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QM6의 도넛탱크, 이렇게 탄생했다!


과거 LPG 자동차 트렁크 안에는 커다란 실린더형 탱크가 들어갔다. 때문에 적재공간 측면에서는 가솔린‧디젤차보다 활용성이 떨어졌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도넛탱크’를 개발해 트렁크 바닥 안에 LPG 탱크를 숨겼다. 그 결과 내연기관 차종 부럽지 않은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도넛탱크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 지난 24일, 르노코리아자동차 연구소를 방문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 최지욱 기자
사진 르노코리아자동차, 최지욱

도넛탱크는 2015년 1월, 중형 세단 SM5 노바에 처음 들어갔다. 탱크로 인해 바닥 높이가 살짝 올라갔지만, 기존 LPG 모델에 비해 공간 활용성을 크게 개선했다. 그 결과 SM5 노바는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6,542대를 판매했는데, 그중 LPG 모델의 비중이 28.79%(3,219대)로 가장 높았다. 동시에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9.5% 늘었다.

QM6는 2016년 첫 출시 후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효자 모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핵심은 2019년에 선보인 LPe 모델. 때마침 정부가 LPG 자동차 규제를 완화해 판매량에 날개를 달았다. 출시 후 12일 만에 1,408대를 판매했고, 7월에는 QM6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인 2,513대를 팔았다. 이듬해에는 2만7,811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해 국내 LPG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비결 중 하나는 트렁크 아래에 자리한 ‘도넛탱크’에 있었다.

공간 활용성과 안전성 모두 챙긴 도넛탱크, 핵심 특징은?

실린더 탱크의 문제점 중 하나는 공간 활용성이다. LPG 자동차는 자가용은 물론 영업용(택시, 렌터카) 또는 장애인용으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탱크가 트렁크 공간의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행용 가방, 휠체어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싣는데 제약이 따른다. 연료 탱크를 차체 아래에 꽁꽁 숨긴 내연기관과 달리, 트렁크를 열면 가스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혹시나 여기에 충격을 가하면 터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은 덤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도넛탱크의 기능을 크게 ①기본 ②안전 ③추가 등 세 가지로 나눴다. ‘기본’에서는 안정적인 충전과 저장, 액상 연료 공급, 충전 연료량 및 잔량 측정 후 계기판과 연동, 진단을 맡는다.

‘안전’은 높은 온도에서도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충전량을 제한한다. 더불어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안전밸브 작동을 최적화한다. 비상시 연료 공급을 직접 멈추는 ‘오토 컷오프’ 기능도 갖췄다. 액상 연료가 외부로 샜을 때 실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환기하는 시스템도 있다. 또한 필터를 3중으로 겹겹이 쌓아 이물 유입과 인젝터 손상을 막았다.

‘추가’ 기능은 내구성과 운전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가령 게이지와 밸브, 펌프 등을 하나의 모듈로 통합하고, 게이지와 충전 밸브를 일체형으로 묶었다. 원활한 시동을 위해 최적의 펌프 작동 로직을 넣었고, 펌프 이상 감지 및 유량 보상 기능을 더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낮췄다. 탱크의 두께와 인장강도를 각각 15%, 20%씩 늘렸다. 동시에 무게는 10% 줄였다. 더불어 피로 및 진동 내구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파열압력을 6% 이상 높였다.

무게중심 변동에 따른 튜닝도 거쳤다. 르노코리아자동차에 따르면, LPG 탱크를 뒤에 넣으면 무게 중심이 휘발유 모델보다 뒤쪽으로 쏠리게 된다. 완벽한 앞뒤 균형을 구현하기 위에 리어 스프링과 쇼크 업소버를 손봤다.

그렇다면 도넛탱크는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도넛탱크를 차체 아래 좌우 사이드빔에 브라켓으로 단단히 고정했다. 그래서 내장재를 걷어 내보면 탱크가 약간 공중에 떠있다. 트렁크 바닥과 탱크 사이는 방음재로 꼼꼼히 채워 연료 펌프에서 들리는 소음과 진동을 줄였다. 참고로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0년 9월, 도넛탱크 고정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탑승객 안전에도 신경 쓴 흔적이 돋보였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고정 프레임을 ‘벤딩 존(Bending zone)’과 ‘리지드 존(Rigid Zone)’, ‘디포메이션 존(Deformation zone)’으로 나눴다. 후방 추돌 시 프레임이 모든 충격을 흡수하는 점이 핵심. 프레임이 찌그러지는 과정에서 탱크가 시트 아래로 밀려들어가도록 설계해 탑승객의 부상 위험을 줄였다.

공간 활용성과 정숙성 모두 잡은 QM6 LPe, 비결은?

객실과 적재공간을 확실히 나눈 세단과 달리 SUV는 두 공간 사이의 경계가 없다. 때문에 정숙성 면에서 세단보다 불리하다. 그런데 QM6 LPe는 구조적 한계가 무색할 만큼 뛰어난 방음 성능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비결이 무엇일까?

두 번째 세션에서는 QM6 LPe의 NVH(소음‧진동) 대책에 대해 소개했다. NVH는 인간의 오감 중 촉감(Touch)과 청각(Hearing)에 해당한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NVH는 구매 욕구와 만족감, 불만족으로 나눌 수 있다. 제조사는 다양한 정보 전달과 운전 재미, 정숙성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에 들어간다. 불쾌함과 불편함을 유발하는 소리는 ‘노이즈(Noise, 소음)’, 긍정적인 느낌 또는 정보를 전달하는 소리는 ‘사운드(Sound)’로 구분할 수 있다.

소음을 저감하는 기술은 주파수 영역을 나눠서 개발한다. 저주파는 에너지 감쇄가 적어 오랫동안 영향을 준다. 주행 시 노면에서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가 대표적인 예. 때문에 휠과 차체 강성을 보강해야 한다. 반면 고주파는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성을 갖췄다. 차체와 실내 곳곳에 차음재와 흡음재를 붙이는 이유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연구소에서는 ‘BSR(Buzz, Squeak, Rattle)’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B는 벌의 날갯짓 소리를, S는 다람쥐의 찍찍대는 소리를, R은 나무 딸랑이처럼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뜻한다. 원인은 각각 공진과 마찰, 임팩트에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품을 개선해 소음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

연료 시스템 소음을 줄이고자한 흔적도 눈에 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노이즈의 원인을 연료 펌프 모듈에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2열 승객이 연료 펌프 소음과 엔진 소리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음 설계를 거쳤다. 엔진룸 내부와 도넛탱크 주변, 트렁크 바닥, 캐빈에 더한 인슐레이션이 좋은 예다.

세미나가 끝난 후, QM6 LPe의 트렁크를 잠시 둘러봤다. LPG 탱크와 트렁크 공간을 확실히 나눴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탱크 위 바닥면에 강철판을 깔고 그 위에 흡음재 등을 얹어 3중으로 꽁꽁 막았다. 트렁크 좌우 벽에 있는 내장재 안쪽에도 두툼한 방음재를 붙였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QM6 LPe 개발 당시, 제작에 참고할 만한 차종이 없었다”고 전했다. ‘라이벌’인 현대차도 2세대 싼타페 이후 LPG SUV를 내놓지 않았고, 기아 역시 LPG 삼키는 SUV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출시했을 때 소비자의 반응도 장담 못 했다. 그래서였을까? QM6 LPe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NVH부터 안전까지 모두 양립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올해 하반기에는 기아에서 LPG SUV를 선보인다고 한다. 과연 QM6에 필적한 상품성으로 국내 LPG SUV 시장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달굴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