “방치된 자전거들과 함께 주차해두면 혹시라도 같이 수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더 관리를 꼼꼼하게 해 새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개인이 자전거를 폐기하려면 지역 구청에 대형폐기물 배출신청을 하고 스티커를 구매해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폐기 방법이 번거롭고, 절차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탓에 그냥 길거리에 버려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지난 8일 저녁 강남역 근처에서 따릉이를 타던 대학생 김모(25)씨도 “원래 타던 자전거가 따로 있는데, 체인이 한 번 고장 난 이후로 따릉이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전거를 수리할 필요성을 못 느껴 집 근처 보관소에 놔둔 지 6개월이 넘었다”며 “방치 자전거가 강제로 수거될 수 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고물상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자전거 수거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진구의 한 고물상 업체는 “자전거는 타이어, 안장, 플라스틱 등을 전부 따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인건비가 들고, 고무 재질의 타이어와 안장은 폐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그렇게 품을 들여도 고철은 몇kg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고물상들이 자전거를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측은 방치된 자전거를 모두 구분해 수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자체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수거한 자전거는 무려 11만9781대로, 12만대에 육박한다. 2018년과 2019년에는 1만7000대 이상, 2020년에도 1만6763대가 수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자전거가 워낙 많아 완전히 수거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따릉이 누적 이용 건수가 1억건을 넘기면서 자전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개인이 소유한 자전거는 계속해서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서초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관내에 있는 모든 방치 자전거를 모니터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방치 자전거가 많이 생기는 일부 지역 위주로 수거를 진행하고 있다. 기타 지역들은 주민 신고가 들어올 때 수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도 “관내에 있는 모든 자전거 보관소를 일일이 주기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CCTV나 자동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주민 신고가 들어왔을 때 출동해 해당 자전거에 계고장을 붙이고 추후 수거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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