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내팽개친 개점휴업 국회.. 정치권 안팎 '세비 반납' 목소리
野 "양보안 내놔야 협상" 거부
전문가들 "민주당에 1차 책임"
원 구성 합의 파기 비난 불가피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지만, 국회가 본분을 망각하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 협상만 벌이느라 3주 넘게 태업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민생대책 등 경제입법까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 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모두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는 20일 원 구성 재협상에 돌입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먼저 원 구성 협상을 위한 마라톤 회담을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어떤 양보안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란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지난달 30일부터 후반기를 시작했으나 벌써 22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시급한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관련 법안은 물론 법인세 인하, 상속세 납부유예, 주식 양도세 폐지, 납품단가 연동제 등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들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회가 아직 원 구성이 안됐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 가동이 됐으면 (물가대책 등에 필요한) 법 개정안들도 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니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은 초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국회의 원 구성 협상 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4대 국회에서는 임기 개시 이후 125일 만에 원 구성을 완료했고, 18대 국회에서는 88일, 20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57일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국가적 위기를 겪은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도 원 구성 협상이 한 달가량 걸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무기 삼아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 '의회독재'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장기화하자 '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내에서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원 구성도 못한 유령국회는 무노동 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월 1280만원으로, 총 38억4000만원(300인기준) 상당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원내 1당이자 21대 후반기 원 구성의 합의안을 흔든 민주당에 우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비를 박탈하자'는 주장이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국회 공전이 지연될수록 민생과 법치는 요원해지고 국민들 피해는 가중된다"며 "다만 이 문제는 거대 의석으로 압도적 입법 권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후반기에 자신들이 법사위워장을 맡기로 약속받았기 때문에 원칙론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최근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여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는데, 법사위원장까지 가져가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현재 상임위 내 모든 안건을 법사위에서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니, 여야가 합심해 법사위가 아닌 각 상임위에서도 평가와 집행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도 크게 패배했는데, 이러한 결과를 따져보면 선거 민의(民意)는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에 협조하라는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당초 약속한대로 법사위원장을 여당에 내어주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국정파행이 장기화하면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도 여야 영수회담 등을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미경·김세희·권준영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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