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유래는 몰라도 곡우물은 먹어본 당신 [이제야 보이는 절기 – 곡우(穀雨)]

2022. 4. 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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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곡우(穀雨)다.

곡우는 잘 몰라도 '곡우물'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곡우물은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부터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말한다.

곡우 날 곡우물 마시기 풍습은 천 년 전인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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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곡우..24절기 중 여섯번째 해당
곡우 때 마시는 고로쇠 수액은 '骨利水'
지리산에서 3대째 고로쇠 수액을 채취 중인 농업법인 지리산사람들 문효성 대표, [지리산TV 유튜브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20일은 곡우(穀雨)다. 24절기 중 여섯번째에 해당한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과 첨단기술에 더 익숙한 도시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농부들은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농사 준비로 바빠지는 시기이다.

곡우는 잘 몰라도 ‘곡우물’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곡우물은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부터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말한다. 고로쇠는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했다.

곡우 날 곡우물 마시기 풍습은 천 년 전인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말 고승 도선국사가 오랜 수행을 끝내고 일어서려 하자 굳어진 다리가 펴지지 않았다. 그때 붙잡았던 나무 가지가 부러지면서 수액이 흘러나왔고 그 물을 마시자 신기하게도 무릎이 쫙 펴졌다고 한다. 자작나무과나 단풍나무과에서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항산화 사포닌 성분 등이 포함되어 있어 봄철 쇠해진 기력을 보호해 주는 데 효과가 있음을 드러낸다.

고로쇠 수액의 본격적인 채취 시기는 2월 입춘을 전후해 4월 초까지다. 곡우가 되기도 전에 채취가 끝나는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지리산 뱀사골 달궁마을에서 3대째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는 문효성 대표(지리산사람들 농업회사법인)는 “요즘 기온이 높아져서 채취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기후 온난화로 인한 계절 변화와 빨라지는 식물 ‘생체시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들어 남부 지역에서는 빠르면 1월 말부터 수액 채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 천 년 전 날씨에서 유래한 풍습에 대해 시기를 논하는 건 무의미할 뿐이다.

고로쇠 수액은 지역과 채취일, 기온 등에 따라 맛과 당도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진한 고로쇠 수액을 얻기 위해서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비가 오는 곡우는 고로쇠 채취 농가에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농부들은 곡우 날을 시작으로 못자리 모판 작업을 위해 먼저 볍씨를 물에 담갔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곡우 날 사시(巳時:오전 9시~11시)를 피해 담갔다. 농업을 위한 수리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던 시대에는 볍씨 파종도 하늘에 의지해야 했다. 이 날 비가 내리면 못자리 모판 작업이 편해 그해 풍년을 기대할 수 있었다. 곡우가 ‘곡식을 깨우는 비’,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가 말라’ 농가에서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애를 먹어야 했다.

또 차(茶)를 즐겼던 신라의 풍습에도 곡우가 녹아들어 있다. 곡우를 기준으로 앞에 딴 차는 봄에 가장 먼저 딴 찻잎을 덖어 만들었다고 해서 우전차, 또는 첫물차로 불렸다. 맛이 순하고 은은한 향이 감도는 우전차는 생산량이 적어 고가에 거래된다. 곡우가 지나 만든 찻잎은 세작(細雀:곡우~입하 사이), 중작(中雀), 대작(大雀)이라고 불린다.

곡우가 되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충청도를 지나 연평도 근처까지 올라온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 ‘곡우살이’라 불렀다. 알이 꽉 들어찬 곡우사리는 살은 아주 적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연해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별미로 대접받는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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